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 최준혁 순천향대학교 교수
연말이면 기업마다 단골행사 보여주기식 행사는 이제 그만
가치·지속가능성 창출이 중요 업체별로 공헌활동 달리해야

최준혁 순천향대학교 교수

연말이다. 늘 그래왔듯이 많은 기업들이 김장 담그기 행사를 한다. ‘사랑의 김장 담그기’, ‘나눔의 김장 담그기등의 이름이 붙었다. 필자는 연말의 사회공헌활동으로 김장 담그기를 하는 두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기업은 김치생산업체로 이 행사를 위해 배추 판로에 애를 먹고 있는 농가와 직접 접촉해 김장에 필요한 각종 재료를 구입한다. ,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초청해 자녀와 함께 김장을 직접 담구는 체험이벤트도 마련하며, 이 가족들이 만든 김치의 일부는 소외계층에 보낸다.

여기, 김장을 담그는 B기업도 있다. 이 기업은 무기를 만드는 방위산업체다. 매년 겨울이 되면 이 기업의 임직원은 모두 모여 김장을 담근다. 대표부터 갓 입사한 사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김치를 만든다. 대표님이 솔선수범을 보이니 누가 하나 빠질 수 없다.

AB기업 모두 실재하는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사회공헌활동에 열심이며, 공헌활동의 하나로 김장을 담구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어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더 큰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을지는 쉽게 판단하리라. 총과 탄환을 만드는 무기생산업체가 왜 김치를 담그는가?

이제 우리 기업들도 좀 더 정교하고, 좀 더 세련된 사회공헌활동을 할 때다. , 기업 스스로에게나 우리 사회에게 더 큰 의미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공헌을 해야 한다. 사회공헌활동은 순수해야 하므로 계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그만 하자. 이왕 공헌활동을 하는 김에 사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이 더 좋지 않은가?

김장을 담그는 두 기업, 김치생산업체와 방위산업체의 공헌활동이 달리 보인다. 두 기업의 김장 담구기 모두 최소한의 사회적 가치는 갖고 있다.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김치를 사회의 소외계층이 먹을 테니까. 그렇지만, 이 김장 담그기 행사가 두 기업의 지속가능성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는 완전히 다르다.

김치생산업체의 김장 담그기는 많은 가치를 갖고 있다. 우선, 배추 판로 때문에 고심하는 농가와의 관계를 사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향후에 배추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쌓을 수 있다. 온 가족이 김장을 담굴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함으로써 마트의 김치 판매대에 있는 수많은 김치브랜드 중에서 우리 김치를 선택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어머니 혹은 아버지에게 우리 브랜드를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체험에 함께 한 자녀들, 즉 미래의 잠재고객이 우리 김치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기를 만드는 기업의 김장 담그기에서는 별 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기업의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혹은 보도자료에 쓸 수 있는 사진 한두 컷 만드는데 기여할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사진 한두 컷 얻자고 억지로 동원한 사원들의 불만도 커져간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 혹은 개인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미션이나 비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아이템을 사회공헌활동의 테마로 활용해야 한다. 그 아이템은 우리 기업의 현재 및 잠재적 부의 창출과 관련 있는 것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우리 기업 혹은 기업의 구성원이 그 아이템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이윤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할 때다. 그런 사회공헌활동을 해야 기업 구성원의 공헌활동 참가도 이끌어낼 수 있다. , 그래야만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

연말이다. 늘 그래왔듯이 올해도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할 것이다. 어떤 기업은 어김없이 김장을 담글 것이다. 빨간 김치양념으로 버무려진 배추들 사진 찍기에는 참 좋은 재료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김장 담굴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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