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상용화로 교역 대폭 증가
한·중 등 수출지향국가 유리
파리 기후협약 재가입 본격화
청정형 에너지로의 전환 시급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또 다른 10, 2020년대 첫해는 코로나19로 점철된 한 해였다. 코로나19‘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 비유될 만큼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지만 한 마디로 기존의 시스템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21년 들어서는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 사태에 못지않은 커다란 일정이 예정돼 있다. 지난 4년 동안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게임으로 세계 경제의 틀을 뒤흔들어 놓았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가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 코로나 사태도 백신 상용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간다.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화합통합을 강조한 점을 감안해 볼 때 바이든 정부 들어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의 대외정책은 다자 채널이 재가동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근무할 당시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파리 신기후 변화 협정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할 경우 각국은 대책 차원에서 그린 성장과 기업 입장에서는 그린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는 일이 그 어느 과제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에너지 청정형으로 생산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원자력, 풍력 등으로 에너지원을 다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한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직장에서 완전히 쫓겨나간 영구 실업자를 포함해 중하위 계층의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계층을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 때보다 더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employment Magnet policy)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사태가 악화될 때마다 강조한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 케어를 복원하는 데에도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민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하고 있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취임식에 이미 약속한 신파리 기후협약 가입과 함께 국민에게 부활 방침을 약속할 것으로 워싱턴 정가에서는 보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국바이든국으로 분류됐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크게 훼손된 이민정책도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미국 인구구조와 차세대 산업 인력수요 간의 불일치 문제를 유색인종의 젊은 층을 불러들여 해결하는 제라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가 주장한 글로벌 해법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화합과 통합을 바탕으로 한 바이드노믹스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경제 효과다. 외부경제 효과란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이 주도로 국제교역규범이 복원되면 다른 나라에게도 준거의 틀로 적용돼 세계교역이 크게 증가하는 경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교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 채널 복귀로 0.5% 포인트,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로 상품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0.7% 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경우 한국, 중국과 같은 수출지향 국가일수록 유리하다.

한국과의 관계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통상을 비롯한 경제 관계에 있어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중국에 편향적인 기조에서 벗어날 경우 트럼프 정부 때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정책은 트럼프 정부나 자신이 부통령으로 일했던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보다 북한이 미국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는 한 북한과의 미온적인 관계 설정은 미국 국민으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2020년 코로나 사태 못지않게 종전에 볼 수 없었던 대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은 과감한 중심축 이동(audacious pivoting)’으로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 나가야 할 때다.

 

-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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