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커피를 엎질러 화상을 입은 미국의 할머니가 맥도널드 햄버거를 상대로 PL소송을 제기해 1심의 배심원으로부터 290만 달러의 배상결정을 받았지만, 판사로부터 65만 달러의 판결을 받은 후 모두 항소해 배상금액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한 사례는 유명한 PL사례다. 이후 유사한 사례들이 빈번하게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 5월 1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플로리다로 향하던 ‘밸류제트’사의 항공기가 화물칸에 불이 나 플로리다 주 에버글레이즈 지역에 추락, 105명의 승객과 5명의 승무원이 사망했다.

국내 PL대응 느슨해
밸류제트사의 정비대행업체인 새브리테크사의 경영진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전뚜껑을 씌우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1999년 새브리테크의 정비담당 부사장과 정비사 2명에게 살인죄를 적용, 징역 55년과 벌금 270만 달러(약 33억원)가 구형됐고 새브리테크는 사라진 회사가 됐다. 산소통 안전 캡은 한 개에 3센트였으며 사고기에 실렸어야 할 안전뚜껑은 모두 9달러어치였다.
이 사건은 세계적으로 ‘안전보다 이익을 우선으로 삼은 기업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전형적인 참사’로 기록됐다. 사고기의 산소통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안전뚜껑이 장착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L전자회사도 빈발하는 전기압력밥솥의 폭발사고로 인해 공개적인 리콜을 실시하는데 몇 10억 원을 투입하다가 계속해 폭발사고가 발생,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기업의 이미지를 흐리게 되자 전기압력밥솥의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PL법이 시행된 지 이제 3년 정도 돼간다. 그러나 처음 PL법이 시행되기 전의 요란한 움직임과는 달리 최근의 PL대응은 너무 느슨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나오고 있다.

제품안전 품질보다 중요
제조물책임대책은 일시적으로 대응하고 그만둘 일이 아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제품안전대책을 세워나가야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로부터 안전성과 제품품질로부터 신뢰감을 얻게 된다.
또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은 절대적으로 안전한 제품은 없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품질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 그러므로 차선책으로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과 위험성에 대한 경고표시를 잘해야 한다.
‘소송의 천국’ 미국은 PL 관련 분쟁이 워낙 잦다보니 소비자에 대한 경고 문구는 매우 다양하다 못해 상상력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옷 입은 채 다림질하지 마시오’(다리미), ‘콧구멍이나 귀에 건전지가 박히면 병원에 가시오’(건전지), ‘뒤집지 마시오’(케이크), ‘샤워 중이나 잠자는 중에는 절대로 쓰지 마시오(헤어드라이어)’는 충분히 예견가능한 경고일 뿐이다.
제조물책임에서 요구하는 안전성을 품질에서 요구하는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제품안전대책은 품질과는 별개의 중요부분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기업은 언제나 안전은 뒷전이고 품질코스트를 내리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위의 미국 비행기정비회사의 사례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제조물책임대책을 소홀히 한 기업은 도산하게 될 것이다. 유방 확대수술용 실리콘 젤을 제조한 다우 코닝사나 위의 L전자회사의 전기압력밥솥시장에서 철수한 사례 또한 다른 기업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좋은 교훈이다. 이제는 제조물책임대책이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할 때이다.

최 병 록
서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