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16개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지난 9일 호소문을 발표했다. 최근 정부가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의 종료를 발표한데 이어, 국회에서 ILO 비준을 위한 노조법 등 다수의 반기업적 입법이 추진되면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우선, 올해말 계도기간이 끝나고 내년부터 중소기업에 전격 시행되는 주52시간제도가 문제다. 중소기업의 39%가 아직 도입 준비가 안 된 상황이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6개월 확대, 선택근로제 3개월 확대(연구개발업무 등)를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돼 한숨은 돌렸지만, 이것만으로는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의 코로나 상황과 불가피한 업종의 특수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뿌리산업은 설비 가동의 중단이 어려워 밤낮 2교대로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3교대로 바꿔야 하는데, 추가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구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부족한 인력을 메꿔주던 외국인근로자 마저 코로나로 입국이 제한되면서 공장 가동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조선·건설·기계설비 등의 업종은 야외작업이 많아 날씨에 영향을 받는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납기를 맞추는 게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이들 불가피한 업종에 대해서는 최소한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라도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옳다. 나머지 업종도 컨설팅을 강화해 작업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유도하면서, 처벌이 아닌 시정·지도를 해야 한다.

또한, 연구개발업무(R&D) 등에 한정돼 확대된 선택근로제는 그 대상범위를 여타 기업 운영업무까지 넓혀야 한다. R&D업무 외에도 수시·집중업무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금 같은 획일적인 주() 단위의 근로시간을 고집하기 보다 일본처럼 월·연 단위의 연장근로한도를 정해 기업이 노사자율로 활용토록 제도를 고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이번 노조법 개정의 경우 가뜩이나 노측에 기울어진 노사관계를 더욱 노측에 쏠리게 할 우려가 크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비종사자의 사업장 출입 용인,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등이 그렇다. 이같은 조치들로 인해 중소기업의 노사관계가 불안해지고 기업의 경영활동 및 투자의욕이 꺾일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위해 쟁의행위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입법보완이 절실하다.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일자리의 83%를 책임지고 있다.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들 삶의 터전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 이제라도 중소기업인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경영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노동 리스크를 줄이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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