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금에 대한 정부의 신용보증 비율이 현재 대출원금의 85%에서 수년 내로 60~7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또 보증수수료도 단계적으로 인상되고 보증기간을 연장할 때는 더 높은 수수료가 부과되는 등 중소기업 보증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그러나 담보위주의 대출관행이 지배적인 현 금융시스템에서 신용보증 비율 축소로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악화시킬 수 있어 시기와 방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4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산업·중소기업 분야’ 공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밝히고 적절한 수준의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통해 경제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사회:현오석 무역연구소 소장
■발제: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케네스 강 IMF 한국대표사무소 소장
■토론:강형자 한국여성벤처협회 부회장
김종수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희대 하나은행 부행장
이득희 신용보증기금 기획부본부장
임종수 기협중앙회 정책조사본부장
장욱현 중소기업청 기업성장지원 국장
조영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허경욱 기획예산처 산업재정심의관

△강동수 연구위원=신용보증제도는 1997년 IMF 이후 금융위기로 인한 중소기업의 연쇄도산을 차단하고 위기로부터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적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신용보증은 이론적 취약성을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부 운영상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신용력이 미약한 기업뿐만 아니라 신용력을 이미 갖춘 기업과 사업성이 낮은 한계기업에도 신용이 공급돼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저해되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지난 28년간 운영돼온 신용보증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신보 및 기술신보의 보증잔액이 과다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양기금의 보증잔액은 47조1천억원으로 GDP의 6.1%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외환위기 발발당시인 1997년의 17조1천억원에 비하면 3배가량 증가한 금액이다.
또한 최근 3년간 신보와 기신보의 부실보증기업에 대한 대위변제액은 4조8천억원과 3조1천억원이며 지난해 말 현재 양대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구상권은 18조4천억원에 달하는 등 국민부담으로 손실이 전가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은행이 출연한 신용보증 출연금은 6,525억원인데 비해 대위변제금은 3조1,417억원으로 대위변제액 비율이 4.8배에 달하는 등 현행체제에서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심사 유인이 크지 않아 신용보증제도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케네스 강 소장=97년 이후 급속히 확대된 정부 신용보증이 중소기업 경쟁체제를 왜곡시키고 역동성도 제한 해 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보증비율을 국제 관행에 맞게 50%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또 일부 기업이 보증을 독점하지 않도록 보증기간을 연장(롤오버)하는 기업들에는 더 높은 보증료를 적용해야 한다.
한국의 신용보증잔액은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향후 5년간 매년 GDP대비 신용보증 규모를 1%포인트씩 낮춰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한국의 GDP대비 신용보증액 비중은 2003년 9.8%로 미국(0.11%) 독일(0 .15%) 프랑스(0.1%)는 물론 일본(7.5%)보다도 높다.
△임종수 정책조사본부장=유가 및 원자재가 폭등,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불안 등 중소기업이 처한 국내 현실은 어렵기만 하다. 경기가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이때 신용보증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은행은 은행대로 매출감소와 연체율 상승을 이유로 대출회수에만 급급해 하고,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추가담보를 요구하는 등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어렵다. 또 지난해 말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늘었지만 순 대출증가는 7조원으로 2003년 35조원에 비해 80%이상 줄어들었다.
은행의 몸사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신용보증은 중소기업인에게는 가뭄 속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 온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신용보증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힘겹게 살아나려고 하고 있는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중소기업의 현 상황은 어렵다. 그러나 산업 전반적인 입장에서 신용보증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대기업 100%를 기준으로 지난 90년 50% 수준에서 2003년 32%로 확대됐으며 미국 50%, 독일 60% 수준에 비해 열악한 상태다. 이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하면서 대기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에 집중 시장 확대를 한 반면 중소기업의 노동집약적 시장은 중국에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김종수 논설위원=신용보증규모가 외환위기 이후 비정상적으로 늘고 있다. 이는 금융시스템이 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민간부문의 신용대출 시스템이 중소기업을 떠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결국 민간은행들이 신용평가 강화 등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매력을 없앨 것이며 이러한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의 역할과 부담이 커져갈 것이다.
△함준호 교수=신용보증 제도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검토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용보증제도의 문제점으로는 보증규모 확대에 주력한 나머지 가격기능이 상실된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공적보증과다에 따른 한계기업 퇴출이 지연되고 우량기업이 설 땅이 없어진 점이다. 또한 은행의 경우 채권추심보다 대위변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허경욱 심의관=정부는 신용보증 규모 증가에 따라 재정부담이 과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10조원 가량의 잠재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있으며 IMF 이후 민간출연금보다 정부 출연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의 신용보증기금이 한계기업으로 흘러들고 있어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등 거시경제적 재정효과가 미흡한 상태다.
△이득희 본부장=신용보증 제도를 활용하는 중소기업은 대략 30만개 기업으로 전체 중소기업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1년에 40만개의 법인이 새롭게 생성 소멸하는 등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신용보증제도가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킨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일본의 경우 신용보증제도 운영에 따른 손실 1조2천억엔을 정부에서 보전하고 있으며 대만의 경우 손실의 85%를 정부에서 보전하나 한국은 65%에 불과하다.
