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2기 청사진’ ]
양·질 동시성장 주도, 연임 확실시 …철강사 최초로 ‘탄소배출 0’선언
5년내 부생수소 생산량 20배 확대, 수소 도시개발 프로젝트도 가속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의 개혁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포스코는 11일 이사회를 열고 최 회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아직 주주총회 의결 등의 절차가 남았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단독 후보이다 보니, 사실상 차기 회장에 내정된 셈이다.

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던 첫째 이유는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구조조정을 통해 그룹 내 사업의 균형적이고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 받았다.

또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영 여건하에서도 철강 사업의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실. 그리고 이차전지소재 등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투자해 미래기업가치 향상에 이바지한 점 등이 높이 평가됐다.

연임에 성공한 두 번째 바탕은 미래 비전에 있다. 최 회장은 116일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후 11차례 자격심사 인터뷰를 받았다. 인터뷰에서 최 회장은 근본적 체질 개선을 강조했다. 포스코의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철강, 인프라, 신성장사업 등 전 부문에 걸쳐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장을 동시 추구해 핵심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사업 관련 핵심 키워드는 그린수소‘2차전지. 이와 관련 포스코는 10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비전을 발표했다. 이 비전에서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 500t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 매출을 30조원까지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핵심기술 확보

포스코는 수소 생산과 함께 2050년까지 그린수소 기반 수소환원제철소도 완성,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그림을 그렸다. 탄소 중립이란 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장기적 계획은 이렇다. 우선 2030년까지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 역량을 조기에 갖춘다는 방침이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 등을 개발해, 수소 사업을 그룹 성장 사업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수소 산업은 정부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추진하는 핵심 산업이다. 수소는 연간 국내 수요가 2030194만톤, 2040526만톤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활용 분야도 석유화학산업 중심에서 수송, 발전 등으로 확대되고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포스코는 현재 7000t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kes Oven Gas)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부생수소 3500t은 생산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철강 생산에 필요한 온도 조절, 산화 방지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제품을 개발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7t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기업과 손잡고 블루수소50t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블루수소란 부생수소와 그린수소의 중간 단계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해 저장한 친환경 수소의 일종이다.

그리고 그린수소는 2040년까지 200t, 2050년까지 500t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린수소는 생산과정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전 주기 가치사슬 마련

초기사업은 보다 구체적이다. 포스코는 제철소 지역에 수소충전소 설치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철강 운송 차량, 사내 업무용 차량 등을 수소차로 전환한다. 철강 물류 기반의 수소생태계를 육성해 수요 기반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가 철강제품을 운송하는 데 사용하는 대형 트럭은 약 1500대 정도이며 임시로 투입되는 운행대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5000대 규모다.

이와 함께 그룹사 역량을 총 동원해 생산-운송-저장-활용전 주기에 걸친 가치 사슬을 함께 마련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의 수소 도입 사업과 해외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전용 터미널을 구축하고, 동시에 현재의 LNG터빈 발전을 30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소터빈 발전으로 바꾼다.

포스코건설은 수소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수소 저장과 이송에 필요한 프로젝트 시공을 담당한다.

포스코는 내년 1월 곧바로 사업부를 출범할 방침이다.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를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기관과 연구개발(R&D) 협력을 추진해 수소 사업을 본격화한다.

 

꿈의 제철법준비 구체화

이 방대한 비전은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기 하루 전 발표됐다. 사실상 최정우 2기 포스코 호의 청사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탄소중립은 철강사로서 쉽게 풀기 어려운 숙제다. 탄소 배출을 `0`에 가깝게 줄이는 수소환원제철법은 업계에서 `꿈의 제철법`이라 불릴 정도다. 업종 특성상 이산화탄소(CO)배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현재까진 기존의 공법을 개선하는 방법이나 저탄소 사회기업 활동과 같은 간접적인 방법 등으로 이를 실현해오고 있다.

최 회장은 탄소 중립이라는 난제를 새로운 수소 경제와 함께 묶어 풀어나가려 하고 있다. 둘 다 장기간 대규모 사업비가 요구되는 만큼, 탄소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소 신사업 진출 효과를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탄소 리스크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역발상이다. 꿩 먹고 알 먹고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미래 청정에너지의 핵심인 수소를 주도적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국가 수소생태계 완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고로 생산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사 중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포스코가 처음이다.

 

정부그린 뉴딜정책 선도

포스코가 발표한 탄소중립 선언은 정부 정책과도 발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달성과 그린뉴딜이행을 추진하고 있고, 포스코의 선언은 국내 대표 제조기업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2차전지 소재 일괄공급체계를 갖춘 기업이다. 리튬, 니켈, 흑연 등 원료부터 양극재와 음극재까지 모두 갖췄다.

최 회장은 2018년 취임 이래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94월 포스코켐텍과 포스코ESM을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신설했고, 11월엔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포스코 그룹 내에서 2차 전지 소재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사업체다.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 셀즈에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얼티엄 셀즈는 GM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양극재 40t과 음극재 26t 생산체제를 갖추고 세계 시장 점유율 20%와 연매출 23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사원 출신으로 회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실장, 최고재무책임자 등 요직을 거쳤다. 2017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8년에는 포스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후 중도 하차한 권오준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 같은 해 7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포스코 9대 회장이다. 최 회장의 2차 임기는 내년 3월 시작해 3년간 이어진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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