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1988~2000년 도입한 대담한 노동시장 실험인 주 35시간 근로제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노동시장 개혁조치로 전락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면 전체를 할애한 프랑스 노동시장 분석 기사에서 지난 10여년간 프랑스 경제의 성장률이 미국 경제에 뒤진 것은 프랑스인이 미국인에 비해 평균 15% 더 적게 일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한 주된 목적은 10%에 이르는 만성적인 실업해소였다. 기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 인력이 부족해진 기업이 새로운 인력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사회당은 또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가정과 직장에서 이중의 부담에 시달려온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의 주 35시간 근로제 실험은 적어도 3가지 이유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선 가장 주된 근거였던 고용창출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임금이 삭감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이 줄어들자 변형근로제 도입, 생산시설 해외이전, 기술혁신 등을 통해 비용절감을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고용창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근로시간이 35시간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최저임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했으며 조기 퇴직하는 근로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기업들도 근로시간이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어들었음에도 노동조합의 반발 등을 감안해 임금을 삭감하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돈을 준다”며 “이는 적게 일하면서도 같은 임금을 받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표된 일련의 보고서들은 ‘규제 완화’ 한가지만을 통해서도 근로시간 단축 이상으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얻는 일자리 수보다 호텔이나 식당업 허가를 완화함으로써 생겨나는 일자리가 더 많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존 마틴 노동시장 담당 국장은 “근로시간 단축이 실업해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프랑스는 순위가 떨어지는 방안에 과도한 투자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위기의 프랑스(France in Crisis)’를 저술한 경제 전문가 티모시 스미스는 “프랑스의 복지제도는 이미 직장이 있거나 장기 근로를 마치고 퇴직한 기득권층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청년 실업자, 이민자 등을 돕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기존 근로자의 임금 삭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르는 고임 노동자의 해고 등을 거부함으로써 오히려 노동시장에 새로 나오는 신규인력의 취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는 “프랑스 중도우파 정부가 ‘그들만의 복지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지만 이미 거대한 기득권층이 된 노동계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노동시장 개혁에 프랑스의 위기탈출 여부가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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