얼마전에 한국과 중국의 기술경쟁력 격차가 2년 정도로 좁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 뿐만 아니라 경영시스템에서도 역전의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기업들의 주도적 활동이 극대화되고 경영시스템이 얼마나 우수한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
한국은 그동안 발군의 CEO들을 많이 배출했고 탁월한 경영시스템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례가 많았다. 반면에 중국은 죽의 장막에 은둔하다가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지 20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벌써 역전이라니.
주지하는 바, 국제표준화기구는 환경경영시스템(EMS), 품질경영시스템(QMS) 등 최상의 실천방법을 국제규격으로 제정해 전세계에 보급하는 한편 국가별 인증 통계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ISO 9000 규격의 등록건수는 90년대 후반에는 매년 5~10만건씩 증가하더니 2003년에는 1년간 33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개정판 규격은 기존 규격에 비해 요구조건이 훨씬 까다롭게 강화된 것인데도 전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총등록 건수 한국의 7.5배
2002년도 인증등록수는 중국, 이태리, 스페인, 일본, 헝가리, 체코, 인도, 미국, 싱가폴, 스위스 순이다. 한국은 10위권 밖이며 재인증실패건수 세계 1위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인증획득 기업의 97%가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와 같은 ‘코리아 브랜드’의 평판실추는 한국 중소기업계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2003년 통계에서는 총등록수 순위가 중국, 이태리, 영국, 일본, 스페인, 미국, 독일, 호주, 프랑스, 한국으로 나타나 겨우 체면을 살렸다. 이러한 통계를 볼 때 특히 주목해야 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1996년부터 분발해 ISO 9000 인증등록수에서 홍콩과 대만을 제끼면서 “잠자던 호랑이가 깨어났다”는 평을 들었고 1999년에는 한국을 추월, 최근에는 세계 1위를 계속 차지하면서 총등록수에서 한국의 7.5배나 되는 10만건에 육박하고 있다. 경영시스템의 국제규격 인증을 국가적 전략차원에서 적극 추진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가차원의 인증 추진해야
국토가 좁고 자연자원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경영시스템까지 뒤쳐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큰 나라이니 우리의 7.5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것인가? 그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중국의 기업체수는 우리와 비슷하다. 작은 나라 이태리는 인증등록수가 한국의 5배나 된다. 이태리 브랜드가 불황기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만하다.
경영시스템의 국제규격 인증은 기업경영의 내실화를 위해 필요하고 이미 내실있게 운영되는 회사의 경우는 마무리 손질용으로 필요하다. 마무리 손질이 엉성한 상품은 시장에서 제 값을 받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경영시스템 역시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경영자의 복장, 화술, 매너, 승용차 같은 것도 물론 마무리 역할을 하지만 경영시스템 자체의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필자는 부천상공회의소 장상빈회장에게서 좋은 격언을 들었다. “폼이 좋고 습관화되면 힘 들이지 않고 툭툭 쳐도 골프공이 정확하게 멀리 나간다”는 것이다. 부천상공회의소는 2003년말에 상공회의소 단위로는 처음으로 ISO 9000 신규격 인증을 획득했다.
이제는 우리도 국가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중앙회, 중기청도 앞장 서서 경영시스템의 국제규격을 신속히 도입, 확산, 습관화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국제규격과 거리가 먼 산만한 시스템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정리-정돈-청소-청결-습관화’ 즉, 5S의 정신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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