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올 한해 중소기업계는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인다면 경쟁력도 살아나겠지만, 그럴만한 여건이나 의욕이 자생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나 보다.
상품을 만들어도 사 주는 곳이 줄어들고, 마진폭도 살얼음처럼 얄팍해진데다가 같은 업계끼리도 서로 경쟁하다 보니 너나할 것 없이 몸과 마음을 고달프게 움직여야 했다. 우리 모두가 마음을 좀더 열었으면 조금은 위안이 될것도 같다.
나 자신도 중소기업계에 종사하면서 올 한해를 뒤돌아 본다.

새로운 선례 만들어야
과연 중소기업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열어왔던가. 온갖 이해관계와 갈등을 가진 기업인들에게 어떻게 임해 왔던가. 수많은 정보와 제도, 법령이 있지만 중소기업 지원기관에 문을 두두린 기업인들이 얼마나 다급했으면 찾아왔을까. 모두들 사연과 기대를 간직한 채 방문했건만, 실제로 마음을 열어준 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깊게 건드린 것 같다.
제도나 여건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우선 법령이나 제도, 관행 등에 연연해 걸리는 것이 없는지부터 살피고 웬만하면 기존틀에 준해 생각하는 과정이 몸에 배었었던 것 같다. 그분들 마음을 흡족하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려는 노력이나 최소한의 시도도 뒤로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서로간에 마음과 마음은 닫혀지고 점점 멀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풍나무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듯 나의 조직과 자리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 멀어진 마음은 시간흐름에 따라 퇴색되거나 잊혀져서 인지 조직의 속성상 나는 질책받지 않는다. 아마도 나에게서 멀어져 갔던 기업인들은 지금쯤은 실망감으로 내 이름과 얼굴과 자리와 조직을 영영 뇌리에서 지워버렸을지 모른다.

기업인들 마음에 희망을
경제가 어렵고 중소기업이 어려운 이유를 굳이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런 업무처리 행태나 관행도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된다.
사실 기업현장이나 기업인들을 접해보면 기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론적인 원칙성과 현실적인 탄력성이 올바른 가치판단 속에서 수없이 요동친다. 기업하기 위해서는 양자가 매순간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 같은데, 어느 쪽을 우선시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나 기업인의 신뢰도 좌우된다.
분명 나는 지금까지 이론적인 원칙론에 치우쳐 왔다. 새로운 시도나 모험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인의 마음은 현실적인 탄력성을 선호하한다. 탄력성은 중소기업의 생리처럼 발빠르게 움직여서 생존경쟁의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현실을 단숨에 벗어버리기는 쉽지 않다. 지금 중소기업은 많이 어려운 것 같다. 나를 조금만 생각하고 기업인을 많이 생각한다면 좀 나아질 것도 같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조금씩 뒤로 하고, 열린 마음과 첫 나들이의 선례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각종 중소기업 지원제도는 필수적이지만, 지원업무 담당자의 마음가짐이나 실제 행태도 적극적으로 변했으면 더욱 좋겠다. 평소 기업인의 어려움은 잘 알면서도 열린 마음으로 풀어주기는 어렵다는 이론에서 조금만 양보하거나 풀어주려는 시도로 전환되면 더더욱 좋겠다.
기업인의 입장과 마음에서 조금만 생각하고 이해주면서 충분히 설명해 주었으면 너무나 좋겠다.
2005년에는 우리 모두가 열린마음과 우리정신으로 다가섬으로써 기업인들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차기를 기대한다.

안 민 섭
한국홍보상품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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