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내수경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 살아나고 최악의 경우 환율 900원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350여명의 국·내외 경제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국내 경제 전망 대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 같은 전망을 내 놓고 달러화의 점진적인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지속성장과 일자리 창출로 정의하고 일자리 창출의 여지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정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2005년 한국경제전망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지난해 국내경제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연 3%를 하회하는 등 침체의 연속이었다. 이는 극심한 양극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로 나눌 수 있다.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과 사상 최장의 소비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경제는 지난해 수출이 전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는 6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지속했다. 또한 산업생산 부문은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 생산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의 경기호황과 중소기업의 침체가 심화돼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경제정책의 초점을 중소기업 활성화로 맞춰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지난해 중반이후 수출 급증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IT관련 품목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수출둔화에 따라 회복기미를 보였던 제조업 경기도 둔화되고 있으며 제조업 위주의 경기종합지수도 하강하기 시작했다.
2003년 1·4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한 민간소비부문은 5% 내외의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소비 침체의 원인으로는 가계신용조정에 기인하는 순환적 요인과 미래의 가처분소득 불확실성 증대에 대한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있다.
그러나 2003년을 기준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된데 이어 지난해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가처분소득 수준이 회복단계에 접어드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 됐다.
주당 30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 상승에 따라 고용안정성이 저하돼 있고 각종 사회 부담금의 비중이 높아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가계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실질금리의 하락으로 가계의 자본소득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자영업의 침체로 내수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GDP대비 설비투자수준을 살펴보면 기업의 총저축률은 상승하는 반면 설비투자율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 장비등 기계류의 꾸준한 설비투자 상승세에 비해 운수장비류의 급등락 폭이 커 단기적인 투자순환 패턴을 결정짓고 있으며 대기업의 설비투자 비율이 증가하는 반면 중소기업 부문은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종업원수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에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설비투자 여력이 급감하고 있어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들을 감안해 볼 때 2005년 국내경제는 민간소비가 하반기 이후 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회복세를 감안 4%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의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의 적자지속과 위안화 평가절상 논란, 국민연금에 대한 가계의 인식변화 여부에 따른 내수회복 지체 등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환율 및 금리동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2005년 대외경제 변수로는 유가, 환율, 중국경제의 연착륙 등을 꼽을 수 있고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32달러선에서 안정될 전망이며 중국은 강력한 성장억제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돼 성장률 8.5% 내외의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2001년도 말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며 환율은 지난해 11월 이후 여전히 불안정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화 약세는 2002년 이후 벌써 세번째 나타나고 있으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 확대와 분식회계가 적발된 엔론 사태에 따른 미국 기업의 재무 불건전성에 기인하고 있다.
미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그동안 유로화의 상대적인 강세로 충격을 흡수해 왔지만 3년 동안 50% 가까이 상승해 아시아권 통화로 압력이 이전, 가중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도 미국내 달러자산으로 세계 금융자본이 유입돼 경상수지 균형을 유지했으나 미국 내 금융자산 수요가 감소하고 이탈조짐이 보이고 있어 달러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불안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또한 2기 부시 정부는 대 테러전쟁 수행 등에 따라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달러화 약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의 불안한 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재정적자 폭과 아시아권 통화 중 평가 절상압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위안화 절상여부에 따라 3가지의 환율 변동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달러화 약세가 진행되지만 중국 위안화가 큰 폭 절상될 경우로 환율 1,060원, 경제성장률 3.7%, 수출증가율 9.3%, 수입증가율 14%가 될 전망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미국의 약한 달러 용인정책이 지속되고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계속되며 중국 위안화가 소폭 절상될 경우 올 상반기 990원, 하반기 930원, 평균 960원 수준에서 환율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미국내 수입시장 규모가 급격히 위축돼 세계경제가 동반 위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며 불안정한 중국 금융시스템 특성상 환율변동 폭을 3~5%를 줄이는 선에서 소폭의 위안화 절상이 예상된다.
이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 3%, 수출증가율 7.3%, 수입증가율 15.9%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달러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위안화 절상 폭이 약한 경우로 920원대까지 환율하락이 예상되며 2%대의 경제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2005년중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환율하락은 엔고 초기상황보다 어려울 수 있어 원·달러 환율 900원대에도 견딜 수 있는 기업 체질강화가 시급하다.

세계 경제 전망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2005년 세계 주요국가의 경제성장률 전망은 평균 4%대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의 연착륙 의지를 강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평균 4%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으며 북핵문제 해결지연, 탄핵여파 등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소비자 심리 회복지연이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와 원화절상 추이는 중국이 변동환율제로 전환이 어렵고 이에 따른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을 기대할 수 없어 아시아권 통화의 상대적 강세화 추세가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싱가폴 타이완 등 경쟁통화에 비해 평가절상 폭이 컸으나 미국의 정책이 위안화 평가절상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돼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환리스크 관리체계가 전무한 실정으로 적극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충격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 또한 환율안정을 위한 국채발행 등도 검토해야 한다.
올 해는 수출입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해외시장에서 품질 및 브랜드 이미지 향상, 미국 및 서유럽 딜러망 확대 등 긍정적 측면과 함께 고유가와 현지생산 확대, 중국의 긴축정책 등 부정적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연쇄적인 금리인상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경기둔화 여부와 상관없이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EU 각국도 인플레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금리역시 인플레 압력이 늘어나고 있으나 경기침체에 따라 초저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올 한해 국내 경제성장은 지난해보다 다소 하락한 4%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이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사회 전반적인 총요소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
중국경제는 지난해 9% 초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7% 후반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경기진정책에 기인하고 있으며 투자와 물가의 증가세로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한·중간 교역규모가 1천억달러를 넘어서 중국의 하향 긴축기조가 수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지난해 4% 성장에 이어 올 해 2%의 성장이 전망되며 소비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수출 역시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경기선행지수도 향후 경기회복세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32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10달러 상승시 90억달러의 무역적자요인이 발생된다.
지난해 국제유가의 폭등은 중국경제 급성장과 이라크 사태에서 기인하며 세계 자원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수요에 따라 원자재 가격 폭등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세계경기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BRICs 등 자원다소비형 국가들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철강재 가격의 15% 상승이 예상되고 있으며 비철금속 및 석유화학 부문은 상반기까지 현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설명 : ‘2005 CEO 신춘포럼’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됐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이 올해 경제전망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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