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일, 발효 1주년을 맞았다. 협상 개시에서 국회 비준에 이르기까지 험로를 겪었던 한·칠레 FTA는 경제블럭화되는 국제 무역환경 속에서 외국과 맺은 최초의 FTA로 양국 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FTA 1호’인 한·칠레 FTA 발효에 5년이 걸렸다. 지난 99년 칠레와 FTA 협상을 개시해 2002년 10월에 타결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월 국회 비준을 받아 같은 해 4월1일 발효시킨 셈이다.
최근 한국이 한·칠레 FTA를 밑거름으로 FTA 추진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한·칠레 FTA가 양국의 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에 힘입은 바 크다.
FTA를 통해 무역상대국과 ‘맞춤 통상’을 추구하면 국내 산업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성장, 국민후생 증대, 국내 산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는 시장개방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얻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시다발적 FTA 추진
△FTA 어떻게 추진되나= 칠레를 첫 번째 FTA 체결 대상국으로 꼽은데는 시장개방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큰 교역구조였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추진과정에서 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실제 파급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시행 1년의 성적표다.
한국은 지난해 4월1일 한·칠레 FTA를 발효시킨 이후 일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멕시코, 캐나다, 유럽자유무역지대(EFTA), 인도, 남미공동체(메르코수르) 등 7개 무역상대, 20여개국과 전방위로 FTA를 추진 중이다.
그 결과 한국과의 FTA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이 한국에 FTA 가능성을 타진하고 일본도 한국과의 FTA에 더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한·칠레 FTA에 이어 조만간 싱가포르와 FTA 2호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EFTA, 캐나다, 아세안과 연내 FTA 타결이 유력하다.
EFTA와는 지난 1월 1차 협상을 가진 데 이어 이달중 2차 협상을 가질 예정이며 통상 마찰 부분이 별로 없어 연내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캐나다와는 지난 1월 1차 협상을 갖고 양측 통상장관들이 올 11월까지 타결을 위해 노력키로 합의했다.
아세안과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차 협상을 가진 데 이어 이달 13~15일 서울에서 2차 협상을 열기로 했으며 상품 분야는 올해, 서비스·무역 분야는 내년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중 한국의 수출 확대에 가장 유리한 것은 아세안과의 상품 분야 FTA다.
아세안은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흑자 상대로 현재의 높은 관세율을 감안할 때 FTA 체결시 한국 공산품의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올들어 FTA 협상을 동시다발로 추진하고 있으나 현재 국제통상 무대에서 140여개의 FTA가 발효중임을 감안하면 FTA에 관한 한 후발국이며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행 1년 ‘득과실’=한·칠레 FTA체결로 한국은 칠레에 대해 공산품 수출이 크게 증가했으며 칠레는 한국에 대해 포도주 수출이 급증하고 원자재 수출이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이 우려했던 칠레산 농산물의 수입 증가율은 포도주를 제외하면 2%에도 미치지 못해 양국 FTA가 한국 농업에 끼친 피해는 미미했다.
한국은 FTA 체결 1년만에 칠레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3%대로 회복하고 지난해 대 칠레 수출 증가율이 칠레와의 FTA 체결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등 한·칠레 FTA로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코트라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對칠레 수출이 6억9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칠레 수입시장에서 3.1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한국의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 3.2%, 2001년 3.3%에서 경쟁국들이 칠레와 FTA를 속속 체결하면서 2002년 2.8%, 2003년 2.98%로 하락했었다.
또 칠레의 주요 FTA 체결국 중 칠레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한국이 가장 높았는데 한국보다 먼저 칠레와 FTA를 체결한 멕시코, 캐나다, 미국의 수출 증가율은 각각 26.6%, 3.3%, 37%였다. 한국의 대 칠레 수출 호조는 FTA를 통해 수입관세가 즉시 해제된 품목들의 수출 급증에 힘입었다 .
주요 품목의 수출 증가율을 보면 휴대폰 175%, 자동차 63%, 컬러 TV 70%, 폴리에스테르 161%, 디지털카메라 54% 등이었다.
칠레의 한국 수출은 지난해 18억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수입 급증 품목은 포도주(증가율 153%), 동광 및 정광(91%), 정제동(87%), 삼겹살(56%) 등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액을 제외하면 대 칠레 수입 증가율은 28% 수준이었다.
농산물의 경우 포도주, 돼지고기, 키위 외에는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며 한국의 전체 농산물 수입에서 칠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아 한국 농업에 미친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대 칠레 최대 수입 농산물인 신선 포도는 15%, 주요 수입 수산물인 홍어는 41% 수입이 감소했다.
칠레는 한국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광물 등 원자재, 포도주 등의 대한 수출을 확대할 수 있었던 셈이다.

中企의견 반영할 채널 가동을
△中企체감효과는 미지근=한·칠레 FTA협정 발효 이후 관세가 철폐된 자동차, 합성수지, 무선전화기, 칼라TV등의 수출증가가 두르러졌다. 그러나 이들 품목의 대부분은 대기업 완성품으로 개별 수출 중소기업이 한·칠레 FTA협정 체결 효과를 몸으로 느끼기에는 거리가 멀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제현정 연구원은 한국과 칠레 FTA체결은 기업별로 큰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제연구원은 “6%의 관세 철폐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품목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품목도 있고 칠레의 경우 운송거리가 멀고 배편이 많지 않아 중소기업 입장에서 선뜻 시장개척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과 중국, 일본, 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한 FTA 체결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호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협상은 전체 산업을 놓고 진행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부문만을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중소기업들의 의견이 협상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사소통 채널을 확보, 가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과 칠레의 FTA 체결 1년이 지난 결과 양국간 수출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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