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진옥동 행장]
지주는 투자단행, 은행은 인재육성
1세대 데이터 전문가 외부서 영입

룬샷 발족해 ‘미친 아이디어’발굴
디지털 혁신단은 코로나이후 모색

‘모든 걸 새롭게’신한號 혁신 스타트

2021년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의 핵심 화두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다. 새해 벽두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금융권의 디지털 강화 전략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경쟁 금융회사들도 디지털 경영이 화두다. 여기에 최근 들어 카카오, 토스 등 비전통 ICT기업들이 금융회사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시장 1위인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부르짖는 게 새롭지는 않다.

그러나 디지털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만으로 시장에 던질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발표한 신년사에서 따로 또 같이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는 디지털 전환의 성과에 달려있다.

 

금융·비금융 아우르는 콘텐츠 발굴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부터 신한금융의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경영의 교두보를 쌓아왔다. 그룹 내 빅데이터 부문을 신설했고. 신한은행이 외부 영입했던 김혜주 상무를 지주-은행 부문장(CBO)으로 선임했다. 김혜주 상무는 SAS코리아, SK텔레콤, 삼성전자, KT 등을 거친 1세대 데이터 전문가로 꼽힌다. 금융그룹 내부의 데이터를 집적화하고 분석하겠다는 건 자회사별 사업 추진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고 데이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용병 회장이 지난해 10월 발족한 조직은 룬샷이다. 조 회장 직속 기구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한 일을 한다. 룬샷 조직은 본부장급 추진단장, 실무자 등을 포함해 30명으로 구성됐다. 신사업 추진 기구치고 인력 규모 면에서 결코 작지 않다. 금융과 비금융 사업을 모두 포괄하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게 룬샷의 목적이다.

금융지주가 발 빠르게 변화를 하는 동안 진옥동 행장도 지난해 말 신한은행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은행장 직속으로 디지털 전담 조직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했다. 혁신단에서는 빅데이터는 물론 AI와 디지털R&D 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행장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있어 각각 큰 두 줄기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바로 투자와 인재 영입이다. 조 회장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진 행장의 신년사는 데이터와 AI역량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인재 영입의 문턱을 낮추겠다미래 역량 육성 계획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큰 로드맵을 결정하고 투자를 단행하고 은행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의 방향이 보인다.

신한금융그룹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 움직임은 생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엄습한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와 경제구조를 빠르게 뒤바꾸고 있다. 비대면과 언텍트 시대에 금융시장은 가장 큰 변화의 부침을 겪고 있다. 비대면 금융은 기존 대형 금융회사가 쫓아가기에 버거울 정도다. 신한금융그룹과 같은 시장의 선도기업도 자칫 입지를 잃게 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이 앞으로 살아나갈 길은 디지털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신년사에서 생존경영의 상황을 설파한 셈이다. 조 회장이 진옥동 행장과 함께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분야에 과감한 투자와 외부인재 영입 등 뼈를 깎는 사업체질 전환을 선포한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다.

 

쇼핑 등 생활서비스 정조준

그런데 조 회장이 추구하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는 플랫폼의 강화다. 그러니까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서비스를 신한금융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일상 생활에는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의 간편결제, 증권, 금융상품 등이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이러한 기능은 금융회사의 전통적인 시장이었다.

단숨에 대형 ICT기업이 금융회사의 영역에 침투하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던 힘도 플랫폼에서 나온다. 결국 신한금융그룹도 이들과 맞설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조용병 회장이 지난해 10월 만든 룬샷도 사람들이 제대로 즐기고 활용할 플랫폼 개발에 집중돼 있다. 룬샷(LoonShot)은 경영컨설턴트인 사비 바칼의 저서에 나온 명칭으로 미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조 회장이 미친 아이디어라고 표현될 만큼 파격적인 조직쇄신의 원동력을 디지털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의 플랫폼에서 쇼핑과 콘텐츠를 이용하고 배달도 시키고 차량호출도 하는 등 생활서비스가 가능한 것을 꿈꾸고 있다. 신한금융 플랫폼이 이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조 회장은 천문학적인 재원을 여기에 쏟아 부을 참이다. 공염불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의 열의가 높다. 신한금융그룹의 연간 순이익의 10% 이상을 디지털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게 회사측의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금액으로 약 3000억원이 넘을 걸로 보여진다. 신한금융지주의 연간 순이익이 3조원을 넘기 때문이다.

3000억원의 투자비용은 국내 IT대기업의 R&D 비용 보다 훨씬 많다. 3000억이면 앞서 밝히 디지털 전문인재들을 한꺼번에 뽑을 수도 있다. 아니면, 디지털 분야의 선도기업을 인수할 여력도 된다. 조 회장의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허투루 들어선 안되는 부분이다.

일단 신한금융지주는 인재영입으로 디지털 경쟁력 강화의 단초를 마련할 걸로 보인다. 과거 조 회장은 은행원 출신 DNA로는 디지털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자주해 왔다. 최근 몇 년사이 신한금융지주나 신한은행 등 계열사에는 IT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영입되고 있다. 대부분 삼성전자, SK텔레콤, KT, 카이스트 등을 거친 슈퍼 인재들이다.

이거 자체가 혁신적인 결정이다. 금융회사는 외부출신의 인사 영입에 소극적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크다. 순혈주의의 인사 속에 외부 전문가가 들어오는 걸 꺼려해 왔다. 조 회장은 이러한 기업문화부터 바꾸는 걸 진행해 온 것이다. 신한은행은 더 적극적이었다. 직원의 보상체계까지 바꾸면서 적극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섰다.

과거 신한금융그룹이 디지털 금융을 선도할 뻔도 했다. 몇 년전 조용병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 토스 등과 협력해 새로운 금융 디지털 플랫폼을 확보하려고 했지만 도중에 철회해 버렸다. 당시 철회한 이유는 자체적인 힘만으로 추진하기에 한계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서였다. 과거의 실패를 곱씹어 보면서 조용병 회장은 2021년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변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계열사 수장 임기 2년 연장

조용병 회장이 이끄는 디지털 개혁에는 내부의 동반자와 협력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번 연말인사에서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대표이사를 2년 더 연임하게 결정을 내린다. 이는 내부에서도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한다. 이유는 연장 기간이다. 보통 2년 임기가 끝난 대표의 임기는 1년씩 연장하는 게 관례다. 금융권 만큼 숫자로 경영성과를 평가하기 좋은 곳도 없다. 숫자가 나쁘면, 1년만에 새로운 수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

하지만 신한금융그룹을 디지털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낸 CEO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언급된 2년 연임된 계열사 대표들의 지난 성과를 인정한 것이다. 다른 말로는 디지털 강화에 더욱 힘쓰라는 책임감도 쥐어준 것이다.

조용병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단순한 사업체질 전환으로 보지 않는다. 최근 개최한 CEO 전략회의에서 그는 디지털 전환은 개선이 아니라 개혁의 과정이라며 그룹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고 메시지를 주고 있다. 조용병 회장과 CEO들이 최소한 2년 동안 한배를 탔다.

조 회장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복합적이고, 공격적이고, 신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혁신의 열쇠는 리더에게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이라며 리더가 모든 해결책을 아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신한금융을 디지털 전문회사로 바꿔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외부인재들이 신한금융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 정착돼야 할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이 새로운 전환의 출발선에 서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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