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회사의 연이은 부도와 주력 업종인 섬유산업의 쇠락으로 대구·경북지역은 그 어느해 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특히 첨단 IT 기술 위주의 대기업과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 경기 양극화는 점차 심화돼 체감 경기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체감경기 ‘최악 ’= 지난해 단일공단으로는 처음 수출 200억 달러를 달성한 구미공단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80%의 수출물량은 대기업이 차지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휴대폰, 디스플레이 업종으로 이들을 제외한 섬유나 기계업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
1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424개사로 전기전자(142개), 섬유의복(86), 기계(83), 비금속 (45), 석유화학(25), 종이목재 (19) 등. 이 가운데 심각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거나 업종변경, 건물 임차 등으로 소유권이 변경된 업체가 90개사에 이른다.
C섬유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경쟁력을 상실한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고 근로자도 30%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며 “35년 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정은 대구 성서공단도 마찬가지.
지난해 3·4분기 기준 성서공단의 평균 가동률은 69.4%로 바닥수준을 나타냈고 석유화학(61.2%), 섬유(63.5%), 음식료(64.2%) 업종 순으로 불황이 심화되고 있다.
또 지난해 말 대구광역시 산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자동차 (17.9%), 고무 및 플라스틱(12.4%) 업종 등이 호전됐으나 섬유제품(-10%), 화학제품(-43.7%), 기계장비(-6.8%) 업종은 감소해 2003년 보다 평균 2.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S사장은 “기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경기침체가 워낙 심해 연말분위기를 즐길 수 없을 정도였다”며 “올 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기업들마다 불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컴퓨터 유통업에 종사하다 택시운전에 뛰어든 30대 K씨는 “대구경기는 섬유와 건설이 좌우하는데 대형 건설사들의 부도와 저가 중국산 제품에 밀린 섬유산업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대구 경기는 이제 죽었다”고 밝혔다.
성서공단에서 공장임대 및 매매 전문 중계업을 하고 있는 A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임대공장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며 “경기가 나쁘다 보니 공장평수를 줄이면서 짜투리 땅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싸고 허름한 곳 만 찾아 실제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적 인프라 구축 시급= 극심한 섬유산업의 불황속에서도 첨단기술개발로 돌파구를 찾은 중소기업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주)보우(대표 김복룡)로 산업용 섬유제품 분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려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엔드리스 펠트(endless felt)’와 부직포. 1988년 이 분야에 뛰어든 (주)보우는 25mm 두께와 축간거리 6m의 펠트 생산이 가능해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펠트를 제조하는 회사로 명성이 높다.
김복룡 대표는 “불황에 연연하지 않고 산업용 섬유와 환경산업용 제품에 지속적인 기술개발·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4년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로 시작, 국내 전자업체중 처음으로 TFT-LCD용 BLU(Back Light Unit)로 주력제품을 전환한 희성전자(대표 류철곤)는 LCD산업의 호황을 예견하고 지난 97년 선 투자를 시작한 경우.
성서공단에 자리잡은 희성전자는 99년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해 세계 최대규모의 BLU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소형 TFT-LCD 모듈 사업에도 진출,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이 회사 류철곤 대표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PDP · 유기EL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사업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첨단산업 육성과 산업별 클러스터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히는 (주)메트로닉스 김병균 대표는 “대구가 살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부가가치 높은 업종별로 스타기업을 만들어야 젊은 사람들이 대구에서 기업을 하겠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강조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우수한 인적 인프라를 유치할 대책마련을 주장했다.

◇사진설명 : 극심한 내수 침체로 대구 성서공단에는 공장임대를 알선한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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