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신장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전략의 수립, 경쟁력있는 제품개발능력, 능률적 생산 및 품질관리능력, 고객중심의 마케팅능력, 재무자산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재무능력, 이러한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관리능력 등 수많은 요인들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최근 필자가 재직 중인 세계경영대학원 글로벌 최고경영자과정에 초빙돼 강의한 중소기업인(이하 L 사장으로 호칭)의 경영마인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당사는 약 23년전에 창업됐으며 현재는 중견 인테리어 가구업체로 성장해 그 재무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창업동기를 살펴보면, 국내 S그룹 약 10년간의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여행을 갔다가 예쁘게 디자인된 가구와 인테리어 장식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설립됐다. 사업초기에는 ‘1인 10역’을 해야 했다. 점차 사업이 커져갔다. 그럴수록 거래처들은 공장을 보여달라 했다. 물건 만드는 걸 봐야 믿을 수 있겠다는 주문이었다. 공장을 2곳이나 세웠다.
한때 자금 때문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88올림픽 이후 호황에 사업이 잘 풀려나갔다. 그래도 L 사장은 결코 무리하지 않았다. 90년대 들어 L 사장은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게 된다. 노조가 자주 파업을 하면서 납품기일을 못맞추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또 소량 다품종(약 3000종)을 취급하는 회사의 특성상 제조공장을 보유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선진물류·디자인이 경쟁력
고민 끝에 L 사장은 제조를 접고 모든 판매물품을 외주생산으로 돌리고, 대신 품질관리에 집중했고, 90년대 중반 이후 100억원 이상을 물류시스템에 과감히 투자했다.
당사의 물류시스템은 국내 S전자나 해외 월마트의 물류체계와 비교될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종업체뿐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들까지 견학을 요청할 정도란다.
효율적인 ERP(전사적자원관리)구축으로, 3000여종이 넘는 품목의 위치와 수량은 물론이고, 주문에 따른 재고 및 이익 현황까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10%를 훨씬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가능케 하는 당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는 바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전략의 수립과 능률적 재고 및 품질관리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축은 디자인 능력이다. 당사의 디자인연구소의 연구인력은 업계 최고(전 구성원의 12%)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제품디자인과 매장 구성에 바로 반영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30만명에 가까운 고객명단은 당사가 가진 제3의 자산이다.

변화대응 유연성 높여야
이미 10여년 전부터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가동했으며, 고객 명단의 절반 이상은 최근 1년 이내 재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단다. 이는 당사가 경쟁력있는 제품개발능력과 고객중심의 마케팅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 사장은 보수적인 경영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즉, 현금흐름의 중시 정책, 입금과 지불의 분산, 현금결제, 외상매출의 최소화(월 매출의 10%), 외상매입 최소화 등의 보수적인 자금관리를 하고 있다. 이는 S그룹 재직시 터득한 것으로, 재무자산을 효율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재무능력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고객만족 정책의 일환으로 철저한 애프터 서비스(즉, Call Center 운영), 신선도 유지(즉, 매장 정리·정돈·청결), 신상품 개발속도(즉, 개발 Lead Time 의 단축으로 Speed 화) 및 고정고객 우대정책- 마일리지·할인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당사의 핵심역량은 다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재고·물류관리를 통한 재고의 최소화 및 회전율의 극대화이다. 둘째, IT Infra 를 활용해 Life-cycle 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D/B Marketing 을 수행한다. 개발·생산·영업 연계전략(즉, 포기는 빠르게, 성공은 길게)을 펼치며, 본사·생산·물류·매장 간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셋째, Style 개발 시스템을 토대로 새로운 Life-style 창조, 개발의 다양성 추구 및 개발의 Speed화(60일)를 도모한다. 넷째, 위에 언급된대로 보수적인 자금관리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전근대적 경영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높은 유연성, 대응성 및 전략적 민첩성에서 나온다.

이 명 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세계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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