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특성상 24시간 기계를 돌려야 하는데, 교대제 개편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인력을 충원하려 해도 국내 인력은 기피하고, 외국인마저 입국이 멈춘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입니다.” 수도권 소재 한 금형제조 중소기업 대표의 하소연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혼란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기협동조합 조합원사를 대상으로 주52시간 관련 애로를 접수한 결과, 400개 이상의 현장애로가 쏟아졌다. 주요내용은 한결같이 인력난, 비용 문제 등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3개월인 탄력근로제를 6개월로 확대하고, 1개월인 선택근로제(연구개발 업무) 단위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는 보완입법을 통과했지만, 이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곳도 많다. 뿌리기업 같이 설비 가동의 중단이 어려워 밤낮 2교대로 인력을 운용하는 곳이 대표적이다. 또 야외작업이 많은 조선·기계설비·건설 산업처럼 비나 눈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도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제약을 받는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주52시간제가 시행됐다고 해서, 정부가 당장 중소기업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동안 억눌렸던 주문과 소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주52시간제의 엄격한 적용이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과 경제 활력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럴 경우에 대비해 최소한 법을 준수하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기업들이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도록, 기업 특성에 맞게 지원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다행히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기중앙회와 구성한 민관협의체를 통해 지난 1월부터 주52시간제 관련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스스로 자율개선 프로그램을 신청해 근로시간 체계를 개선하면, 근로감독까지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정부 지원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선, 각 중소기업 특성에 부합하는 근로시간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로 인적·재정적 기반이 취약해서 주52시간제 맞추어 근로시간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개별 기업에 대한 맞춤형 컨설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또한 이러한 정부 지원시책을 현장에서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 잘 모르는 중소기업이 의외로 많다. 정부는 정책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히 점검하고, 중기중앙회도 적극적 정책 홍보를 통해 당사자인 현장 중소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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