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35년 동네마트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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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감] 35년 동네마트의 뚝심
  • 노란우산 기자
  • 승인 2021.02.02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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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마트 이성원 대표

젊음이 가장 큰 자산이던 시절, 5남매의 장남이었던 이성원 대표는 군 제대 후 곧장 경동시장에서 일을 배웠다. 40년 넘도록 부지런히 몸을 부리며 생계를 책임져온 우직함과 성실함은 지금의 용문마트를 일군 밑천이다. 경기도 하남 원도심의 정겨움이 남아있는 덕풍동, 이성원 대표는 무려 35년 동안 이 동네의 소소한 살림살이를 책임져왔다. 크고 작은 마트들이 들어섰다 사라지고, 주인이 몇 번씩 바뀌는 동안에도 용문마트만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구멍가게에서 일군 용문마트

“성실함이 비결 아니겠어요.”
이성원 대표는 그간의 고생담을 묵묵히 주워 삼키는 대신 지문이 다 닳아 없어진 손을 내밀어 보인다. 거드름 한번 피우지 않고 달려온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두툼한 손은 여전히 배추를 팔고, 달걀을 팔고, 과자를 판다.
“아내가 저보다 더 고생을 했지요. 참 고마워요. 이제는 두 아들이 함께하고 있어 마음이 놓입니다. 백년가게로 선정된 건 정말 영광이지요. 젊은 아들이 저보다 더 잘 이어갈 거라 믿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온전히 녹아 있는 마트, 동네의 희로애락과 함께 해온 마트, 365일 변함없이 문을 여는 하남 덕풍동의 용문마트가 참 귀하고 고맙다.

두 아들과 함께여서 든든해요

동네 마트를 한곳에서 꾸준히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데 85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요?

처음에는 정말 구멍가게였어요. 77년도에 제대를 하고 경동시장에서 위탁가게 형식의 장사를 시작했거든요. 물건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시장 안에 파는 중간 상인 역할이었지요. 큰 수익이 나는 일은 아니었고 장사란 무엇인지 기본을 배우는 시간이었죠. 늘 수첩을 끼고 다니며 메모했지요. 그런데 81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3년 후 아버지마저 사고로 돌아가시자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때 큰 아버지가 데리고 온 곳이 여기였어요. 빈 점포 하나를 세 내주면서 ‘네 장사를 해보라’며 챙겨주셨지요. 그때는 딱 한 칸, 현재 점포의 1/4 크기였습니다.

처음으로 가지는 본인 가게였을 텐데요. 어떻게 꾸리셨나요?

경동시장에서 각종 채소와 나물 등을 주로 팔았거든요. 그 경력을 밑천 삼아서 채소를 주력으로 하여 과일과 생선을 함께 취급했어요. 혼자 맨 몸으로 때우며 장사를 하려니 참 고단하더라고요. 그 땐 세상에 관심도 안 뒀어요. 가게 안쪽에 방이 붙어 있었으니 이곳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열심히 살았지요.

구멍가게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번듯하게 종합 마트를 꾸리셨습니다. 그 비결이 궁금합니다.

채소만큼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거든요. 좋은 제품을 꾸준히 가져다놓으니 단골이 생기고, 한 해 두 해 지나서도 변하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동네 주민들에게 신용으로 다가간 것 같습니다. 10평이 안 되는 가게를 한 칸, 두 칸 늘리면서 공산품으로 품목을 확대해갔고요.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확장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는 직법 가게를 인수하여 좀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되었지요.

그동안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지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대형 마트가 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사람들 또한 늘었지요. 이제 젊은 사람들은 생필품을 동네 마트에서 사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고려하여 물건을 구성하고 특히 분유와 기저귀는 아예 취급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저희도 2만 원 이상 구입 시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요즘 시장은 두 아들이 더 잘 읽고 대응하리라 믿고 있어요.

두 아들이 대를 이어 마트를 운영하니 든든할 것 같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된 결정적 이유일 텐데요.

두 아들 모두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거든요. 늘 보고 자란 덕인지 자연스럽게 가게를 이어줘서 고마운 마음이죠. 큰 아들 형주는 착실하고 꼼꼼한 면이 있고 작은 아들 웅이는 착하고 순한 게 장점이에요. 형제끼리 화합하면서 잘 이끌어가길 바랄 뿐이죠.

자영업 선배로서 아드님께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항상 친절해야 한다고 말해요. 장사는 사람을 잃으며 다 잃거든요. 당장 돈으로 손해 보는 부분은 추후에 복구가 되지만 한번 사람을 잃으면 회복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동네 가게에 있다 보면 별별 손님을 다 만나게 되죠. 분명 손님이 틀리고 내가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손님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됩니다. 혈기 넘치는 젊은 날에 직접 부딪혀봤기에 얻은 깨달음이에요. 일례로 최근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가게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었잖아요. 그분들을 막아서다보면 언성이 높아지거든요. 안되겠다 싶어서 마스크를 준비해두고는 깜박 잊으신 분들에게 드리고 있어요. 그러면 손님들이 더 미안해하고 고마워하세요. 마음을 얻는 것, 이게 장사의 기본이에요.

그동안 많은 손님이 있었을 텐데요.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을까요?

85년 즈음, 매일 콩나물을 200원 어치만 사가는 분이 있었어요. 배나 나온 임산부인데 두부 한 모도 안사고 일주일간 콩나물만 사가는 모습이 안쓰러워 ‘임산부인데 잘 먹어야 한다’며 자반고등어 한 쪽을 드렸지요. 그러곤 잊고 살았는데 10년 쯤 지나서 어느 가게에서 누가 아는 척을 하더라고요. 그때 생선 주신 생선을 늘 잊지 않고 있다고, 뱃속에 있던 아이가 이렇게 컸다고 소개해주면서 말이지요. 참 뿌듯하고 반갑더라고요. 5년 전에는 제가 몸이 좀 아팠는데 처음 장사할 때부터 지켜봐준 어르신이 찾아와서 진심으로 걱정하며 울어주셨어요. 거기서 끝나지 않고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오라고 재촉까지 하셨죠. 제가 병원에 안 갈 줄 알고 먼저 자리를 잡고 계신 거죠. 그렇게 사소하지만 가족처럼 지낸 이웃들 덕분에 가게가 이만큼 커진 것 같아요.

앞으로 용문마트를 어떻게 발전시켜 갈 계획인가요.

이제 제 몫보다 두 아들의 몫이 큰 것 같아요. ‘백년가게’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으니 앞으로도 동네를 지키는 마트로, 이웃들을 잘 모시는 마트로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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