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정기선 현대重지주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현대중공업은 배를 짓고 중공업기계를 제조하고 엔진을 만들고 플랜트를 세우는 중후장대형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밀한 설계와 치밀한 공정에 의해 철근, 기계 등을 가지고 덩치 큰 제작물을 만드는 게 보편적이다. 그러한 현대중공업이 이제 디지털로 전환해 미래사업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전환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 겸 부사장이 추진하는 그룹의 미래 모습이다. 정기선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에서는 부사장 직함을 달고 있지만, 오너 일가 중에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유일한 오너 경영자다. 정 부사장은 그룹내 미래위원회를 통해 기존 사업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거나 디지털 관련 신사업이 가능한 게 무엇인지 살피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미래위원회는 말 그대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고민하는 곳이다.

현재 조직은 바이오,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을 준비 중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산하에 설치된 소규모 조직이며 계열사별로 20~30대 직원들이 차출돼 구성됐다. 정 부사장이 이 조직의 위원장이다. 그룹의 젊은 인재들과 미래사업을 연구하는 이 조직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경영 목표를 제시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컨트롤타워가 된다면, 정기선 부사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청신호가 밝아질 것이다.

미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기존 사업 결정과 다르게 상당히 유니크하고 혁신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위원회 주도로 지난해 12월 계열사로 편입하게 된 아비커스(Avikus)’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비커스는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 등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항해보조시스템의 개발을 맡는다. AI가 기반인 이 사업은 미래 선박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스마트공장, 스마트자동차처럼 선박도 이제 자율운항의 기술수준을 겨루는 스마트선박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이야말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에 미래 명운을 걸고 있듯이 미래 선박시장을 선점하느냐 못하느냐가 달린 중요한 혁신 과제다.

아비커스가 개발할 기술은 그룹 전체를 관통하는 기술경영 전략이 된다. 정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에 관여하고 있다. 스마트선박 솔루션은 이 모든 회사의 신사업과 연결된다. 계열사의 경영전략에 깊숙이 들어간다는 것만으로 정 부사장의 오너십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된다.

사실 하나의 통일된 기술 플랫폼을 조선계열사들과 현대글로벌서비스가 공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업 아이템 공유도 계열사 별로 각양각색으로 이뤄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의 디지털 전환 핵심은 바로 계열사별로 추진되고 있는 중후장대형의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실과 바늘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 부사장의 디지털 전환은 조선업을 뛰어 넘는 확장성을 갖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지주는 KT와 협력 MOU를 맺었다. KT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자신들의 그룹 곳곳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싶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정유사업에 있어 현대오일뱅크를, 태양광 부문에서 현대에너지솔루션을, 로봇 사업에 현대로보틱스을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비조선 계열사들이다.

한 가지 사례로 로봇 사업의 경우 정 부사장은 20206KT로부터 현대로보틱스의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500억원을 수혈 받아 투자재원 마련의 부담을 덜기도 했다. 현대로보틱스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는 데 이때 마련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이 단순 제조기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읽고 변화할 줄 아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 대전환의 시발점이 바로 그룹의 디지털화인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으로의 전환도 현대중공업그룹의 주요 핵심 사항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동안 30년 가까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을 유지해 왔다. 그러다 정기선 부사장을 기점으로 다시 오너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아들이다. 앞으로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을 차기 리더로 확실시 된다.

과연 정 부사장이 실현코자 하는 디지털 현대중공업이 어떤 성과를 낼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조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김진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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