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의 싸움 장기전 예고
사회적 거리두기 갈수록 강화
中企·소상공인 버틸 여력 바닥
생업 지원할 촘촘한 대책 시급

얼마 전 이탈리아에 있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긴 지옥이에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요. 치료도 못 받고, 감염 위험 때문에요. 식당도, 카페도 닫았어요.”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록다운은 공포다. 만나도 요란스레 볼을 부비고 볼 키스를 하는 사람들인데, 접촉을 하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그 후배가 하는 일은, 그저 수퍼에서 빵과 물을 사오는 게 고작이다.

마치 유배생활 하는 것 같아요.”

나는 그에게 매일 빵과 파스타를 먹을 수 있으니 부러운 일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 그는 쓰게 웃었다.

치사하게도, 나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9일부터 수도권 등에 1.5단계 거리두기 격상조치가 발표됐다. 심리적으로 2단계가 아닌게 어디냐고 위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내 거리두기를 더 강화하는 정도다. 이미 우리는 봄부터 이 상황을 겪고 있다. 나름대로 지혜롭게 그림을 읽고 있다. 언론의 댓글을 보면, 차라리 강력한 3단계를 해서 방역을 밀고가는게 어떠냐고 말한다.

아예 2주 정도 전국민 록다운해서 확실히 잡은 후 개방하자는 말도 나온다. ‘의학적·방역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전국민 자가격리 2주면 거의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하게 위험도가 격상되는 걸 피하면서 생업과 경제를 굴려왔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방역이라고들 생각한다.

, 가을 위기에 가게나 회사 매출이 몇 십 퍼센트씩 빠졌지만 금세 거리두기 완화로 돌아섰다. 이게 얼마나 다행인가. 2단계 이상의 고강도 거리두기는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다. 말은 좋지만, 피해가 극심하다. 코로나와 싸움은 장기전으로 봐야 한다. 한 방에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미 경험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슬슬 피해가면서, 조였다 풀면서 끌고 가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최선.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 정도의 태도.

역사적으로 역병은 수없이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역병 창궐로 왕가조차 전염돼 국정이 마비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유럽의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을 떠올려보라.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별다른 방어책도 없었다. 심지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당했다. 마스크가 있을 리 없었고, 치료약이나 예방약은 당연히 없었다. 인류는 그런 시련을 거치면서 여기까지 왔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최근의 신종플루, 메르스, 사스 같은 전염병 공포를 떠올려 보라.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우리는 대처 방안을 가지고 있다. 적절하고도 유연한 방역, 국민의 인내심이다. 곧 개발돼 나올 백신과 치료약 같은 것들을 만드는 의료적 역량도 믿어보자.

코로나로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있지만, 대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상업은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돈 백 만원에서 수 백만원 정도 지원 받아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도 많다. 예산은 한정돼 있지, 피해 업종 종사자와 업주들은 많지, 정부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원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다. 응급과 보편적 지원을 병용하는 듯하다. 당장 지원하지 않으면 쓰러질 대상에 최소한의 생존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이 응급이다. 보편적 지원은 업종 전반에 소액씩 나눠서 피해를 일정 정도 메우는 방식을 말한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국회는 긴급 예산 편성에 적극 호응하고, 정부는 가용한 예산을 얼마나 쓸 수 있을지 촘촘하게 준비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끝날 일이 아니어서 그렇다. 이렇게 한번 만든 선례는 나중에 요긴하게 쓰인다. 힘들지만, 우리는 조금 더 버틸 힘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연말이 오진 않았지만 요식업의 경우 올해 가결산을 해보니, 참담하다. 봄가을 2회의 대타격이 있었다. 게다가 12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외식업 최대의 호황이 바로 12월 아닌가. 다시 우울해진다. 그래도 힘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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