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변신 ]

실적악화 주범 전문점 과감히 정리
식품사업 대폭 확대, 실적개선 성공
온라인 영역서도 장보기로 승부수
SK야구단 인수, SSG와 윈윈 기대
신세계 열어가는 신세계 행보 주목

이마트가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공룡의 속도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다. 이마트는 전통적인 유통 강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매출과 거대한 크기의 매장을 자랑한다. ‘클수록 좋다(Size does matter)’는 영화 고질라의 문구와 다르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시장. 유통은 그런 시장이었다. 그렇지만 온라인 시대에 접어들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20192분기엔 이마트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26년 만에 처음이다. 사람들은 공룡의 도태를 이야기했다. 공룡의 역설이다.

 

데이터 분석따른 선택과 집중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201910월 이마트 수장을 강희석 대표로 바꾸고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강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 출신이다. 2009년부터 이마트에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강 대표의 전문 분야는 유통과 소비재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채널 전략, 신사업 발굴, 글로벌 진출 등을 돕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임 이갑수 이마트 사장이 현장통이라면 신임 강 대표는 전략통이다. 강 대표는 감에 의존하는 대신 데이터를 분석했고, 그에 따라 움직였다.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강점에 집중했다.

강 대표는 식품사업을 강화했다.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매장을 리뉴얼 했다. 판매할 상품을 기획하고 조달하는 상품본부를 그로서리(식품)본부와 비식품본부로 나누며, 식품사업에 힘을 실었다. 매장에서도 그로서리 매대를 대폭 넓히고, 돈이 안 되는 패션 등을 확 줄였다.

지난해 6월 서울 노원구 월계점을 시작으로 전국 9개 점포를 이와 같이 개보수 했다. 이는 경쟁사들과 반대되는 움직임이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일부 매장을 폐쇄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마트는 문을 닫는 대신 식품사업 확대로 대응했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리뉴얼한 9개 이마트 점포의 매출은 전년 대비 26.7% 늘었다. 방문객 수도 12.1% 많아졌다. 고객이 이마트에 체류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2시간 이상 머무는 고객 비중이 16.5%로 전년 동기보다 6.1%포인트 늘었다. 이마트 월계점이 고객들 주차시간(20206~9)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시대의 요구와도 잘 맞았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은 모임과 인파를 기피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대형마트 역시 방문객이 줄어들고 매출이 떨어질 게 우려됐다. 하지만 이와 달리 코로나 사태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외식이 줄고 집밥이 늘어나며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수요가 확대됐다. 외부 환경과 내부 혁신이 손뼉을 맞추며, 이마트는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마트는 사상처음으로 연 매출 15조원을 돌파했다. 이마트가 지난 한해동안 거둔 매출은 155354억원.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당초 목표액 153100억원을 초과한 실적이다.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전년대비 23.9%가 올랐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들이 장보는 횟수를 줄이고 단번에 많은 양을 사놓는 걸 선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레이더스는 다량구매 방식이어서 기존 할인점보다 가격 경쟁력이 더 크다.

 

이마트·쓱닷컴 대표 겸직

부진한 사업을 털어낸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강 대표는 삐에로쇼핑, 부츠 등 이마트가 벌여놓은 전문점을 큰 출혈없이 정리했다. 전문점은 실적악화의 주범이었다.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20192분기 당시 이마트는 연결기준 299억원 영업손실을 봤는데, 이중 188억원이 전문점 부문에서 발생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강희석 대표는 온·오프라인 통합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이례적인 행보였다. SSG닷컴은 20193월 이마트로부터 분리, 별도 법인으로 설립됐다. 오프라인 회사의 틀 안에 갇혀있으면, 혁신적인 변화나 성장이 어려울 거란 판단이었다. 덕분에 SSG닷컴은 자체 브랜드 파워와 가격경쟁력을 가지며 신선식품 시장에서 강자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번엔 이마트와 SSG닷컴을 1인 대표 아래 함께 두었다. 그만큼 정 부회장이 강 대표를 신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유기적으로 엮어 옴니 채널을 구성해야 한다는 필요를 반영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마트 그로서리 분야에서 호흡을 맞추던 곽정우 전무와 이명근 상무를 SSG닷컴의 운영본부장과 그로서리 책임자로 임명했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식품 분야, 장보기 영역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사실 말이 쉽지 두 채널을 함께 운영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외부 적과 싸우기에도 바쁜데 내부 경쟁에 함몰되기 십상이다. 자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타 부서의 딴지를 거는 일도 현실 세계에선 흔히 볼 수 있다.

강 대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성과평가체계를 대폭 바꾸고 있다. 이마트 매출이 SSG닷컴으로 옮겨가더라도, 전체 실적이 나아진다면 양쪽 모두 좋은 평가를 받는 방식 등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브랜드인 SSG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SSG는 이마트 미래의 한 축이다. 이마트가 야구단을 인수한 것도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1300여억 들여 와이번스 인수

최근 이마트는 SK텔레콤과 SK와이번스 야구팀을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SK와이번스 보통주 100만주를 1000억원에, 야구팀이 사용중인 야구연습장과 토지 등을 3528000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이다.

야구팀을 인수하는 게 당장 이마트 재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SK와이번스는 2019561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절반이 넘는 335억원이 SK에게 받은 광고 수익이고, 입장료 수익은 80억원 정도다. 영업손익은 6억원 적자다. 2020년은 코로나 사태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 부회장은 야구단 인수에 베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돔 구장 등 다목적시설 추진

이마트 측은 이렇게 밝혔다. “·오프라인 시장을 통합하고, 온라인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야구단을 인수했다. 기존 고객과 야구팬들의 교차점이 넓어 상호간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

풀어보면 이렇다. 야구는 국민 스포츠다. 국내 프로 스포츠 중 가장 오래됐고 팬층도 두텁다. 야구팬들은 모바일 환경에도 익숙하다. 관련 게임이나 커뮤니티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야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이 가장 선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야구팬 상당수가 온라인 쇼핑 역시 주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야구단을 인수함으로써 야구팬을 이마트팬으로 흡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야구단 이름도 이런 배경 아래 유추가 가능하다. 팀명 앞에 신세계나 이마트 대신 SSG를 붙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잘 알려진 오프라인 브랜드를 붙이는 대신 온라인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키워나가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SSG닷컴이 기세몰이를 하는 이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도 점쳐진다. 정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유통업을 단순히 상품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 확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마트 측은 팬과 지역사회,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돔 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타필드와 연계된 돔 구장을 예상해볼 수 있다. 새로운 야구장, 새로운 스타필드, 새로운 유통이다. 신세계가 달라지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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