또한 일본은 부분 보증률이 100% 이지만 한국은 최대 85%에 불과하며 97년 대비 2004년 보증잔액이 2.8배 늘어났지만 2.6배 증가한 중소기업 대출과 연동됐기 때문에 체감 증가율이 크지 않다. 또한 은행의 순수 신용대출 비율이 5.8%에서 최근 20%로 증가하는 등 은행들의 손실방지를 위한 신용분석 노력이 늘고 있어 대위변제에 따른 은행들의 신용분석 노력 저하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IMF를 지나면서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가 165조원에 달하는 것에 비해보면 신용보증 출연에 따른 국민경제적 효과가 큰 것이 사실이며 출연자체에 부작용이 있지만 중소기업의 건전한 경영환경 유지차원에서 지속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조영삼 선임연구위원=신용보증제도는 제도의 적정성 등 개선논의가 필요하나 제대로 된 방향설정이 우선돼야 한다. 신용보증공급이 늘어난 배경을 살펴보면 IMF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민간보증기관 붕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장욱현 국장=신용보증 규모, 부작용 논의 시 다른 신용보증제도 운영국가와 산술적인 비교는 위험하다. 경제규모, 해당국가에서의 중소기업 역할 등에 따라 이들 통계수치가 갖는 의미가 틀리기 때문이다.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8%의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금융중 신용보증제도를 가장 유용한 금융제도로 활용하고 있으며 개편 논의도 정부예산 규모 및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 미시적 고찰을 통한 논의가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신용보증은 민간 금융기관에서 시장금융 실패에 따른 신기술사업화, 창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로 특화시키고 일반보증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등 급격한 개편보다 시장기능 접목에 따른 점진적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김희대 부행장=신용보증 축소문제는 민간금융기관과의 역할 분담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첫 단계로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부실화가 심화되는 기업은 보증수혜에서 제외하며 중복지원과 과다지원 축소로 보증제원의 형평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신용보증 대상을 창업 및 신기술 기업으로 국한해 보증료 체계를 개편하고 기존기업의 보증 독점을 개선하는 등 자체신용으로 자금조달토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증졸업제, 보증일몰제 등을 도입해 도덕적 해이 차단에도 나서야 한다. 2단계로는 중소기업 CB 발행 및 취급은행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CB활성화를 통한 민간대출 시스템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또 출연금에 비해 대위변제금이 많은 금융기관에 대해 출연료를 차등부과, 여신 심사력 강화의 모멘텀으로 작용시킬 필요가 있다.
△임종수 정책조사본부장=신용보증의 배경 및 불가피성은 금융기관의 여신심사능력 부족, 보증축소 환경 미 조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10월 IMF는 연례협의에서 5년 내에 신용보증비율을 85%에서 50% 수준으로 대폭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는 아직까지 신용보증서를 포함한 담보비중이 70%를 초과하고 순수한 신용대출이 겨우 10%수준에 지나지 않는 우리의 금융현실을 너무 안이하게 진단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0% 이상은 은행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을 하고 있으나 은행은 유형자산을 확보한 안정성이 높은 기업만을 선호하고 있어 과거와 다름없이 부동산담보나 신용보증서를 요구하는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득희 본부장=신용보증의 축소 논의는 단순히 절대적인 규모를 줄이는 문제라기 보다는 적정수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고, 그 다음 축소 속도와 방법 문제가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GDP 대비 보증규모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평균 0.3~0.4%를 유지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5~8% 수준, 대만의 경우 1.4~2.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환위기 직전 3.5%에서 IMF 금융위기 해소과정에서 급격히 보증규모가 증가하여 최근 6%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IMF 보고서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대만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의 보증규모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증규모의 적정수준은 특정국가와 비교해서 조정되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각국의 경제, 사회적 특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또한 보증기관간 업무특성을 감안, 중복보증을 축소한다면 매년 0.1%에서 0.2% 축소가 가능하다. 여기에 만기연장시 신용도 악화기업에 대해 신용보증료를 확대하는 방안 도입도 가능할 것이다.
△장욱현 국장=중소기업의 금융환경은 IMF이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보증제도는 중소기업에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적 이유를 감안할 때 적정한 부분보증비율은 70%로 판단되며 이 수준까지 단계적인 인하가 바람직하다.
△임종수 정책조사본부장=현 시점에서 신용보증축소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신용사회가 진전된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신용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원칙론에는 찬성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
신용보증 축소논의는 신용사회를 선도하는 은행의 신용 대출을 확대 수준에 맞춰 추진돼야하며 신용사회 정착에 따라 신용보증도 자연적으로 축소 될 것이다.
이러한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거래에서 생기는 신용정보를 적극 생산하고 활용, 신용평가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중소기업 역시 대출의 어려움을 금융기관 탓으로만 돌릴게 아니라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회계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자신의 신용관리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진설명 : 기획예산처가 주관한 ‘산업·중소기업 분야 공개토론회’가 지난 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신용보증, 藥인가? ’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중소기업계를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진=오명주기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