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전국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원부자재 피해 100%보상·영업손실 보전 당연
입주기업 긴급경영자금 대출에 제로금리 절실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무슨 변화가 있지 않을까. 다음 달에는 좋은 소식이 있겠지 하다 보니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 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매일 매일이 고통이었습니다.”

부산 삼덕통상에서 만난 문창섭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5년을 맞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20046월에 개성공단에 처음으로 입주한 시범단지 15개사 중 하나였던 삼덕통상은 공단에서 가장 많은 북한 근로자(3000)을 고용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문 회장 또한 개성공단기업협회 2대 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개성공단에 대한 애착도 컸다. 그런 그에게 매년 돌아오는 개성공단 폐쇄일(210)은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다. 이 시기가 되면 개성공단 진출 초기 때가 많이 생각난다고 한다.

부산 기업인이 개성공단에 진출한다 했을 때 말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 달에 수십 번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에 갔고, 김포에서 개성까지 차로 다녔습니다. 출입시간을 맞추지 못해 부산에 돌아온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남북경협에 참여한다는 그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한편, 아직까지 재개가 요원한 현 상황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현 정부 임기가 13개월여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새로 출범한 만큼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재개 논의가 힘든 상황이니 남한 기업인의 재산권이라도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정권에서 강제로 문이 닫힌 후 아직까지 닫힌 작금의 사태가 매우 안타깝습니다. 또한, 우리는 재산권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업인이 설비 상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해줘야할 것입니다.”

당시 남한 정부는 폐쇄 발표 3시간 전에서야 개성공단 입주기업인을 통일부 남북회담본부로 불러 모아 폐쇄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그리고 시설 회수 등 후속조치를 위해 허락된 인원은 기업 당 2명에 불과했으며, 시간도 반나절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설비 잠금, 유동자산 회수 등 후속조치를 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건이었다. 또한, 당시 설 연휴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평소보다 많은 원부자재들이 개성공단에 있었던 만큼 피해는 커졌다. 인터뷰 질문도 자연스럽게 보상 문제로 넘어갔다.

 

입주기업 피해액 15000억대

문 회장은 정부가 확인한 금액은 당연히 100% 보상 받아야하는 것이며, 영업 손실도 보전 해줘야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통일부와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정부가 피해를 확인한 금액은 7861억원이다. 이중 74.2%5833억원이 입주기업에게 지원됐다. 피해가 확인됐지만 보상받지 못한 비중이 25%에 달한다.

또한, 입주기업들은 영업 손실을 포함하면 피해액이 15000억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한다.

문 회장은 향후 남북경협이 재개됐을 때 기업이 진출하려면 정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확인된 금액마저 보상을 못 받는 상황에서 누가 진출하려 하겠습니까?” 라고 말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입주기업 76.6%는 지난해 매출액이 2015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세기업일수록 그 피해는 컸다. 응답기업 중 매출액 5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15106.7억원에서 202066.0억원으로 38.1% 감소했고, 매출액 50억원 미만 소기업의 경우 매출액이 평균 65.3억원에서 15.6억원으로 76.1%나 감소했다. 정부의 추가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이어 그는 중소벤처진흥공단, 수출입은행 등에서 입주기업에 긴급경영안정자금을 2%대 금리로 대출해주고 있지만, 저금리시대이고 입주기업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로(0)금리가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이 5년간 힘겹게 버티고 있는 만큼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10월 출범한 전국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의 초대 이사장으로 선출 된 문 회장은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분열된 것이 아니라 사업의 영역이 다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합, 기업협회와 사업영역 다를뿐

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으로,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인 개성공단기업협회와는 단체 성격이 다르다. 입주기업의 경영노하우를 살리고 수익창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제격이었다. 특히 지난해 9월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받는 만큼 정부 중소기업 지원시책의 대상이 된 점도 작용했다.

그는 입주기업의 90%는 중소기업입니다. 입주기업들이 폐쇄 장기화에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에 빠져있는데,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합을 설립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4년의 임기동안 공동브랜드사업, 수출컨소시엄 참여 지원 등 판로개척, 파주지역 공동물류사업과 같이 조합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문 회장에게 개성공단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개성공단은 일방적인 대북지원사업이 아닙니다. 남한 중소기업은 북한 인력을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었고, 북한은 개성공단으로 인해 인근지역의 주민생활이 안정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습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에게 개성공단은 자부심입니다. 최고의 개성공단 전도사라 불리고 싶습니다며 인터뷰를 맺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