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는 면적 9만3,030㎞인 동유럽의 소국이다. 국토는 남한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1,013만명에 불과하다. 슬라브족이나 게르만족 일색인 동유럽에서 한국과도 관련이 있는 우랄알타이어족의 마자르족을 그 기원으로 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공산화가 된 헝가리는 지난 89년 다당제 정치체제와 개방정책으로 바뀌면서 동유럽의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페렌츠 쥬르차니(Ferenc Gyurcsany) 헝가리 총리를 국내 경제 4단체 주최 오찬 간담회에서 만났다. 그의 첫인상은 정치가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즈니스맨에 가까웠다. 부동산회사와 제조업을 경영하며 자국 50대 부호에 들기도 한 기업인 출신의 40대 젊은 총리라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동유럽의 경제중심국으로 비상하는 젊은 헝가리의 이미지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기업활동규제 없애야
헝가리에 해외 기업들의 투자가 몰리는 이유는 많다.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는 지정학적 장점과 함께 대외 개방적인 제도와 풍부하고 양질의 인적자원이 그것이다. 주위의 다른 나라들보다 영어 습득에 열심이어서 언어문제가 덜 부담스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와의 대화는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헝가리는 투자하기 좋은 곳이다.’ 유럽국가로서는 특이하게 아시안 혈통의 흔적이 남아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면도 없지는 않다. 한국으로서는 충분히 유리한 점이다.
기업이 어느 곳에 공장을 세우고 진출하는 것은 결국 수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기업과 함께 투자된 나라가 서로 잘살게 되는 것이 목표다.
많은 우리 기업들이 유럽에, 특히 헝가리에 투자를 늘여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윤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 기업인 만큼 우리나라 역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로부터 뿐만 아니라 우리기업이 머물러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헝가리는 이미 동유럽의 중심을 표방하고 있다. 동북아 중심을 선언한 우리나라와 많은 면에서 비교된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중심, 나아가 세계의 경제중심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개방적 사고를 갖는 것이 그 첫째가 될 것이다. 다른 나라와 내가 공존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실천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문제 중 많은 것이 관습적인 것이다. 정부는 규제를 많이 풀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훨씬 낮다. 기업은 당연히 이래야 하고 저래서는 안 된다는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제도와 규범 뿐만 아니라 사회적 패러다임을 국제적인 표준에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적 표준을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쥬르차니 총리가 보여준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의 헝가리는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장 빠른 시일 내에 그것을 해내겠다. 그리고 이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총리의 의지다.

미래를 향한 준비 서둘러야
과거사 및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이나 일본과 마찰이 생기고 있다. 가깝고도 먼 것이 이웃나라라고 했던가. 얼마만큼의 긴장상태는 불가피한지도 모른다. 특히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이들 3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세계는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블록이 생겼고 점점 강화되고 있다. 동북아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3국의 가운데 위치한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도쿄와 베이징의 사람들을 서울에서 모이게 하자. 그리고 머리를 맞대고 서로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우리는 모든 것은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세계로 나가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이 수 연
컨벤션이벤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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