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국내 아닌 미국증시 택한 쿠팡
월가 전문가들, 공모가 55조원 추정
자금 확보, 내년까지 5만 신규 채용
코로나로 반사이익, 매출 수직 상승
손실 감수하면서 플랫폼 전격 확장
충성고객 확보로 영업익 흑자 기대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 소식으로 뜨겁다. 쿠팡이 국내 증시를 택하지 않고, 미국 증시를 택한 것도 놀랍지만, 기업가치가 자그마치 55조원에 이른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쿠팡은 12(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상장 관련 소식을 전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것. 뉴욕증권거래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증권거래소다. 당초 쿠팡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NYSE로 선회했다. 아직 공모가격 범위나 주식 수량은 결정되지 않았다.

향후 기업공개(IPO) 수순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일정이 예상된다. 먼저 투자자들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공모가 윤곽이 정해지면 3월쯤 뉴욕증시에서 주식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시 1조원 실탄 확보 확실

공모가격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가치가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즈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추정한 수치다.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높다. 1월 블룸버그통신이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할 거라고 보도한 적이 있는데, 당시 추정 가치는 33조원이었다.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코스피 6~7위에 오를 정도다. 네이버와 비교해볼까. 발표가 있던 12일 기준 네이버 시가총액은 602000억원 정도로 국내 5위였다. 쿠팡보다 5조원 정도 더 크다.

실제 네이버쇼핑은 거래액 역시 쿠팡보다 더 많아 국내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 안에는 쇼핑만 있는 게 아니다. 검색도 있고, 광고, 웹툰도 있다. 이걸 다 합쳐서 60조원이란 얘기다. 그런데 쿠팡은 쇼핑 하나만으로 55조원 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니, 그 가치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이마트나 롯데쇼핑과 비교하면 그 대비가 더욱 확실하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양대산맥인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으로도 모자라 여기에 6~7배를 곱해야 55조원이 나온다.

쿠팡은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상장을 통해 총 10억달러(11000억원)을 조달한다는 목표다. 쿠팡은 이 돈을 사업확장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작년에만 25000명 인력을 신규 채용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상거래가 더욱 활발해짐에 따라 인력도 대거 충원했다.

2022년까지는 5만명을 신규 고용한다는 목표다. 풀필먼트와 물류도 강화한다. 풀필먼트는 물품 보관, 포장, 배송, 재고관리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쿠팡은 전국 광역시 8곳에는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현재는 로켓배송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지방 도시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신세계, CJ와 협력체계를 다지고 있고, 11번가는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거래액 기준 국내 1위인 네이버 쇼핑. 네이버는 검색 등 방대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배송이나 물류망을 직접 갖고 있지 않아 약점으로 작용한다.

네이버는 이를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 CJ그룹과 제휴를 맺었다. 6000억원대 지분을 맞교환하는 형식으로 CJ대한통운의 물류 역량을 흡수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 1위 기업이다. 네이버는 또 신세계와도 발을 맞추고 있다. 1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만나 이커머스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둘은 지분 참여 약정을 맺었다. 11번가가 기업공개를 하면 아마존은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약을 통해 국내외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아마존의 직구 상품을 11번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를 유혹하고, 국내 셀러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지마켓과 옥션 등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어서,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는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기폭제로 작용했다. 쿠팡의 상장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 역시 코로나와 무관하지 않다. 기업 실적을 보자.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325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1971000억원보다 91% 늘어난 수치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사업을 시작한 쿠팡은 20135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고, 이후 20151조원 이상, 20172조원 이상, 20184조원 이상을 올렸다. 가파른 성장이다.

하지만 영업손실 역시 눈덩이처럼 불었다. 20165600억원, 20176200억원, 20181조원을 넘겼다. 쿠팡은 의도된 적자라고 밝혔다. 아마존 모델과 다르지 않다는 것. 손실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플랫폼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이 통한 걸까. 쿠팡은 2019년 적자규모가 7500억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05300억원으로 줄었다. 코로나19 방역비용으로 나간 돈이 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올해는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 외신에서 55조원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쿠팡은 이용자 층 역시 두텁다. 202012월 기준 활성 고객은 1480만명에 이른다. 활성 고객이란 해당 분기 동안 한 번이라도 쿠팡에서 상품을 주문한 고객을 말한다. 대한민국 인구(5200만명) 30%가 쿠팡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2738만명) 중에선 54%에나 이르는 수치다.

진성고객 비율도 높다. 쿠팡 고객 중 32%가 로켓 와우 멤버십을 사용하고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매달 2900원의 이용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

쿠팡 입장에선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을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둘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한다. 실제 로켓 와우 멤버들은 물건 값을 조금 더 지불하더라도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과 배송혜택을 선호하는 셈이다. 한 번 쿠팡에 빠지면 나오기가 힘들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500만명이 활성 고객

쿠팡의 매력은 해외에서도 터질까. 쿠팡은 왜 국내증시에 상장하지 않고, 해외증시를 택한 걸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첫 번째 이유는 투자금 유치에 더 낫다는 사실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세계 최대 거래소로 돈이 가장 많은 곳이다.

쿠팡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많은 금액을 투자 받고 있다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어, 쿠팡 역시 어렵지 않게 해외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로 쿠팡의 경영 실적을 꼽을 수 있다. 쿠팡의 누적적자는 4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증시에선 상장 자체도 어렵고, 자칫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 폐지될 위험도 있다. 반면 미국 증시에선 계속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몸값을 성공적으로 불린 기업이 상당수다. 아마존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이유는 차등의결권이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탈에게 투자를 받을 때마다 창업자 지분이 줄어든다. 사업이 커갈수록 지분이 줄어, 상장 즈음엔 창업자 지분이 얼마 남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경영권을 뺏기기도 한다. 미국 증시에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인정하고 있다.

일부 지분에 한해 의결권 비중을 높게 쳐주는 것이다. 상장신청서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가진 주식은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선 이를 금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적은 주식으로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겐 불리한 환경이다보니, 딜레마로 지적된다.

쿠팡의 상장 소식에 정부는 환호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 유니콘 기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쾌거라며 반겼다. K유니콘의 서막이 올랐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