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된지 오는 7월 1일이면 3년을 맞게 된다. 이 법은 국민의 안전을 소비자정책의 중요 과제로 인식하고 1980년대부터 제정논의가 시작돼 2002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제조물책임(Product Liability)제도는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처음 인정한 후 발달됐다.
1985년 EC가 제조물책임지침(PL Directive)을 제정한 후 유럽각국이 이를 채택했고, 일본은 20여년의 논의과정과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1995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무과실 책임에서 출발
PL이란 제조자 등이 제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일종으로, 현행 민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 요건을 완화해 제품의 결함에 의한 손해발생시 제조자가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책임을 지는 무과실책임제도를 말한다.
오늘날의 소비자피해는 구조적이며 광범위하게 나타남에 따라 이를 민법에 의해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단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선진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소비자제품이 출현하고, 시장의 개방으로 공산품 등 제품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결함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제품의 결함에 의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PL법의 제정이 필요하게 됐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제정된 PL법은 그 시행 의의를 세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소비자 보호’의 측면이다. 현대사회에 있어서의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유통의 경제구조, 소비자와 기업간의 정보·능력 등의 격차, 현대적 법률문제에 대한 근대적 민사책임법리의 한계 등으로 소비자보호의 필요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PL법은 이러한 현대산업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민사책임법으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를 신속·충실하게 구제함으로써 소비자의 보호에 기여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기업체질 강화의 기회로
다음으로 ‘기업의 경쟁력’ 측면에서 보자. 이 법의 시행은 기업으로 하여금 단순히 안전기준을 준수하기보다는 스스로 제품의 안전성 확보·향상에 노력하게 함으로써, 제품에 대한 안전성 관리나 이와 관련한 기업의 경영전략은 선진화가 불가피해 질 것이다.
이는 제품의 질 향상을 통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며, 또한 제품의 특성, 사용상의 주의·경고 등 안전에 관한 정보 등을 정확하게 소비자에게 제공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끝으로 ‘국제적 조화’의 측면에서 보자. 미국, 호주, EU, 일본, 중국 등 세계의 주요국 대부분은 물론 필리핀, 남미 등의 후발국가에서도 이미 PL법을 도입했다.
따라서 이 법을 제정함으로써 우리 나라의 수출제품이 주요 수출대상국에서 PL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우리 국민이 국내 제품을 사용할 경우 PL법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비난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1995. 10. 16.자 FORTUNE지에는 ‘지옥에서 온 변호사들(Lawyers From Hell)’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피부경화, 장기훼손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유방확대제인 실리콘젤을 제조·판매한 다우코닝사를 상대로 PL소송을 제기해 2천 5백만불의 배상판결을 받아낸 변호사 두 사람을 표지인물로 해 특집을 실은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무조건적인 매출증대보다는 제품안전에 보다 힘쓰고 제품에 대한 표시와 안내에 보다 충실하며 문제발생시 사후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법의 시행은 기회로 작용하여 안전한 제품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유 한 식
한국소비자보호원 상임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