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늘 따뜻함이 그립다. 햇살이 따뜻하다고는 하나 어디선가 불어대는 겨울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길거리나, 여행지에서 그리운 것은 불꽃이다. 못쓰는 드럼통에 바람구멍 송송 내고 잘 자른 장작개비 몇 개 올려놓으면 타닥타닥 매캐한 연기를 피워내는 불꽃. 그 옆으로 자연스레 다가서 손 내밀면 금세 훈훈한 기운이 온몸을 녹여낸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즐거운 일이 이 즈음에 무어 있을까? 바로 얼음과 함께 노는 일이다. 하루 종일 지침 없이 놀 수 있는 얼음축제장. 바로 인제 소양호반의 빙어축제장이다.
인제군 남면 부평리 신남 선착장 일대는 소양호 상류 지점. 백담계곡과 내린천에서 흘러 내려온 계곡물과 내설악 골골마다 내리치는 물줄기가 천을 이뤄 산굽이를 돌고 돌아 인제 소양호로 모여든다. 이내 넓은 호반을 만들어 내고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폭은 넓고 길다. 겨우내 날씨가 차가워지면 호반은 광활한 얼음 벌판으로 변한다. 망치로 두드려도 깨지지 않을 만큼 꽁꽁 물이 얼어붙을 때면 얼음낚시꾼들이 강변 주변으로 몰려든다. 그래서 이곳의 겨울은 쓸쓸하지도 황량하지도 않다.
오래전부터 호반이 얼어붙으면 으레 낚시꾼들이 찾아왔던 곳. 추위도 잊은 채 얼음을 깨고 앉아 고기를 낚던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빙어 잡이는 이곳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이곳에서는 해마다 빙어축제(올해는 1월 26일~30일까지)를 열었다. 그 이후 나날이 늘어난 관광객들로 겨울 한철, 강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찾아든 사람들로 인해 행여 얼음이 깨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되는 곳이다. 하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이곳의 물줄기는 맑고 깊어서 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얼었다 하면 얼음의 두께는 50~100㎝나 된다.
강변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얼음을 지치고 있다. 썰매 타는 사람을 비롯하여 빙어 낚시하는 사람들. 얼음판을 깨고 낚싯대를 드리우면 몸빛이 투명한 빙어가 걸려든다. 물이 맑아서 빙어 등 풍부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서 입질이 잘되는 곳으로 소문난 곳. 하지만 그것도 요령이 필요한 듯. 구더기를 미끼삼아 견지낚싯대만 물 속에 드리우면 고기를 낚을 수 있지만 아무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기만 따라준다면 축제가 끝나도 사람들은 찾아들 것이다. 얼음이 얼어 있는 동안에는 발길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고 주변의 포장마차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소양 호반을 벗어나 인제읍내로 들어가면 산촌민속박물관(033-460-2085)이 있다. 강원도 전형적인 모습을 미니추어와 소품으로 장식한 박물관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인제에 들어서면 떠오르는 사람이 박인환 시인(인제읍 상동리)이다. 30세의 나이로 요절한 박인환 시인은 명동의 댄디보이라 불리며 술과 로맨티시즘에 젖은 보헤미안이었다. 늘 정장을 하고 다니면서 항상 진한 커피를 마셨고, 멋지게 시가를 피워 물곤 했던 시인의 고향. 박물관 옆에 박인환(1926-1956) 시인의 생가 터가 근처에 있지만 복원은 안 되어 있다. 대신 내린천과 북천이 만나는 소양강의 최상류 부근인 합강교 근처에 시인의 시비가 있다.
합강정 한쪽에 서있는 시비엔 ‘세월이 가면’ 초고가 새겨져 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바람이 불고/비가 올 때도/나는/저 유리창 밖 가로등/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시구를 보면 저절로 박인희 가수가 부른 노래자락 만이 입속에서 웅얼거리게 된다.
합강교에서 더 올라가면 민예 삼거리가 나오고 미시령 방면으로 들어서면 이내 구만동 물줄기와 백담계곡이 이어진다. 강변은 아니지만 겨울철 이곳을 찾을 이유가 있다. 백담사로 잘 알려진 내설악분소 주변에는 하얀 눈이 내려 설화를 보기에 적당한 곳. 백담근처 강변에도 썰매, 눈썰매장 등을 만들어 교통체증을 일으키게 한다.
또 이곳의 볼거리 하나는 겨울에만 일시적으로 볼 수 있는 황태덕장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배갈라진 명태가 덕장에 채워지고 있다. 겨우내 눈보라를 맞으면서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말려지는 황태. 이곳 덕장은 용대리에서부터 진부령 고개까지 이어진다. 작은 덕장을 가지고 있거나 큰 덕장을 갖고 있든지 간에 집집마다 줄줄이 매달아 놓았다. 일교차가 큰 고온지대. 눈이 발목 위까지 덮고 한 자락이나 푹푹 빠진다. 티끌하나 없는 하얀 눈 속에서 명태는 봄까지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맛있는 황태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인제황태의 특징은 눈 속과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연건조로 말리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청정지역에서 말리기 때문에 공해에 대한 염려가 없다. 이곳에서 백담사 겨울 트레킹도 괜찮고 진부령 고개를 넘어 알프스 스키장을 함께 연계해도 좋다.
■대중교통 : 상봉터미널과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신남-남전교까지 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 운행.
■자가운전 : 양평, 홍천으로 가는 44번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홍천에서 인제로 가는 46번국도 길목에 신남을 지나게 된다. 신남을 조금 지나면 춘천 소양호에서 배가 들어오는 선착장이 있다. 춘천에서 운항하는 배는 얼음이 얼면 배는 중지된다. 황태덕장이 있는 용대리는 46번 지방도로를 타고 인제, 원통을 지나 미시령방향으로 좌회전. 십이선녀탕 계곡을 지나 백담사 입구. 이 일대에 덕장이 많다.
■별미집과 숙박
빙어요리는 선착장 주변을 비롯해 도로변 식당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다. 빙어는 산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빙어 회와 빙어튀김, 빙어무침 등이 있다. 특별한 맛 집은 따로 없고 어느 곳에서나 비슷비슷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남전리 도로변에 있는 박가네(033-461-7981)는 감자옹심이, 청국장 등 토속음식 전문점. 또 용대리에 있는 용바위식당(033-462-4079), 진부령(033-462-1877)의 황태구이가 괜찮다. 숙박은 알프스 스키장(033-681-5030)내의 콘도나 용대자연휴양림(033-462-5031)등을 이용.
■이곳도 들러보세요
남전약수터: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전약수(남면 남전1리)가 있다. 예전에 쪽나무가 많이 자생한데 연유하여 쪽박골 약수라고도 하는 남전약수. 발견 연륜은 일정치 않으나 1969년 함북출신 이태근씨에 의해 발견되어 주변을 정화 관리하였다고 한다. 양지바른 기슭 암반 밑에 위치한 남전약수는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났다.

◇사진설명 : 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가 얼어붙자 전국의 산악인들이 모여 겨울스포츠를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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