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대·중소기업 공정경제 만들자]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현행 법체계에서 보상을 강제…사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우리가 무너지면 국가기술 자체가 버려지는 것
다윗과 골리앗 싸움서 버티고 있어

아이디어, 저작권, 산업재산원, 기술 등의 분야에서 권리침해를 당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의 갑질로 인해 오랜 기간 법적분쟁에 매달리거나 진실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중소기업계 현장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이에 중소기업뉴스가 재단법인 경청과 공동기획으로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기술도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CEO들의 현장 인터뷰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지난 2003년 창업한 비제이씨는 현대자동차와 5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미생물과 관련한 뛰어난 기술력으로 차량 도색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온 이곳과 현대자동차 사이에 기술탈취 관련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5. 끝없이 이어지는 법적 공방에 지칠대로 지쳤지만, 여전히 개발자와 중소기업의 권익을 위해 포기는 없다라고 다짐하는 최용설 대표를 만났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대기업의 기술 탈취

비제이씨는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 제거 기술을 보유한 환경기업이다. 2003년 문을 열어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양받은 비제이씨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창업과 동시에 현대자동차의 협력사로 일해왔으며 이곳에서 연구개발한 탁월한 성능의 미생물은 세계미생물학회에도 등재됐을 만큼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아왔다.

현대자동차와의 분쟁에서 문제된 비제이씨의 기술은 미생물을 이용해 자동차 도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페인트 찌꺼기, 시너와 같은 유해 화학물질을 정화하는 기술이다.

한마디로 유해물질인 VOCs(휘발성유기화합물)BTX(벤젠·톨루엔·자일렌)를 미생물을 통해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현대자동차에 필요한 이유는 공장에서 자동차 표면에 페인트를 도색하면서 발생하는 슬러지가 절대 방류해선 안 되는 치명적 유해물질이기 때문이에요. 저희 비제이씨의 기술은 집수조로 모인 오염물질을 분리한 뒤 캡슐화하고 미생물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분해하는 것입니다. 유해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전용 미생물을 발견하는 것과 이를 킬링제로 분해하고 캡슐화하는 것이 핵심이죠.”

이 미생물 정화 기술은 정부 연구기관이 오랜 연구를 통해 만든 기술과 동일한 수준의 고도 기술로써 비제이씨 연구진이 오랜 시간 연구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현대자동차가 그토록 오랜 시간을 비제이씨와 거래해온 이유는 바로 이 기술력이었다. 그러나 비제이씨는 현대자동차 내부에 설치한 자사의 설비와 장치를 되찾아오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거래가 끊겼고 현재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담당 직원이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간 저희가 현대자동차에 제공한 자료들을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 작성에 활용하고 현대자동차와 경북대 공동특허출원에도 활용한 점이 국정감사에서 큰 이슈로 논의된 적도 있습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저희와의 거래관계 중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희의 핵심 기술을 수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제공받았고, 저희 회사가 단독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미생물 3종을 저희 동의 없이 경북대에 전달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생물 정화 기술 끝까지 지킬 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비제이씨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그 결과 대법원에서는 20197월 현대자동차 및 경북대가 낸 공동특허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고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는 20168월 현대자동차에 3억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냈으며 경북대학교에도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조정권고안을 냈다.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최용설 비제이씨 대표

또한 특허청은 20187월 새롭게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되는 1호 사건으로 현대자동차의 비제이씨 기술 탈취 사건을 조사해 201812월 현대자동차의 기술 탈취를 인정하고, 현대자동차에 비제이씨가 입은 피해를 배상할 것을 통지하며 신규 미생물 생산 및 사용 중지, 폐기를 시정권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1차 신고에서 현대자동차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이례적으로 비제이씨의 재신고를 받아들여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민사 1심과 2심은 저희가 패소해 현재 대법원 상고 중입니다. 2019926일 상고장 접수 후 현재까지 진행 중이에요.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가 저희의 억울함을 헤아려 조정권고안을 냈으나 현행 법체계에서 보상을 강제하고 명령할 유사 사례가 없다는 것이 저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맞닥뜨린 난관도 많았다.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오직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제조사만 하도급업체로 인정을 받기에 비제이씨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표적. 게다가 대법원에서 승소한들 또다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정 공방이 예상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회사는 고사 직전에까지 이르렀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용설 대표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사업을 운영할 수 없어 직원 대부분을 내보내고 재무제표상 자본은 잠식 상태에 이르렀지만, 미생물 균주로 환경 분야 신기술인증을 획득했으며 베트남과 쿠웨이트에서 비제이씨의 미생물 기술력을 인정해 잇단 러브콜을 보내오는 등 점점 높아지는 개발자로서의 자부심이 그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은 우리가 개발한 세계적인 균주에서 비롯됩니다. 정부 연구기관의 기술을 이양받은 우리가 무너지면 국가기술 자체가 버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죽기 살기로 버티는 거지요. 더불어 몇 년 전 환경포럼에서 뵌 카이스트 총장님의 말씀이 큰 힘이 됐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그분께서 저를 찾아와 손을 꽉 잡으시더니 존경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의 수많은 과학자가 1년에 발명하고 개발하는 기술이 수백 개지만 태반이 사회에 알려지거나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기술을 갖고 베트남, 쿠웨이트를 뛰어다니는 걸 보고 과학자로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최용설 대표가 잠시 말을 멈추고 호흡을 고른다. “제가 왜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버티고 있는지 이 이야기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정리=이권진 기자
자료제공=재단법인 경청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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