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NC 프로야구 첫 통합 우승

코로나 때문에 프로스포츠 경기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우승컵을 차지한 한 구단 소식은 언론매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그것도 구단주에 대한 이야기가 스포츠면을 넘어 일반 경제지면까지 연일 이슈입니다.

지난달 24일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결국 NC가 통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NC가 창단 9년 만에 첫 통합 우승을 달성한 건데요. 감격의 순간 선수, 감독, 코치진이 얼싸안으며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NC 다이노스 구단주이자 엔씨소프트 수장인 김택진 대표입니다.

NC의 창단 첫 통합 우승으로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와 김택진 대표가 여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건데요. NC가 창단 이후 그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 데에는 김 대표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소문난 야구광입니다. 특히 유년시절부터 유명 야구 만화 거인의 꿈을 보며 야구에 대한 관심을 키운 그는 담벼락에서 혼자 커브볼 피칭 연습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습니다. 통합 우승 이후 인터뷰에서 그는 만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엔씨소프트가 2010년 프로야구 구단을 창단할 때만 해도 모기업의 파워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프로야구 구단을 둔 모기업은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 집단에 있는 으리으리한 기업들입니다. 수익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손실이 나도 감당이 될 멧집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NC가 첫 창단할 때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6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구단은 해마다 최소 2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하니 김택진 대표가 자신의 꿈 때문에 모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김 대표는 당당했습니다. 그는 내 재산만으로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이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꿈꾸는 꿈의 구단이 9년 만에 이뤄진 겁니다.

NC 다이노스와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닮은 꼴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수년간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PC에서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의 변화 등 다양한 악재와 싸웠습니다. 그리고 국내 게임 업체 1위로 성장했습니다. 꾸준히 자기가 할 일(게임개발)에 노력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올렸습니다. NC 야구단도 중장기 투자로 1위를 달성한 또 하나의 결과입니다.

NC는 마치 기업경영처럼 일사불란하고 직책별 역할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관리됐습니다. NC는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단장과 감독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나눴습니다. 단장은 프런트이자 최고 책임자이지만 감독은 현장의 최고 책임자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의 역할과 책임을 존중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이었습니다.

특화된 팀도 만들었습니다. 가령 NC는 창단 초기부터 데이터 전문가로 구성된 데이터 팀을 설치했는데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야구를 수학과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한 겁니다. 이러한 점은 게임기업의 DNA가 담긴 거 같습니다. NC의 팀 명칭은 공룡(다이노스)이지만 공룡 조직은 아니었기에 우승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어 엔씨소프트가 구단을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구단을 향한 자금 지원일 겁니다. NC2015년 야수 박석민을 4년간 총액 96억원으로 영입합니다. 당시 역대 최고 대우였습니다. 2018년에도 자유계약(FA) 최대어였던 포수 양의지를 4년간 125억원을 주고 두산 베어스에서 스카웃했습니다. 양의지 선수는 이번 시즌 포수 최초로 30개 홈런과 100타점이란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투자한 만큼 보답을 해주고 있는 겁니다.

NC는 창단 9년차로 경쟁 구단보다 젊지만 강팀입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습니다. 최근 7년간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과 키움에 이어 3번째로 승률이 높을 정도입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과 확고한 운영철학 그리고 선수들의 열띤 경기력이 3박자를 이루며 이번 시즌 우승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NC 다이노스가 우승을 하면서 들어올린 것은 우승컵 말고도 있었습니다. 바로 집행검세리머니를 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집행검 모형을 들어 올린 건데요. 이건 가장 강력한 무기로 게임 이용자 사이에서 1억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에 거래되는 아이템인데 이날 선수들이 집행검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인 상태로 NC의 주장이자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아 올렸습니다.(사진) 정말 꿈이 현실로, 게임과 같은 승리가 프로야구 역사에 새롭게 기록이 됐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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