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천지가 꽃밭에 뒤덮이고 있다. 잠시 봄을 더디게 했던 추위가 사라지면서 대지는 초록물이 들고 봄 이슬 머금은 수목에서는 꽃잎을 피워대고 있다. 매화꽃, 산수유가 피고 지더니만 개나리꽃과 벚꽃이 다투어 피고 있어 도심은 꽃으로 물들고 있다. 진해에서는 화사한 벚꽃이 피어나 축제를 벌이고 있는데 경기도 쪽에서는 산수유 꽃 소식이 한창이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이천에서는 다른 곳보다 늦게 노란 산수유 꽃이 만발한다.

도자기와 온천으로 많이 알려진 이천.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 백사면 도립리, 송말리, 경사리 일원에서는 해마다 ‘이천 백사 산수유축제(4월1일-3일)’를 연다. 올해는 축제가 끝났지만 봄이 늦은 관계로 이번 주가 절정이다.
이 마을에는 수령이 100년이 넘는 것에서 500년 가까이 된 것까지 있으며 어린 묘목을 심어서 향후 더 많은 산수유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다. 산수유는 어느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편중된 것이 아니라 논둑이나 밭둑 혹은 집 주변으로 흩어져 있다. 보편적으로 3월말 경에 만개해서 4월초, 중순까지 마을 전체가 노란 산수유 꽃으로 감싸인다.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다채로운 축제행사가 펼쳐진다.
이천 백사면의 산수유 마을이 알려진 것은 올해가 6회째.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조성된 역사는 길다. 여러 흩어진 마을 중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도립1리.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아드는 이곳이 축제장이기도 하다. 산수유꽃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리거나 생태 등을 관찰하면서 산수유 밭을 즐긴다.
산수유 꽃에 푹 파묻힌 마을입구에 다다르면 정자와 시멘트로 발라 몸을 지탱하고 있는 고목이 다 된 느티나무 3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정자는 조선 중종 14년(1519) 기묘사화 때 난을 피해 낙향을 한 남당 엄용순이 건립했다는 “육괴정”이다. “육괴정”이란 이름은 당대의 선비였던 모재 김안국, 강은, 오경, 임내신, 성담령, 남당 엄용순 등 여섯 사람이 연못 주변에 각자 한 그루씩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때부터 산수유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비들이 심기 시작했다는 유래로부터 “선비꽃”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이제는 고목이 되어버린 느티나무 한 그루가 수문장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고 그 앞에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조악한 연못이 있을 뿐이다.
이 마을에서 시작된 산수유는 이천을 비롯해 인근하고 있는 여주와 양평 쪽으로도 개체수가 번져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평 개군에서도 산수유 꽃을 볼 수 있다. 대단한 군락지는 아니지만 흔하게 노란 꽃이 피어난 마을은 이 일원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도립리 마을을 벗어나 송말리로 들어가면 이 마을에서도 많은 군락지를 볼 수 있다. 축제장과 언덕 하나로 경계를 이루고 있지만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한적하게 여가를 즐기기에는 아주 좋다. 온 마을이 산수유 꽃이 뒤덮여 노랗게 물이 들었다. 밭 사이에 난 쑥과 냉이, 달래를 캐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도 있다. 또 이 마을 안쪽에는 영원사라는 절집이 있다. 영원사는 이천에서 가장 높다는 원적산(634m)의 원적봉 기슭인 양지바른 터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 638년(선덕여왕 7년)에 해호가 창건하였으며, 창건 당시에는 영원암이라 하였다. 해호는 당시 수마노석으로 약사여래좌상을 조성하여 봉안하였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 공민왕이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한다. 경내에는 혜거가 중창할 때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남아 있다. 이 절집은 고시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인근하고 있는 원적산의 원적봉(563.5m) 주봉인 천덕봉 기슭에는 율수폭포가 있으므로 천천히 산책을 나서는 것도 괜찮다.
더 한적한 곳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송말2리에 있는 연당으로 가도 좋다. 내하 숲과 연당이라 불리는 비보 못이 있다. 풍천 임씨 문중에서 마을 앞면이 트여 허전한 연화부수형의 마을 형국을 보완하기 위하여 2000평 정도의 숲을 조성하고 연못을 만든 것이다. 이 마을 쪽으로는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곳에서도 산수유를 감상하는데 그다지 나쁘지 않다.
