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락, 대출금 갚자니 막막
경협 보험금·납세유예도 빈말
입주업체 30~40%는 이미 도산

5년째 재가동 외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 오는 10일을 기해 개성공단이 닫힌지 5년이 된다. 한 기업인은 “폐쇄가 이렇게 장기화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4년 전인 2017년 2월 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5년째 재가동 외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 오는 10일을 기해 개성공단이 닫힌지 5년이 된다. 한 기업인은 “폐쇄가 이렇게 장기화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4년 전인 2017년 2월 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성공단 재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폐쇄된지 5년이나 지났습니다. 이제는 살려달라고 말할 힘마저 없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어떻게 해야합니까.”

지난 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나인 대표이사)의 한탄 섞인 첫 마디였다. 오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닫힌지 5년이 된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인 이희건 이사장은 이번 설날이 아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2016년 개성공단이 닫힌다고 통보 받은 날이 설 연휴였던 210일 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설 연휴를 앞두고 그날이 돌아오다보니 마음이 너무나 아픕니다.”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1625일 금요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설 연휴였던 26~10일을 보내기 위해 짐을 챙겼다. 북측 공장장 및 근로자들과는 설 연휴 끝나고 보자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게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아무도 몰랐다.

폐쇄가 공식발표되기 전인 10일 오후 2. 당시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을 긴급히 서울 삼청동에 있는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로 불러 모았다. 기업인들은 설날 인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날 홍 장관은 개성공단을 곧 폐쇄할 예정이니 철수하라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이 자리에서 유동자산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며칠간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경에 홍 장관은 폐쇄를 공식 발표했다.

기업인들은 다음날 11일 개성공단에 올라가 부랴부랴 짐을 챙겼다. 공단은 출경시간이 정해져있고 차량제한이 있다보니 옳길 수 있는건 한계가 있었다. 설비를 잠금 조치할 시간도 당연히 없었다. 조만간 다시 보자며 북측 근로자들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이날 5. 북측도 공단 폐쇄를 선언하면서 개성공단은 완전히 닫혔다.

개성공단 관계자 대부분은 2013년에도 5개월 정도 폐쇄 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그 정도 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5년이 지났다. 당시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한 공공기관의 지사장은 길어봐야 1년일 줄 알았다이렇게 장기화 될거면 인사라도 제대로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권 말기희망마저 사라져

2016년 폐쇄 당시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GDP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 0.04%에 불과하다며, 폐쇄의 경제적 정당성을 밝혔다. 또한, 당시 홍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장관, 국회의원들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경협 보험금 지급, 일시적 자금애로 해소, 필요시 세금 납부 유예 등을 통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5년이 지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취재를 위해 몇 몇 기업 대표에 연락했다. 개성공단 내에서는 규모가 큰 편에 속하는 기업들이다. 대부분 2015년보다 매출액이 30~50%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편이니 버티는 거라고 했다.

공단에서 북측 근로자 1000여명을 고용했던 A 대표는 “20135개월 가량 폐쇄 됐을때도 약 25억원을 손해봤다지금 피해액은 산출조차 하기 싫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약속한 수준의 지원은 없었고 대출만 있었다대출은 결국 갚아야 금액이다보니 회사 자산 일부를 매각하거나 고용인원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신한물산 대표)“5년 동안 기업들이 지칠 대로 지쳐 만신창이라며 어느 덧 정권 말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 희망마저 없다고 말했다.

연락조차 닿지 않는 기업인도 있었다. 수소문해보니 사실상 폐업처리가 한 상황이고, 근황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사 중 개성공단 생산 의존도가 100%인 기업은 최소 49개사(39.5%)이며 의존도가 70%를 초과하는 기업은 72개사(58.0%)에 달한다.

대부분의 입주기업은 개성공단이 닫힌 동시에 생산라인을 상실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경영 위기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제조업이 생산라인을 잃는 순간 기업은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정부지원은 피해액의 30%

하지만 정부의 약속과 달리 전폭적인 지원은 없었다. 협회는 20172월 기준으로 총 피해액이 15000억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4년이 지난 지금 피해액은 증가했을법하지만 구체적인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정부의 지원은 1/3 수준인 4889억원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기관에서 정책자금 대출이 이어졌다. 2~3% 수준의 이자였지만, 생산 라인을 상실한 기업들은 이마저도 낼 여력이 없었다.

입주기업인들은 입주기업의 30~40%는 이미 폐업, 도산 상태일 것이라 추측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통일부,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등 유관기관들에 확인 요청을 했을 때 답변이 힘들다고만 했다. 한 입주기업인은 재단 관계자가 여러 차례 찾아왔지만 의례적 수준에 불과하며 중요한 정보는 하나도 공유해주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입주기업들은 무엇을 바랄까. 이희건 대표는 첫번째는 기업의 생존, 두번째는 손실보상, 궁극적으로는 개성공단 재가동이다라고 말했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입주기업의 신용등급 보전, 정부 차원의 신규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및 업장 폐쇄를 지시함에 따라 소상공인·중소기업 등 피해기업에 손실보전 목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원됐는데, 개성공단 또한 정부의 폐쇄 명령으로 피해를 봤지만 손실보전을 위한 지원금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가동 밖에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신한용 전 협회장 또한 정부에 두가지 요청사항이 있다면서 신규대출과 기존대출의 이자율 감면, 그리고 선() 공단 재개 선언, ()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상이다라고 말했다. 2013년에 공단이 중단됐을 당시 중소기업진흥공단(현 중소벤처진흥공단)에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3%대 이자로 지원한바 있다. 이는 8년 후인 지난 1월 말에 2%로 이자율이 감면됐다. 반면, 2016년 폐쇄 당시 수출입은행은 2%대 이자로 입주기업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입주기업인들은 초저금리 시대인 만큼 수출입은행이 이자를 내려야한다고 주장한다.

20036월 첫 삽을 뜬 개성공단은 20069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올해로 가동 된 지 15년이 됐지만, 이중 1/3이 넘는 56개월은 무의미하게 흘러간 시간이다.

입주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당장 내일이라도 공단이 다시 열린다면 당장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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