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공에 매달리다간 도태
“경영방향 다시 설정하라”질책
명확한 비전·차별적 가치 강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에게 2020년은 유난히 혹독한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주력 분야인 유통, 화학 등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롯데그룹의 주요 상장사이자 오프라인 유통이 주력이었던 롯데쇼핑은 업황 부진 등의 이유로 적자를 기록 중인 점포를 도려내면서 발생한 유·무형자산 손상차손을 매년 적용함에 따라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을 최근 4년째 기록하고 있는데요. 2017206억원, 20184650억원, 20198165억원, 2020923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손상차손 대상은 대부분 인수합병했던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 및 하이마트의 영업권과 부진 점포 관련 유형자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롯데쇼핑은 뒤늦게 지난해 4월 온라인 쇼핑 플랫폼 중심 거래를 앞세우며 롯데온을 선보이는 한편 과감한 구조조정도 진행했지만, 이미 어느 정도 앞서 나가있거나 대안을 빠르게 세웠던 다른 경쟁사들보다 한발 늦은 태세 전환으로 뼈아픈 실책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유례없는 상황에 롯데의 핵심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그간 롯데그룹이 다양한 사업 분야를 선도할 정도로 탄탄한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자부했었다며 방심하던 때를 성찰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임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주변 위험요인에 위축되지 말고 각 계열사가 가진 장점과 역량을 합쳐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신년사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막 지난 이 시점에, 신 회장은 임원진들에게 다시 강한 질책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하반기에 계열사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여 사장단 회의를 가집니다. 주로 한 해 목표와 중장기 성장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그중 상반기 회의는 지난해 사업을 돌아보고 올해 그룹의 주요 현안과 전략을 논의합니다.

사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부친인 신격호 명예회장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면모가 돋보이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2019년도 사장단 회의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보였다고 합니다. 과거 성공 경험에만 집중하거나 생존에 치우쳐진 일부 계열사의 전략들이 신 회장을 실망시킨 모양입니다.

지난해 힘들었던 롯데그룹에 있어선 특히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지난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상반기 사장단 회의를 듣고 자사의 경쟁력이 아직도 다소 부족하다고 느낀 것 같은데요.

이러한 추측은 신 회장이 각 계열사의 전략 보고를 받은 뒤 경영방향을 다시 설정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하라며 강한 질책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 회장은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성장이 아닌 생존에 초점이 맞춰진 기업이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입니다.

나이키는 단지 우수한 제품만이 아니라 운동선수에 대한 존경의 가치를 고객들에게 전달하며 다른 회사가 따라갈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게 됐다각 회사에 맞는 명확한 비전과 차별적 가치가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장단에 각 사의 본질적인 경쟁력, 핵심가치는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5년 후, 10년 후 회사의 모습을 임직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였습니다.

이 자리서 신 회장은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ESG 경영에 대한 전략적 집중도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의 E(Environment), 사회의 S(Social), 지배 구조의 G(Governance)가 합쳐진 ESG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한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기업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될수록 유리하지요. 언택트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도래했습니다. 사회 구성원들과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에 거는 기대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뀐 만큼 수장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모두 함께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중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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