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날이 다시 왔다. 여기저기서 조심스레 긍정적인 전망을 애써 꺼내보려 하지만 다리에 깁스를 하고 휠체어에 앉은 중환자가 턱없이 높은 계단 앞에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 신문의 만평은 우리 중소기업의 현주소다.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도 새로운 뉴스가 아닌 덤덤한 일상이 돼 버린 지 오래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세중소기업을 더욱 나락으로 빠뜨리는 것은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 양극화 현상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원자재를 공급받는 업체는 힘과 부의 논리에 조정될 수 밖에 없고 도미노 게임처럼 거대한 손의 작은 움직임에도 수없이 많은 중소기업은 허수아비처럼 쓰러지고 있다. 신문지상이나 각종 매스컴에서는 난민에게 구호물자 보내듯 중소기업의 지원정책이 장황하게 늘어져 있지만 중소기업에게 전달되는 현실적인 도움은 늘 한정돼 있다.

현실적 도움 한정돼
중소기업은 여전히 고질적인 자금난, 원자재난, 인력난에 허덕이고 다람쥐 쳇바퀴 돌릴 힘마저 빠져가고 있다. 금융기관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고 줄어드는 매출보다 철저히 상환해야 하는 은행자금 마련에 망연자실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없는 경제를 상상할 수 있을까? 더욱 비대해지고 승승장구하는 대기업만으로 국가의 경제가 유지되고 보장될 수 있을까? 이 땅의 개미군단인 중소기업의 한 땀 한 땀이 엮어져 국가경제의 탄탄한 반석이 이뤄져야 그 위에 건물도 짓고 다리도 놓아 거대하고 근사한 우리의 경제성장이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도 간단한 진리라서 모두가 간과하는 것인가?
기사회생의 돌파구중 하나가 수출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것이다. 환율이라는 암초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방어책을 발견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이뤄놓은 수출의 탑은 그저 이뤄진 일반적인 무역의 모습이 아니다. 중소기업인들이 한 발 한 발 세상을 밟으며 만들어 놓은 피와 땀이다. 전문인력이나 충분한 자금없이 엮어놓은 해외국가와의 수출에서 중소기업의 70%가 출혈수출이라는 보도는 충격적이기까지 했고 중소기업 중 극히 일부만이 이에 대응하고 대부분의 수출중소기업은 속수무책인 우리의 정책 현실은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모든 매스컴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수출하는 기업은 해외에 나아가 많은 업체와 싸울 때는 스스로 알아서 각자가 싸우고 이겨서 외화를 벌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더욱 더 그렇다. 오직 불굴의 뚝심과 오기만이 중소기업의 수출을 지키는 무기가 되고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면 방향을 잃은 중소기업은 혼자 남아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
이 또한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현재다.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져 원자재난에 허덕이는 수출하는 작은 중소기업의 고충을 말할 기회가 없다. 국내 공공기관에서 중소기업의 물품구매를 확대시킨다고 하지만 문턱에는 변함이 없어 넘어야 할 산은 그대로다.

‘절망’실패보다 두려워
아주 오랫동안 중소기업은 중요한 경제에 있으면서도 가장 멀리 방치된 듯하다. 오직 중소기업인의 뜨거운 열정과 심장만이 생명을 연장시켜왔지만 이제는 호기마져도 부릴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어김없이 새날은 밝아왔다.
새해에는 지치고 지친 모든 중소기업인의 가슴에 사자의 심장을 선물하고 싶다. 심장이 뜨겁게 살아있는 한 생명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중소기업인의 힘의 원천은 자생력이었고, 주변의 힘보다는 스스로의 뚝심으로 지금껏 지켜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단순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단순함은 얕음이 아니라 더 심오하고 신중한 깊이임을 알아야 한다. 실패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절망임을 몸으로 느껴온 중소기업인들에게 바닥을 차고 올라가 비상하는 용기로 충만하길 기원한다.

이소영
폴리프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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