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경제가 극심한 내수부진 속에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생산성이 정체를 보이는 등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행정수도 위헌결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연초부터 이어진 원자재난과 함께 고유가, 자금난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대전산업단지협회에 따르면 2004년 3·4분기까지 대전1·2산업단지내 근로자수는 총 4,65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4,280명)보다 372명이 줄었다.
또한 3·4분기까지 산업단지내 전체 생산량은 1조120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1조603억원 보다 6%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세업체가 밀집한 1단지의 경우 3,099억원으로 전년동기(3,536억원)보다 12%나 감소했으나 그나마 2단지가 2003년 7067억원에서 15% 증가한 8,102억원을 기록, 생산성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산실적은 작년 생산목표액 1조7,259억의 65%에 불과해 원자재가 상승과 내수부진 등이 지속된다면 폐업위기에 몰릴 중소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전지역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다수 영세중소업체들이 내수침체로 문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특단의 중소기업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연쇄부도 사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다름 아닌 자금난. 물론 경기침체로 자금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지만 지역 시중은행들의 돈줄 죄기 또한 타지역에 비해 심하다는 게 지역 중소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은 대전충남본부가 최근 발표한 대전·충남지역 경제동향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9월까지 지역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1,169억원이 이뤄져 전년 같은 기간 1조34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지역 중소기업이 매월 평균 1,115억원의 은행돈을 빌려 썼다면 지난해에는 이 보다 훨씬 낮은 130억원을 쓴 셈이다. 이처럼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위축된 데는 중소제조업과 서비스업 부진이 심화돼 은행들이 부실을 우려, 여신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전산업단지내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몇년전만 해도 2-3억원 정도는 신용대출 받았지만 요즘은 5천만원도 어림없는 상황”이라며 “대출금 만기가 돌아오면 무조건 상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특히 “예금이 꽤 있지만 예대상계는 꿈도 못꾼다”며 “설령 예대상계를 해도 기존대출금 때문에 또 다시 적금을 들어줄 수밖에 없어 오히려 자금사정이 악화된다”고 덧붙였다.
원자재난 또한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주물공장을 경영하는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원자재가격이 2배 이상 올라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차라리 공장을 멈추고 휴업을 하는 게 돈 버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지역제조업의 부진과 함께 비제조업분야의 불황은 지역경제를 빈사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제조업이 대전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불과한 반면 도소매 및 유통산업이 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중 대전과 충남지역 제조업 체감경기는 내수부진 등의 영향으로 BSI가 74에 머물러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비제조업체의 불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경기침체로 인해 건설업체 감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BSI는 61이었으며 소비부진으로 도소매업 BSI는 28을 기록하는 등 지난 2001년 업황BSI 관련 지역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이었다. 헌재의 ‘행정수도 위헌 결정’으로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도소매업 역시 경기부진으로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 지난해 11월에는 전년의 60~70%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새해 경기전망까지 어두워 지역경제에 주름살이 더해질 전망이다.
신용보증기금 충청지역본부가 최근 1700여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05년 1·4분기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경기전망 실사지수(BSI)는 지난해 4·4분기 90보다 하락한 79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전과 충남지역 기업들은 전국 평균 경기전망 BSI 79보다 낮은 73으로 전망, 지역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타지역에 비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산단 중소업체 관계자는 “내수침체가 심각해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도 경기회복은 요원할 것”이라면서 “대전지역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책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대전지역경제가 제조업 부진과 함께 비제조업분야의 불황까지 겹쳐 빈사상태에 빠져 들고 있다. <사진=오명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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