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사랑 청소년글짓기 공모전’을 개최, 정자산(18·목포고 )군 등 40명의 작품을 선정해 포상했다. 본지는 때 묻지 않은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중소기업의 중요성 등을 솔직하고도 재미있게 묘사해낸 이들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나도 중소기업처럼 뿌리가 되고 싶어요”

나는 올해 고3이 되는 학생이다.
바야흐로 사람의 진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학진학을 결정해야 할 시기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떤 공부를 해야 내가 목표하는 삶을 살 것인가.
그러나 나는 아직 주어진 대상과 사물에 대한 가치를 올바로 구별해낼 줄 모르고,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선악에 대한 판단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가치관도 인생관도 바르게 정립하지 못한 어린 아이이다. 그만큼 내가 보아온 세계는 좁았고, 내가 나아가야 할 세계를 몰랐다.

벼 한포기 뿌리 ‘지구길이’
어느 날 진로 결정에 대한 나의 이런 고민을 안 아빠가 이런 제안을 했다.
“들에 나가보자.”
차를 타고 야외로 나갔다. 멀리 대불공단이 보이는 하구언을 지나 영암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막 황숙기에 접어든 벼들이 노오란 잎사귀를 흔들고 있었고, 하얀색 빨간색 코스모스가 서로 어우러져 피어 있었다. 우리는 차를 들길에 세우고, 아빠와 나는 늦가을 논길을 걸었다.
아빠가 걸음을 멈추고, 논가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랑을 만들어 물을 빼기 위해 옆으로 치워놓은 벼 중에서 한 포기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돌아보았다.
“이거 좀 볼래?”
아빠가 가리킨 것은 벼의 뿌리 부분이었다. 아직 물기가 떨어지는 뿌리 부분은 하얀 뿌리가 그대로 보였다. 벼알이 출렁이고 있었다.
“뿌리잖아요.”
“그래. 하지만 자세히 보아라, 이 뿌리들을 모두 연결하면 길이가 얼마나 될까?”
아빠의 질문은 벼뿌리를 모두 연결해서 길이를 재면 얼마나 될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자세히 살펴보았다. 두어뼘 되는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었다. 한 줌 정도의 뿌리들.
“10미터 정도 되겠는데요.”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바라본 아빠는 웃고 있었다. 전혀 아니라는 듯.
“얼마나 되는데요?”
아빤 대답 대신 이런 말을 하여 주셨다.
“나도 이 이야기를 고등학교 다닐 때 생물선생님을 통해서 들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어느 과학자 분이 과학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바로 이 벼뿌리의 길이 때문이었다고. 내가 들었던 바로는 이 벼 한포기의 뿌리를 모두 합치면 지구를 돌 수 있는 길이가 나온다고 하였다.”
뭐라고? 나는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뿌리들의 길이가 지구 길이만큼 돼?
“그렇단다. 벼는 양분을 빨아들이기 위해 힘 닿는 만큼 뿌리를 내린다. 저 수없는 뿌리는 낟알을 맺고 익히기 위해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한 톨의 열매를 위해 벼는 잎을 펼치고 수없는 뿌리를 내린다.”
경악해 하는 나를 앞에 두고, 아빠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뿌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왕성하면 왕성할수록 열매는 굵고 튼실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앞으로 맺을 열매를 알고 싶을 때는, 그 나무의 뿌리를 보는 것이다.”
아빠의 말은 끝났지만, 나는 아빠의 말이 의미하는 궁극적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나라의 뿌리는 뭐냐?”
“국민 아니에요?”
“맞다. 뿌리인 국민이 튼튼하고 건강 할 때, 나라도 경쟁력이 튼튼해지는 법이다. 한 가지 더 묻자. 경제의 뿌리는 뭐냐?”

일류제품도 中企 있어야
아빠의 질문은 집요했다. 궁리 끝에 생산과 기업이라고 말하자, 아빠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해 구분하여 설명하시는 것이었다.
“분명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 된 대기업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외국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기업도 중소기업의 튼튼한 뒷받침이 없이는 안 되는 것이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 만개의 부품들이 들어간다. 대기업이 그 부품들을 일일이 다 만들 수는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그 부품들을 생산한다. 자동차가 일류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품들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부품 제조 능력이 일류가 되어야 한다.
바로 이 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바로 열매와 뿌리의 관계일 것이다. 네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는 궁극적인 문제에 대해, 학과를 선택하고 대학을 진학하고자 할 때, 아빠의 말을 떠올려 보거라. 코스모스의 화려한 꽃잎도 결국은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것. 그리고 비록 한줌밖에 안 되는 열매지만, 그 열매를 맺기 위해 수많은 뿌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빠의 말은 하나의 깨우침이었다. 지난 가을 들길에서 아빠와 대화를 나눈 이후, 나는 나의 진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나는 뿌리가 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매주 금요일 KBS1 TV에서 방영하는 ‘신화창조의 비밀’은, 그 동안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만 젖어있던 내 눈에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계시장을 석권한 자그마한 손톱깎이 회사 ‘쓰리-쎄븐’의 통쾌한 기술 혁신과 거대한 댐건설에 이어, 솔로몬 군도에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나무를 심으며 원주민과 솔로몬 정부의 신임을 획득한 어느 중소기업의 이야기까지, 이렇게 세계를 향하여 포효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이야기는 어린 나를 경이로운 세계로 이끌어 갔다.

中企발전이 국가 경쟁력
바로 뿌리의 승리였다. 나는 매주 방영하는 ‘신화창조의 비밀’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라와 민족을 지탱하는 힘이 바로 이 뿌리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았다. 바로 이런 중소기업의 승리는 경제의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또한 잠들어 있는 우리 민족을 깨우는 우렁찬 기상나팔임을 새삼 느껴 보았다. 그리하여 무엇을 하든, 이공계를 진학하든, 문학을 하든, 교사가 되든, 나는 이 나라의 뿌리가 되고자 한다.
창밖에 겨울바람이 분다. 그 속에 어린 느티나무가 춤을 추고 있다. 바로 뿌리의 춤이다.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바람이 불고 가는 노래소리도 들린다. 바로 뿌리의 노래이다.

◇사진설명 : 김성진 중소기업청장(가운데)과 수상자들이 시상식을 마친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왼쪽이 정자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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