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철 제씨콤 회장

"하루하루 희망고문 속에서 아직도 그 끈을 놓지 못한채 가슴을 졸이며 재개의 그 날을 위하여 겨우겨우 기업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경남 양산시 제씨콤에서 만난 이재철 회장의 첫 마디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제씨콤은 케이블 컴파운드 절연제, 공기청정기 등을 생산하는 중소제조기업이다. 1981년에 설립된 제씨콤은 2004년 6월 개성공단에 진출한다.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에 최초로 진출한 시범단지 기업 15개사를 구성했는데, 그 중 한 기업인 것이다.

올해로 개성공단 진출 17년차인 이재철 회장은 개성공단 폐쇄 5년을 맞이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의 격변에 따라 희노애락을 함께 했고, 2016년 폐쇄 당시에도 극복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18년 남북정상간 종전선언에는 곧 열릴 것만 같았고, 2020년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때는 다시 깊게 절망했습니다. 하루하루 희망고문 속에서 아직도 그 끈을 놓지 못한채 가슴을 졸이며 재개의 그 날을 위하여 겨우겨우 기업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 폐쇄 후 매출액 절반 수준...정부가 자금조달 안정성 도와줘야

2013년, 2016년 두차례 폐쇄 이후 거래처가 감소했다. 신뢰도가 떨어진 것이다. 대체공장을 확보하더라도 정상운영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를 기다려줄 바이어는 많지 않다는 것이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 여파로 2016년 폐쇄 이전에 비해 매출액과 고용인원은 절반으로 감소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생존은 하루하루 위협받고 있다.

이재철 제씨콤 회장 [제공=제씨콤]
이재철 제씨콤 회장 [제공=제씨콤]

이 회장은 "2016년 폐쇄 당시 박근혜 정부는 투자금의 90%까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많은 국민들이 이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 회사의 투자액 중 75억원은 지원받지 못해 손실로 잡혔습니다" 라며 "손실은 기업에게 전가돼 있는 현실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소벤처진흥공단, 수출입은행 등 정부 기관에서 지원중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라며 "기존 금융부채는 고스란히 기업의 몫으로 남아있는 만큼, 기업의 확정손실까지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기간도 기존 1년에서 5년이상 연장하여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확보됐으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 입주기업 적극 포용하고 소통할 리더 필요

또한 이재철 회장은 상황이 어려운 만큼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소통하는 리더쉽을 갖춘 단체와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관리위원회만으로는 북측의 행정조직과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에는 대응하기가 어려울뿐더러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의 역할은 한정적이기에 다시 재가동 되었을때에는 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힘있는 조직이 과거보다 강력히 요구될 것입니다" 라며 "기업 하나 하나의 입장을 모두 경청하여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소통의 리더쉽을 갖춘 단체를 모든 입주기업인들은 갈망하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개성공단 가치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업인으로 저렴한 인건비, 남측의 편리한 인프라 사용과 접근의 용이함 등 경제적 관점에서 시작했지만, 북측 근로자와 이견을 좁히고, 신뢰를 쌓는 과정에서 어느덧 바로 내가 남북통일의 디딤돌이라는 자긍심도 가지게 됐습니다" 라며 "개성공단의 존재가 남북 대화테이블을 만들어낼 촛불이 되고, 이 불씨가 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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