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부진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았던 2004년.
그동안 제조업 기반이 극도로 취약했던 광주·전남 지역은 지난 한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삼성전자의 세탁기와 에어컨 생산라인이 광주로 옮겨오고 기아자동차의 광주공장 생산라인이 크게 확대되면서 산업기반이 취약한 지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 시작했으며 광기술원이 문을 열고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것을 예고했다.
또 여수산업단지과 광양항이 전남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목포도 신외항을 열고 본격적인 서해안시대 준비에 나섰다.
특히 수원에서 이전돼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매출액만도 지난해 3조원에 달한데다 1천명 수준의 신규인력이 채용돼 이 지역 실업난 해소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 30여곳의 협력업체까지 이전하면서 고용인원은 3천명 안팎에 달했으며 최대 1만여명의 경제활동 인구 창출효과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아차도 신차인 스포티지가 9월에 출시되면서 1천명의 신규채용이 이뤄지는 등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공장 이전과 생산 확대에 의존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1~9월 경제고통지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어음부도율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한 광주가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의 생산호조와 지역경제의 체감 경기와는 차이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내수 부진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비율이 높은 광주·전남 지역의 경제 사정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힘들었다.
광주·전남 지역의 중소기업인들은 원자재가 급등·내수 부진·환율 하락의 충격을 별다른 완충장치 없이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에어컨 부품을 생산하는 S사 사장은 “올해 초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모기업에서는 오히려 10% 이상의 단가인하를 요구했다”며 “요즘 같아선 정말 중소기업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전남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업을 운영해온 중소기업인들의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이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중소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이전하면 수십개의 협력업체들도 함께 옮겨오기 마련입니다. 기술력이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기존의 협력업체들과 또다시 경쟁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S사 공장장은 “대기업 납품을 위해선 제품의 개발 초기단계부터 참여해야 하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이 기존 협력업체를 제치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싶어도 당장 직원들 월급 주기도 힘든 형편에 투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대규모 공장을 지으면서 땅값이 크게 올라 중소기업들은 공장용지를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자체 기술개발에 성공해 지난해 내수부진 속에서도 매출이 크게 오른 H사 사장은 “삼성전자 이전 이후 공장 용지가 크게 부족해 졌다”며 “공장 부지를 구하지 못해 밀려드는 주문을 모두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이전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역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인은 “지난해 광주의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내수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그러나 대기업을 비롯해 수출 등으로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지역내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등 지역 경기가 양극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 중소기업들은 새해에도 경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회가 지역 중소기업 102곳을 상대로 조사한 ‘2005년 중소기업 체감경기’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업황(경기전반)에 대한 건강도지수(SBHI)지수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83.5를 기록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회 관계자는 “삼성전자·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라인 증대효과로 한동안 중소기업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였는데 내수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런 긍정적 효과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설명 : 광주전남지역은 최근 대기업 생산시설의 이전으로 경제전반에서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그 혜택이 지역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진은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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