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중소기업특위가 발표한 금년도 중소기업 정책혁신 12개 과제는 매우 의욕적이고 참신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초점은 환영할만 하나 이번에도 혁신에 대한 편중된 시각이 노정됐다.
지원정책이 일부 첨단기술분야의 혁신형 기업과 벤처기업 중심으로 치우친 것은 유감이다. 과거의 벤처는 기술개발 중심의 ‘기술적 벤처’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뉴벤처’(new venture) 개념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프랑스 중소기업에 대한 연구사례를 보면 성공적인 중소기업의 혁신전략 유형은 제품혁신형, 프로세스 혁신형, 성과관리형의 세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제품혁신형에만 치중한다.
리스크가 큰 혁명보다는 조직의 힘을 참여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진화적 혁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혁신은 눈덩이 굴리기나 자연의 변화에 비유할 수 있다. 처음에는 눈덩이가 작지만 계속 굴리면 큰 덩어리가 된다. 자연은 천천히 변하지만 어느 사이에 새싹이 돋고 무성해지고 낙엽이 된다.

제품 혁신보다 과정도 중요
발명가나 첨단기술에만 의존하는 중소기업 정책은 위험하다. 19세기 전후의 발명가들은 혼자서 모든 개발과정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혁신은 발명, 상품화 출시, 시장요구 피드백, 원가절감, 품질개선,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여러 기업들이 분담한다. 최초의 발명가나 기술개발자 중심으로 자금이 편중지원되면 다수의 진정한 혁신적 중소기업들이 소외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혁신과정 전체를 보아야 한다. 엔지니어, 프로젝트 팀, 관리자, 스폰서, 특허관리자(수문장), 제품 챔피언, 디자이너, 마케터 등의 역할이 모두 혁신업무라는 점을 망각하면 안된다. 피터 드러커는 “시장수요와 고객요구를 파악하고 혁신적 방법으로 신사업 기회를 실현해나가는 경영자들이 진정한 발명가”라고 한다. 기술적 공학적 발명은 전체 혁신의 일부분이다. 드러커는 “미국의 경제발전과 실업문제 해결은 하이테크 덕분이 아니라 패스트푸드, 금융서비스, 유통 등 평범한 로우테크 분야의 혁신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혁신을 관리하는 조직돼야
과거 신제품에 대한 연구를 보면 소비자 아이디어 때문에 출현한 발명품이 60% 이상이고 출시후의 수정 즉, 리이노베이션(re-innovation)의 경우는 특히 소비자들의 의견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 포드자동차회사의 경험적 교훈을 보면, 설계단계의 수정은 생산계획단계의 수정보다 10배 중요하고 생산단계의 수정보다는 100배 중요하다고 한다. 만일 초기의 기술개발만을 강조하면 낙후된 후속과정으로 인해 엄청난 낭비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모든 중소기업이 혁신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특히 기술인력 인프라, 지적 재산권 보호, 무형자산의 평가, 시장 피드백 활성화, 집단적 품질인증, 공동브랜드에 더욱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이 모두가 리스크를 동반하며 혁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다. 원가절감도 중요한 혁신이다.
물론 혁신의 유형과 수준은 기업마다 다르다. 그러나 100% 혁신만 하는 기업도 없고 전혀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도 없다. 혁신은 조직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때에만 유익한 혁신이 된다. 일상업무처럼 평소에도 혁신을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창의성, 상상력, 경험, 재능은 사람마다 다르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들도 드라마의 배역처럼 각자 역할을 잘하면 되고 그것으로 가히 ‘혁신적 기업’이란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뉴벤처 개념이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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