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사랑 청소년글짓기 공모전’을 개최, 정자산(18·목포고 )군 등 40명의 작품을 선정해 포상했다. 본지는 때 묻지 않은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중소기업의 중요성 등을 솔직하고도 재미있게 묘사해낸 이들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현지야, 텔레비전 그만 보고 그만 끄고 자라고 했지?”
“아빠, 잠시만요! 아주 재미있는 부분이란 말예요.”
요새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이다. 국내에서 서로 경쟁하던 대기업인 J모터스 회사가 GD자동차 회사의 신차 디자인을 빼돌렸다. 그래서 지금 완벽함을 자랑하던 GD자동차 사장 한기주가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열심히 애쓰고 있는 장면이 나왔다.
신차 디자인은 GD 자동차 회사에서 5년여 동안 준비하던 것이어서 더욱 큰 타격을 입게 되었고, 은행 자금을 유통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생겨 일이 크게 꼬여 버렸던 것이다.

자동차부품 3만개나
“승준아, J모터스 거래처 리스트 좀 뽑아와. 그리고 연락 되는대로 약속 좀 잡아줘.”
그에게 처음으로 닥쳐온 회사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나 궁금해서 지켜보았는데 뜻밖이었다. 나는 우선 한기주 사장이 새로운 디자인을 재창조하거나 아니면 J모터스에게 디자인을 유출한 GD자동차 회사 직원을 알아내려 애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한기주 사장은 승준이란 비서가 뽑아온 거래처 리스트를 살피고선 J모터스 회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 자신의 회사와 거래하자고 설득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J모터스 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 회사와의 거래에서 결재가 늦어졌지만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2년 안에 주식 시장에 상장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지금 거래하는 곳이 있지만 우리는 더 많은 협력 업체들이 필요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당신의 회사와의 거래는 필수적이다… 등등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을 자신의 회사로 거래처를 바꿀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런 한기주 사장의 대응이 J모터스 회사에게 심한 타격을 줄 수 있을지 의아해 졌다. 다른 방법이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거래를 끊게 만드는 것으로 이번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거래가 끊어지면 J모터스 회사는 다른 중소기업체와 거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 자체 내에서 생산하는 것도 있을 텐데 내가 좋아하는 한기주 사장의 방법이 잘못된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했다.
“아빠, 저런 조치가 무슨 효력이 있어요?”
자동차 회사에 다니고 계시는 아빠께 지금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드렸고 궁금한 점을 여쭈었다.
“음, 그럼 J모터스 회사는 큰 피해를 입게 되겠구나.”
이제 J모터스 회사는 부품을 대주는 다른 중소기업들과 계약을 맺거나 GD자동차 회사로 돌아선 중소기업들과 재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아빠! 제가 며칠 전에 읽은 신문에선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길까봐 대기업의 횡포에도 꼼짝 못하고 당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요?”
대기업의 횡포. 내가 얼마 전 읽은 신문에서는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었다. 대기업에 꼼짝 못하는 중소기업들 때문에 대기업인 J모터스 회사가 무너질까.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약 3만개 정도의 자동차 부품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대기업에서도 부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부품을 조립하고 신차의 이름을 개발하는 것이 약간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과의 거래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들과 거래해서 필요한 부픔을 채워 넣어야 비로소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부품이 좋아야 비싼차
아무리 그래도 중소기업의 비중은 그렇게 커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대기업이 팔아주지 않는다면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살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도 결국 이윤을 남기기 위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게 부품을 값싸게 사려는 ‘횡포’를 부릴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솔직히 값싼 부품을 파는 중소기업과 거래하면 아빠가 다니시는 회사에 이윤이 더 많이 남아서 좋은 것 아니에요? 한기주 사장이 새로 계약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수록 그 회사는 손해를 많이 보지 않나요?”
“물론 부품 값이 얼마 들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이익이지, 하지만 값싸지만 질이 낮은 부품이라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그게 더 손해란다.”
자동차의 부품이 좋을수록 더욱 성능이 좋은 자동차가 생산되기 때문에 그게 더 이익이 된다는 말씀이셨다. 성능이 좋은 자동차는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에 더욱 판매가 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실력 있고 기술이 좋은 중소기업이라면 대기업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들이 거래를 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게 된다.

中企가 한국이미지 좌우
만약 중소기업이 힘도 없고 대기업이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닌다면 두 기업 모두 망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적자에 허덕이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성능이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지금, 아빠의 회사에서는 중국으로 자동차를 수출 중이다.
며칠 전, 13억이 넘었다는 중국의 인구, 그 넓은 시장에서 아빠가 다니시는 회사의 자동차가 성능이 좋다고 소문이 난다면 엄청난 이윤이 남을 것이다. 덩달아 한국의 이미지도 상승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작은 중소기업의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이 개발하는 기술력은 대기업을 살리고 한국의 이미지까지 살릴 수 있다. 하찮게만 본 중소기업 속에는, 대기업보다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며칠 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드라마 ‘파리의 연인’ 속 한기주 사장은 극중에서 2년 후 신차를 내놓았다. 그곳에서 설명하는 신차의 성능도 뛰어났고 그 차 덕분에 회사는 다시 디자인 유출 사건의 충격을 딛고 더욱 상승했다. 그리고 물론, 주요 내용인 삼각 관계도 잘 풀려나갔다. 역시 J모터스는 막대한 손실로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해피 엔딩으로 무사히 드라마가 끝났다. 한기주 사장이 사랑과 함께 위기에 처한 회사를 잘 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가 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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