축제 때는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기는 하지만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다소 한적한 날짜를 선택하는 것이 산수유 감상 방법 중 하나다.
■대중교통 : 서울 강남, 구의 터미널에서 이천행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됨. 각 방향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수유 마을은 터미널에서 백사면 현방리 버스 이용. 동서울터미널,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수원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 이천까지 시외버스 수시 운행. 이천터미널에서 도립리 가는 13-8번 버스 이용. 축제 때는 이천 엑스포장에서 셔틀이 운행된다.
■자가운전 :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이천IC로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르다. 서이천IC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약 1.5km를 달리면 국도 3호선과 연결된다. 남정 골에서 좌회전하거나 조금 내려 가다보면 팻말 따라 들어가도 된다. 신둔 방면 70번 지방도로가 연결된다. 이곳에서 우회전. 3㎞쯤 내려가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다시 좌회전. 2.5㎞쯤 가다가 신둔과 백사면 갈림길에서 다시 우회전하면 도립마을 가는 길이다. 마을 입구에 ‘산수유마을’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또 다른 방법으로는 구리-양수리-양평을 거쳐 37번 국도를 이용해 여주 쪽으로 오면 된다. 이포대교를 건너 10여km 정도 가면 영원사를 시작으로 도립리 쪽으로 가게 된다.
■별미집과 숙박
이천 쪽에서 들어올 경우에는 쌀밥집촌을 경유해 들어오는 것이 좋다. 고미정 한정식(031-634-4811)이 괜찮다. 그 외에도 수많은 쌀밥집이 밀집되어 있다. 이포 쪽으로 나오면 유명한 천서리 막국수 촌이 있다. 봉진막국수(031-882-8300)가 원조이고 그 외에 여러 곳이 밀집되어 있다. 각기 맛이 틀리므로 원하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산수유 마을 꽃 숲에서 도시락을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축제장에서는 산수유 막걸리와 차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팔며 특산물도 다양하다.
■이곳도 들러보세요
△반룡송 : 송말리 영원사 가기 전에 반룡송이라는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밭 가운데로 가서 보면 땅옆으로 요상한 모양으로 뻗어나간 소나무 두 그루를 만나게 된다. 소나무가 용트림하면서 휘감은 모습이 마치 하늘로 승천하는 용과도 같다고 해서 붙여진 반룡송이다. 천연기념물 381호이며 이천 9경중 6경으로 지정되어 있다. 500년 가까운 수령을 가진 이 나무는 도선대사가 팔도의 명당을 두루 찾아다니다가 함경도 함흥, 서울, 강원도 통천, 충청도 계룡산과 이곳 백사면에 한 그루씩 심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나뭇가지가 계속 꼬이면서 옆으로 자랄 뿐, 위로는 크지 않는 다고 한다.
△백송 : 신대리 마을 안쪽에 있는 백송(천연기념물 제253호)은 높이 16m로 전국에 남아있는 8그루중 최고의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드물게 있는 희귀종침엽상록수로 짧은 가지 끝에 세 가닥의 잎이 뭉쳐나고 끝이 뾰족하며 짧다. 흰 소나무의 가지가 무성하게 뻗어나가 있다.
△설봉산과 이천온천 : 이천에는 설봉산(394m)이 있으며 신둔면, 사기막골 등에는 140여개의 가마가 밀집되어 있는 이천 도예촌이 있다. 또 미란다 호텔의 스파플러스(031-633-2001, 02-549-4922)와 설봉호텔(031-633-6301)등의 온천이 있다.
△이포강과 파사산:여주군 천서리 앞에는 이포나루가 있다. 바로 이 이포나루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나지막한 산이 있다. 바로 파사산성이 있는 파사산(230m)이다. 동문터와 서문터가 남아 있다. 파사산에 오르면 이포나루, 여주, 이천, 양평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서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특히 낙조 때가 최고다.

◇사진설명 : 경기도 이천의 산수유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생태 관찰을 하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이 혜 숙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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