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선 겨울 문턱.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 찬바람은 시린 가슴을 더 차갑게 한다. 이럴 때 생각나는 곳이 따끈한 구들방이다. 강원도 횡성군에 가면 옛날 숯가마터에서 찜질욕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 횡성군은 도내에서도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곳이다. 빼어난 산도 아름다운 계곡도 내세울 것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현지인들은 미개척지역이라서 잠재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이곳에 체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마련됐다. 숯가마터에서의 찜질욕과 자연휴양림 산막에서 하룻밤을 유하고 온천욕을 즐기는 방법이다.
우선 영동고속도를 타고 새말 나들목으로 나가서 횡성 방면으로 들어가다가 우측 둔내방면(6번국도)으로 달려가면 정금마을. 이곳에서 좌측 갑천쪽으로 들어서면 ‘강원 참숯(033-342-4508, 횡성군 갑천면 포동리)’을 만날 수 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려서 이곳에 다다르면 도로변 주위가 하얗게 피어나는 연기로 가득하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숯가마터는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차에서 내리면 어릴적 시골집에서 맡아 봤던 나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제대로 된 건물은 찾을 수 없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저 숯공장에 불과할 정도로 시설은 초라하고 미비하다. 온통 숯먼지로 뒤덮인 까만 슬레이트 지붕과 군데군데 쌓아놓은 참나무들. 일꾼들은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로 숯을 굽는데 여념이 없다.
일명 고래골이라 불리는 마을에 자리잡은 참나무숯 공장.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식 숯가마터다. 숯가마는 모두 12개. 보통 한 가마당 5톤 트럭 2대 분량의 숯이 나온다. 가마당 숯이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일주일. 가마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는 시간만도 4~5시간은 족히 걸린다. 불길이 가마 안으로 확실하게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불무질’ 대용으로 대형 선풍기를 틀어놓는다. 불이 다 지펴지면 가마의 입구를 황토로 싸 바른다. 그리고 6일간을 그 상태로 놓아둔다. 나무가 가마 안에서 내내 불길을 받아 숯으로 변하면 조심스럽게 숯을 꺼낸다. 숯을 꺼내기 위해 불구덩이를 잘못 헤집으면 자칫 부서지기 때문에 능숙한 전문가의 솜씨를 필요로 한다.
숯가마는 숯을 빼내고 하루 정도 열을 식혀야 작업을 다시 할 수 있는데, 가마 안에 남아 있는 열기를 ‘재활용’하는 것이 숯가마 찜질이다.
열기가 사그라지지 않은 가마터 옆으로는 바람 등을 막기 위해 파란 색 비닐 포장을 쳤다. 포장 안으로는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 뒀다. 20~30명 정도가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어두컴컴한 가마안에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땀을 흘리고 있다. ‘어디서 왔느냐’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밀집된 공간이다. 가마 열기를 조절할 수 없으므로 긴팔 소매를 준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배가 고프면 밖으로 나와 비 정도나 가릴 수 있는 허름한 공간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다. 숯과 불판은 공짜로 제공해준다. 삼겹살을 구입해 가는 것이 좋다. 육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찌개와 돌솥밥을 지어 먹기도 한다.
오후 6시까지만 체험이 가능하며 토요일에는 민박 손님에 한해서 연장(오후 7시-12시까지)시켜 주기도 한다. 재래적인 방법 그대로여서 편리하고 세련된 시설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또 주먹구구식이어서 친절도 많이 떨어진다.
■별미집&숙박 : 음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병지방 입구에 있는 사발소식당(033-345-0288)은 매운탕과 토속음식을 제대로 맛내는 곳이다. 참숯집 가는 길목에 있는 평범한 외관을 한 만판가든(033-342-0684)의 백반이 괜찮다. 또 횡성은 소문난 한우촌. 횡성 한우고기를 먹어본 사람은 그 맛에 반할 정도다. 코레스코 콘도 앞에 있는 장미산장(033-342-2082)은 횡성 한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곤드레 나물밥도 일미중 하나. 또 횡성읍 곡교리는 먹거리촌이다. 소문난 횡성한우를 싼값에 맛볼 수 있다.
횡성읍내에는 한우로 유명한 금강산(033-343-3377) 집이 알려져 있다. 그 외 등기소 근처에 있는 할머니 영양추어탕(033-343-1314)은 무쇠 냄비에 미꾸라지를 즉석에서 갈아 각종 야채와 버섯을 넣고 끓이는 강원도 전통 맛을 즐길 수 있다. 단 2인 이상만 가능하다. 군청 옆에 있는 안골 막국수(033-342-0006)는 고향이 평양인 친정어머니로부터 배운 평양냉면의 조리법을 이용해 색다른 막국수를 빚어낸다. 값은 3천5백원. 부드러운 메밀부침과 보쌈김치도 있다. 카페로는 횡성읍에서 외갑천 나가는 길목에 ‘저문강에 삽을 씻고(033-343-0125)’가 있고 횡성댐 가는 길목에 있는 ‘누가 살길래(033-345-8110)’가 운치 있다. 횡성자연휴양림(033-344-3391, www.hengseong-rf.co.kr)과 횡성온천(www.silkroadspa.co.kr, 033-344-4200)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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