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을 옥죄는 입법들이 쓰나미처럼 밀려들고 있다. 상법·공정거래법 등의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해 ILO 비준을 위한 노조법, 집단소송법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그 중에서도 입법화되면 우리 중소기업에 큰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현재 논의되는 중대재해 법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과잉입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안전에 대한 인식부족이나 관리소홀, 개인의 부주의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일어나는 산재사고의 원인을 모두 사업주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들은 대표자의 형사처벌과 법인벌금, 행정 제재, 징벌적 손해보상 등 4중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이미 시행중인 산업안전보건법상으로도 사업주를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한걸음 나아가 최소 2~5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의 6개월 이하 징역형 보다 과도하게 높다. 특히, 중대재해기업법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에는 사업주 처벌이 아닌 법인 벌금형으로 돼 있는 것에 비해서도 너무 가혹하다.

사업주가 지켜야할 의무사항도 너무 포괄적이다. 이 법대로라면 사망사고 등의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가 처벌을 면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1222개의 의무조항을 완벽히 지켜야 한다.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제정된다면 과연 어느 사업주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죽하면 사업을 하지말라는 얘기라고 중소기업인들이 하소연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99%의 오너가 대표이사를 겸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해가 발생되면 마지막까지 사고를 수습하고 사후처리를 해야 할 대표자가 구속될 판이다. 그러면 회사도 함께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최소한 현실에 맞게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활동이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

산업재해는 사업주를 처벌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법을 안 지키는 것이 아닌 못 지킨다고 해야 더 바른 표현이다. 수시로 바뀌고 매년 새롭게 쏟아지는 산업안전 법규들은 전담팀을 만들어 대응하는 대기업조차 버거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이사와 현장관리, 영업 등 13역을 소화해야 하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정말이지 중소기업을 직접 경영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이다. 중소기업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적발과 처벌 위주의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산업안전법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중소기업 눈높이에서 산업안전을 바라보고,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지도와 예방 중심의 산재 정책이 절실하다. 이런 차원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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