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코로나19 쇼크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쪽 마켓은 활성화됐습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온라인 플랫폼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사람들이 점점 얇아지는 지갑 때문에 가성비상품을 찾게 되고, 자신도 직접 시장의 판매자가 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플랫폼 환경에 적응해 가는 거 같습니다.

국내 중고거래 앱의 투톱은 당근마켓번개장터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든 기업입니다. 얼핏 비슷한 사업 모델일 거 같지만, 확실히 두 기업의 전략은 다릅니다.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두 기업이 어떤 라이벌 대결을 펼치고 있을까요.

먼저 사업을 시작한 곳은 번개장터로 2010년 오픈했습니다. 이어 2015년 당근마켓이 출시됩니다. 성장세 면에서는 당근마켓이 앞섭니다. 성장세를 체점할 수 있는 지표로 월간 순수 이용자 수를 보면 되는데요. 당근마켓 측의 발표를 보면 1480만명 이용자가 101200만명으로 놀라운 점프를 했습니다. 개별 이용자별 통계도 놀랍습니다. 1인당 월평균 24회 방문했고, 하루에 약 20분 정도 애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근마켓은 2016년 첫 번째 투자를 받습니다. 스타트업계에서 투자 순번에 따라 시리즈A, 시리즈B 등 알파벳을 붙이는데요. 201613억원의 시리즈A를 시작으로 201868억원의 시리즈B, 2019년에는 400억원의 시리즈C를 유치합니다. 투자를 단행하는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는 당근마켓에 될성 부른 떡잎이 피어 있다고 판단한 건데요.

경쟁기업이자 시장의 선배격인 번개장터는 어떨까요. 지난 10월 순수 이용자 수는 288만명입니다. 당근마켓 1200만명 대비 25% 수준입니다. 그런데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는 번개장터의 가능성을 더 높게 치는 거 같습니다. 번개장터는 지난 3560억원 규모의 시리즈C를 유치합니다. 당근마켓의 시리즈C(400억원)과 비교하면 160억원이나 많은 금액인데요. 투자자들이 이러한 두 회사를 평가할 때 투자액수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요.

일단 두 회사는 조직의 구성면에서는 차이점이 없습니다. 총 직원수는 두 회사 각각 110여명 안팎입니다. 또 두 회사 모두 개발자 중심의 조직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직군 중 50% 이상이 모바일 기술 개발인력입니다.

하지만 당근마켓과 번개장터가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전략입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는 P2P(개인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자신들의 놀이터인 앱이라는 공간의 정체성이 다릅니다. 먼저 당근마켓은 주변 동네 이웃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근마켓의 경쟁사는 번개장터라기 보다는 지역 맘카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에서는 GPS 상 반경 6km 이내 동네 주민끼리 판매와 구매를 하도록 연결합니다. 당근마켓의 마케팅 슬로건은 당신의 근처입니다. 동네 주민끼리 거래이기 때문에 마치 배달의 민족 앱과 유사하게 평판 관리에 공을 들입니다. 이용자간의 거래 매너를 매너 온도라고 정하고 사용자가 평가하게 만듭니다. 매너 온도를 통해 신뢰도 높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보증해 주는 겁니다. 당근마켓은 동네가 화두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지역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가 전략 포인트입니다.

번개장터는 성격이 다릅니다. 경쟁사를 지역 맘카페 보다는 유통 플랫폼에 두고 있습니다. 번개장터는 당근마켓처럼 지역 설정을 해서 동네 거래도 가능하지만 언제든 전국 이용자와의 거래가 가능합니다. 아예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온라인 유통 플랫폼처럼 원하는 상품이 나오고 구매 가능합니다. 그래서 주로 구매 물품이 생활 중고보다는 명품의류나 아이돌 굿즈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 생활의 연결 보다는 취향의 연결이 번개장터의 핵심 전략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앱에서 득템을 하면 보물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생활에 밀접한 중고를 동네에서 거래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인데요. 이건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주는 포인트가 있어서인데요. 번개장터는 예측 가능한 상품을 구매하게 됩니다. 특정한 구매 목적이 있을 때 번개장터에 로그인을 한다는 겁니다.

사실 두 회사의 경쟁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당근마켓은 카카오가, 번개장터는 네이버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사내 게시판에서 출발한 당근마켓에 카카오벤처스는 201513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추가 지원을 했는데요. 이와는 반대로 네이버는 2013년 벤처투자사 프라이머로부터 번개장터의 전신인 퀵켓 지분 51%를 매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지분 인수 금액이 100억원대로 알려졌습니다. 퀵켓은 지난 2017년 사명을 지금의 번개장터로 변경했습니다.

두 중고거래 스타트업의 성장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그런데 성장요인이었던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중고거래 앱의 시장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튼 올해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 중고거래 앱은 당연 주목할 만한 시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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