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수가 OECD 국가 중에서 한국이 매우 높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먹는장사의 비중이 아주 크다. 편의품이나 사치품, 기타 전문 품목을 다루는 가게와 유통업은 크게 줄어든 반면 그 빈 공간을 식당이 채우고 있다. 한 마디로 과거 자영업에서 많이 보이던 지물포, 전파사, 슈퍼, 기타 도소매상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런 종목은 대개 인터넷 상거래로 옮기거나 폐업을 했다. 이런 특이한 자영업 내부 구조 안에서 프랜차이즈의 비중이 또 아주 높다. 정리하면, 자영업이 많고, 그중에서도 식당과 술집, 카페의 비중이 높으며, 다시 그 안에는 프랜차이즈 몫이 크다고 하겠다.

이런 구조가 코로나 시국에 큰 타격을 입었다. 먹는장사는 결국 대면 서비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중의 동향을 보면, 먹는장사의 상당수가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 ‘자영업 3월 대위기설이 그것이다. 최근 헬스클럽과 노래방, 카페업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영업투쟁을 시작한 것도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단체행동이다. 정부의 방역조치에는 동의하지만, 내용상 형평성에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무엇보다 이제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영업의 심각한 부진-해고와 파산-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고리는 결국 중소기업과 대기업에도 막강한 파도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식당가로 좁혀서 보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인 1997~98년의 반복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때 엄청난 감원과 명예퇴직, 도산으로 인한 실업이 이어졌다. 이때 시중에 쏟아져 나온 돈이 몇 십 조원이었다는 말이 있다. 손에 쥐고 나온 퇴직금을 말한다. 이 돈이 몰려든 곳의 하나가 프랜차이즈 식당가였다. 기술 없는 퇴직자들이 비교적 손쉽게 안착할 수 있는 직업으로 제안 것이 곧 프랜차이즈 식당이었다. 현재 식당업에서 세계 수위권의 프랜차이즈 비중은 이때 태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다시 이쪽 업계가 술렁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시 퇴직자들이 쏟아져 나오면, 다수가 창업할 것이고, 창업의 다수는 역시 식당이기 때문이다.

최근 트렌드를 좀 읽어봐야겠다. 우선 배달 전문 식당이 엄청나게 늘었다. 기존 가게가 배달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아예 배달을 목표로 하는 개업도 많다. 전통의 강자인 치킨에 중식, 분식이 역시 대종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외국풍의 메뉴가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일식 덮밥, 초밥, 스테이크류, 파스타, 기타 창작요리들이다.

그러나 확실한 아이템은 분식이다. 김밥, 떡볶이, 어묵, 순대 등의 전통적인 메뉴가 잘나간다는 뜻이다. 이들은 원래 경기 하강 국면에 히트치는 메뉴들인데, 코로나 특수로 갑자기 대목을 맞았다. 또 이들 분야는 프랜차이즈 비중이 높다. 요리사를 고용하기도 애매하고, 자영하거나 아르바이트를 써서 요리하기에 적당한 품목들인 까닭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먹어야 산다. 대면하기 어렵고, 재택근무와 휴직 등이 많아진 것이 그 직접 이유인데 업계에서는 가처분소득의 하락 내지는 향후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싸고 푸짐한 품목을 주로 이용한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식당가의 변화도 커졌다. 코로나 이전에 이미 번지고 있던 공유주방이 배달 붐에 힘입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식사 아이템과 야식과 간식 아이템으로 나눈 시차별 사용의 기본적인 공유는 물론이고, 동시에 여러 가지 메뉴를 공동 주방에서 처리하는 시스템, 나아가 24시간 체제로 시차별과 동시 조리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주방도 많다. 근처에 배달 서비스 요구가 많은 집단 독신자 타운이 있는 곳에는 공유주방의 입점이 크게 늘었다. 뒷골목을 걷다가 간판도 없이 조리시설을 크게 갖추고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공유주방이거나 다품목 배달 전문 주방이다.

코로나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언제든 여행을 가거나, 지인들과 만남 자체도 불가능해지는 생각지고 못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묵묵한 감내 이면에는 자영업의 구조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시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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