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IZ 인사이트]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상법·공정거래법·금융감독법
계속 강행땐 문닫는 기업 속출
글로벌 기준 따른 제정 바람직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정부와 여당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경영제도 3(일명 공정경제 3)은 기업을 벼랑 끝보다 더한 지옥으로 끌고 가는 저승사자 법이다. 국민의 사유재산 행사를 제약하려는 시도가 토지공개념 공세에 이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어 놓은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끝나는가 싶더니 이제는 그 무대가 기업으로 옮겨졌다.

단테가 쓴 신곡을 보면 지옥 입구에 이곳에 들어오는 그대들,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당신은 지옥문을 통해 슬픔의 도시, ‘영원한 고통으로, 파멸된 인간들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는 경고문을 써 놓았다. 인간에게 영원한 고통을 안겨주는 지옥은 희망이 없는 사후세계도 있겠지만 죽기 전 현실 속에도 그 고통이 엄연히 존재한다.

올해 서울에 있는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은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고 하반기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소상공인뿐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누구나 절망하는 사이, 코로나19 위기극복과 고용유지로 이들을 치유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기업에 짐을 지우고 뿌리경제를 고사시키는 경영제도 3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힘없는 기업을 끌고 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경제를 국가권력에 완전히 귀속시켜버릴 법안으로 헌법 제119조 제2항의 경제의 민주화규정을 제대로 해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영제도 3법이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 기업을 골탕 먹이기 위한 법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기업경영 건전성,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업경영 활동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이 있어 이 독소가 기업을 질식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는 없다. 경영제도 3법은 반()기업 이미지를 고착화하고 시장자유주의를 완전히 없애버릴 치명적인 법이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대주주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위원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고 최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면 경영권을 침해받아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 30% 넘는 지분율을 가진 최대주주 의결권과 주식 3%를 보유 중인 외국계 펀드 의결권이 같아지는 셈이다.

투기자본의 지지를 받은 감사위원이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주요 경영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우려도 크다. 그리고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에게 손해 책임을 묻는 것으로 비상장회사는 전체 주식의 1%, 상장회사는 전체 주식의 0.01%만 보유해도 소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자회사와 모회사의 독립된 법인격 부여로 자회사 주주의 권리침해 및 경영간섭을 가져와 경영활동 위축을 가져온다.

따라서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사회적 책임경영이 아니라 마지못해 경영하는 힘든 노역을 초래한다. 대개의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업하며 동반성장하고 있는데 대기업이 경영권을 침해받으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가치사슬이 무너져 중소기업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되니 중소기업이 받는 영향을 생각하면 상법 개정이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일가 지분율을 20%로 강화하고 그 계열사들이 50% 초과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사익편취 규제가 강화되나 사익편취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규제 범위만 확대해 기업활동을 위축한다.

또한 중대한 담합에 대해 누구나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로 경쟁사가 무분별한 고발이나 검찰의 기업 수사 남발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중복 조사가 불가피하다.

신설되는 금융그룹감독법은 비()지주 금융그룹, 2개 이상 금융업을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을 감독하는 법률로써 복합금융그룹에 대해 금융전문회사에 준하는 감독을 하겠다는 악법이다.

이는 업권별 금융감독에 이은 이중 규제다. 금융지주가 아니면서 금융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기존 금융계열사는 보험업법 등 업권별 규제를 받고 있으나 신설 법률로 이중 규제를 받게 돼 감독의 옥상옥이 된다.

경영제도 3법은 경제 규모와 수준이 비슷한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을 비롯해 글로벌 기준을 마련해가는 미국, 중국 등을 참고해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대와 디지털 혁명 시대에 필요한 법이 달라 법안의 변화 추이도 살피는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긴 안목으로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경쟁 질서를 만드는 법이 돼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장 17석 모두 민주당으로 채우고 사법·행정에 이어 입법부까지 거대 여당이 장악하면서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을 옥죄어 뿌리경제 고사시키는 경영제도 3법 제·개정을 중단해 달라는 기업의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권불1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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