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눔 칼럼]조경진(단국대병원 전문의 부교수)
코로나 확산 탓 해외 방문 진료길 막혀
현지서 사진 전송 받아 원격진단 실시
새 감염병 대비, 비대면 진료정착 시급

조경진(단국대병원 전문의 부교수)
조경진(단국대병원 전문의 부교수)

필자는 2011년 캄보디아 의료봉사를 떠나 개안이나 백내장 수술을 도왔다.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그곳을 방문해 진료하고, 백내장이나 익상편 수술 등을 시행해주고 온다. 20191인당 국민총생산 1694달러인 캄보디아는 일반인들이 안과의사를 만나는 일은 정말 어렵다. 그나마 현지 안과의사라고 해도 우리나라처럼 4년간의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정식 전문의는 아니고 의과대학을 나오고 안과 클리닉에서 배우고 개원을 하는 형태라서 백내장 수술 등 안과 수술을 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현지의 백내장수술 비용을 알아보니 우리나라 백내장 수술시 환자가 지불하는 비용의 3~4배였다. 일인당 국민총생산은 우리나라가 20배 높은데 백내장수술 비용은 캄보디아가 3~4배 높으니, 현지인들은 백내장이 있으면 그냥 실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기에는 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국인 선교사가 설립한 헤브론병원 안과에서 진료를 하고 백내장 수술을 했다. 이곳은 인구도 많고, 환자들의 접근도 비교적 용이한 편이었다. 최근에는 수도 헤브론에서 6시간 떨어진 바탐방이라는 지방도시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실명예방재단과 충청남도의 지원을 받아, 충청남도 의사회 내과,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등의 선생님들과 함께 시골마을로 다니며 진료 및 처치, 약처방, 그리고 백내장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안과진료소와 거리가 먼 시골마을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수술을 해줘야하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의료봉사 방법이 필요했다. 백내장 등 안질환 진료를 위해 필요한 휴대용 세극등카메라를 단국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과 공동으로 개발해 현지를 돌면서 사진을 저장하고, 진단해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만 진료를 할 수 없는 필자이기 때문에, 휴대용 세극등카메라를 현지 의료진에게 교육하고, 시골마을에서 환자들의 눈을 촬영하고, 사진을 전송받아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환자들을 선별해, 우리 의료진이 현지에 갈 때 현지 진료소로 오게해 직접 정밀검사 후 백내장 수술을 시행했다. 이러한 방법은 안과의사를 만나기 쉬운 우리나라에서는 불필요하겠지만, 캄보디아와 같은 저개발국가에서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 의료진이 캄보디아를 방문해 백내장수술을 해줄 수는 없지만, 현지에 있는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전송받고, 확실히 진단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충청남도의사회를 통해 현지로 보낸 약품(내과약, 안약 등)을 이용해 치료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자. 코로나는 바이러스 자체가 일으키는 호흡기질환도 문제이지만 환자들의 의료시설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모두가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거리두기를 하지않는 집단이 있다. 바로 의료진과 환자들이다. 지금도 안과의사들은 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들과 30이내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진료한다.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아이템은 마스크 뿐이다. 이번 주만 해도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단국대학교병원 안과 의료진 2명이 감기증상이 있어서 코로나검사를 받고 음성판정을 받았다.

필자도 KF94마스크와 덴탈마스크 2개를 착용하고 하루 종일 환자들과 떠들고 나면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 때가 많다. 의사들에게 원격진료는 매우 부담스러운 개념이다. 대면진료에서도 혹시라도 놓치고 실수할까 노심초사하는데,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의 건강문제가 잘못될 것을 우려하는 것은 의료진만의 염려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도 더 강력한 감염병이 발생한다면, 정말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의료진, 의료기기 회사, IT 회사 등이 이에 대한 준비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비대면 진료 준비와 실시는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전문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환자들은 원격진료를 통해 대형병원으로 더 환자가 쏠릴 수도 있고, 오진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의료선진국이자 IT 강국인 우리로서는 새로운 의료적인 문제에 직면한 지금,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 백신과 바이러스 치료제가 가장 시급한 의료적 이슈이겠지만, 이것은 언제든 새로운 감염병 출현으로 바뀔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언택트 시대에 필요한 의료봉사 의료환경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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