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3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전망이다. 쿠팡의 희망대로 공모가가 30달러를 기준으로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510억 달러(569466억원)에 달한다. 김범석 의장은 10.2%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29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으로 상장 후 76.7%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미국이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은 창업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기업을 경영하면 기업가치가 극대화돼 궁극적으로 투자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재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많다. 정부도 차등의결권은 허용하되 각종 규제 요소를 추가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입법발의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개정안은 차등의결권의 일몰기간을 3년으로 제한했는데, 이는 기업이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3년 일몰기간에 대한 뚜렷한 근거도 없다. 기업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분화돼 가는데, 정부와 국회는 기업을 하나의 집단으로 정의하고 일률적인 규제를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이 4521개사에 달한다.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벤처기업들에게 획일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혁신성 자체를 떨어뜨릴수 있다. 이는 쿠팡은 물론 수많은 벤처기업과 투자자들까지 역동적인 생태계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 이미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주식투자 수익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등 불리한 세금구조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인 미국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우리나라 투자자가 해외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580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테슬라, 애플. 아크 혁신ETF 등 미래 성장이 예상되는 혁신기업에 매수가 집중됐다.

이번 쿠팡의 미국상장 추진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사실은 각종 규제입법은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가치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이 공시자료에서 언급한 규제 리스크는 한국기업 모두에게 적용된다. 2018년 홍콩과 싱가포르가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등 세계 선진 금융시장들이 자본시장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규제입법으로 기업의 신규투자를 제약하고, 투자자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경제생태계는 순환적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근로자 임금과 자영업자 소득이 늘어난다. 기업규제 증가는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린다. 국회와 정부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입법처리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차등의결권의 도입취지를 최대한 살려 국민경제 성장을 위한 장기전략에 집중하고, 차등의결권을 악용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창업자에 대한 평가는 시장의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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