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성능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업체들의 ‘車 업그레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형·중형·대형의 통념적 세그먼트가 허물어지는 ‘차급 파괴’ 바람이다.
소형차 모델을 리뉴얼 해 준중형으로 올리는가 하면 배기량을 키운 중형차에 최고급 옵션들을 추가해 대형차 시장을 넘보기도 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배기량과 차체 크기 등을 기존 차량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신차들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차가 오는 3월 선보일 리오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JB)는 배기량 1천400㏄와 1천600㏄의 두 가지 모델로 나오는데 이는 1천300㏄와 1천500㏄로 나뉘었던 리오보다 각각 100㏄ 커진 것이다.
소형이나 준중형 급에서는 배기량이 100㏄만 늘어나도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름이 ‘프라이드’로 정해진 JB는 크기에서도 리오(축거 2천410㎜, 전폭 1천680㎜)보다 상당히 커져 준중형급의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아 측은 말한다.
내년 4월 현대차에서 나올 그랜저XG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TG)도 ‘차급 파괴’의 사례로 꼽힌다.
우선 그랜저XG는 2천cc, 2천500cc, 3천cc 3종인데 비해 TG는 2천700㏄와 3천300㏄ 2종으로 배기량면에서 대형차급으로 격상된다.
게다가 TG에는 현대차의 ‘히든카드’인 최첨단 6기통 람다엔진이 장착돼 기존의 그랜저XG보다 최고 출력(25%), 연비(5%) 등이 크게 향상된다.
현대차는 TG 3.3으로 세계시장에서 렉서스의 인기모델 ES330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가 지난 9월 출시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F쏘나타도 같은 맥락에서 개발된 신차다.
1천800㏄와 2천㏄만 있었던 EF쏘나타가 표준적인 중형차였다면 2천㏄와 2천400㏄의 신형 세타엔진이 탑재된 NF쏘나타는 ‘프리미엄급 중형차’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특히 2천400㏄ 스포츠세단 모델인 쏘나타F24S의 경우 성능 면에서 한 단계 위의 그랜저XG 2천500㏄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일선 영업현장에서 ‘판매간섭’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기아차가 지난 2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1천㏄급 소형차 ‘모닝’도 경차의 결점을 대폭 보완한 ‘유럽형 경차’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기량 기준 초과로 각종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대신 경차보다 차폭이 100㎜ 가량 넓어져 실내 공간 편의성이 높아졌고 출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사이드에어백, ABS 등 유럽 소형차 수준의 안전성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져 웬만큼 성능이 개선돼서는 구매유도 요인이 될 수 없다”면서 “요즘 나오는 신차들은 대부분 종전의 한 단계 상급 모델 정도의 성능을 갖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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