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中企 500곳 조사 … 지원금·세제혜택 호소
주52시간제·중대재해법·신용등급하락 ‘발등의 불’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생산업체에서 금형제작기계들이 멈춰서 있다.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부품생산업체에서 금형제작기계들이 멈춰서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 되면서 중소기업계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달 사이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연이어 격상되는 와중이다. 올해 내내 이어지는 매출 감소세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일부 소상공인의 줄폐업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9일 정부가 최대 2000만원을 빌려주는 소상공인 긴급대출’(2% 고정금리·대출기간 5)을 긴급 시행했다. 하지만 온라인 신청 첫날 5~6시간 만에 한도가 모두 소진되자 신청을 준비했던 소상공인들은 허무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에 따르면 소상공인 긴급대출에 약 2만명이 몰리며 준비한 예산 3000억원이 모두 소진됐다. 그만큼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지난 11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1년 경영계획 조사결과에서도 악화일로에 직면한 업계의 현실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내년 경영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한 곳은 10곳 중 1곳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21년 새해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중소기업계에 희망의 불씨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계는 2021년 핵심 경영전략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 대비 리스크관리 강화(53.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사업운영자금의 안정적 확보(42.4%) 신규거래처·판로 발굴(38%) 등이 뒤를 이었다.

2021년 예상하는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내수부진(매출감소)’64.4%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인건비 상승’(38.0%), ‘업체간 과다경쟁’(22.4%), ‘자금조달 곤란’(15.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중소기업계는 올해 코로나19 대응 관련 유용했던 정책은 긴급재난지원금(45.4%) 세금 및 4대보험 등 감면·납부유예(35.2%) 중소기업 대출 확대·만기연장(32%) 고용유지지원금(30.4%)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각종 지원금 등 대책을 강구함과 동시에 세제혜택 등 운영비용을 줄여줘야 그나마 숨통을 틔워줄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계도기간 연장·예외인정 절실

중소기업계는 당장 챙겨야 할 3대 현안으로 52시간 현장애로 해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고 중소기업 별도 신용평가 등급 마련 등을 꼽고 있다.

지난 9일 중기중앙회를 비롯해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등 16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와 같은 중소기업계의 입장과 호소문을 발표한 것도 2021년을 새롭게 준비하면서 우선과제로 챙겨야 할 사안을 선별한 것이다.

특히 내년 11일부터 계도기간 연장 없이 주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계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0여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울산에 있는 한 조선업 관련 중소기업의 A대표는 야외작업이 많아 비오고 강풍이 있으면 작업이 어려우므로 기업 스스로 인위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최근 전세계적 컨테이너선박 부족 현상으로 내년 본격적인 주문 폭주가 예상되고 있으나 주52시간제 규제의 한계로 생산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호소했다. 무엇보다도 A대표는 가장 시급한 것은 계도기간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주요 광산에서 석회석을 채취해 가공·납품하는 중소기업의 B대표는 현재 60명을 고용 중이고 33교대로 근무하고 있지만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 1주에 평균 65시간 근무하고 있다현재도 3~5명 가량의 인력이 부족한 상황인데 주52시간제가 도입되면 사실상 공장가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현재 B업체는 인근 충북 제천까지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면서 인력을 충원하는 등 인력구하기에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B대표는 산업 유형이나 지방 특성을 고려해 계도기간 연장이나 예외 인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사업주 방어근거 마련 막막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는 그 내용의 구체적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고 중소기업 경영활동만 위축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산재 예방에 한계가 있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별도의 특별법으로 사업주를 처벌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발의된 법안이다.

발의된 의원입법 모두 위험 방지 의무를 구체적 내용 없이 포괄적으로 규정해 다수의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는 방어 근거를 찾기 어렵다. 사실상 사업주의 처벌만 강화한 과도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있다.

건설업을 하는 중소기업의 C대표는 현장에서 실현 불가능한 사항을 법에 규정해 안전관리에 필요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지를 먼저 고려한 안전관리규정들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특성과 현장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한 세부 안전지지침 마련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외에도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중소기업 60.3%가 올해 매출이 감소돼, 내년도 대출조건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중기중앙회 12월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 신용평가 등급의 별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금융기관이 내년도 기업 신용평가를 올해 기준으로 할 경우 등급 하향이 이뤄질 것이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 입찰 참여 곤란 등 판로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공공조달을 주력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D대표는 조달기업의 70% 가까이가 최저등급(CCC) 바로 위 B등급에 분포돼 있는데, 내년에 신용등급이 하락되면 평가시 최저등급으로 매겨져 기술력 있는 업체의 수주기회가 사라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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