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를 생산하는 국내 소기업인 캬라반은 지난 2003년 UN평화유지군 숙소용 텐트의 공식공급업체로 선정돼 UN본부조달국(UNPD)에 3년간 총 700만불(약 80억원)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직원이 모두 6명에 불과했던 이 업체는 UN본부 입찰 심사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까다로운 심사과정을 거쳐 대량 오더를 수주할 수 있었다.

연간 2조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국가 및 공공기관 조달 시장과 월마트 등 해외 대형유통체인이 중소기업의 새로운 판로로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들 채널을 통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도 조금씩 활발해 지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개최된 해외유통망 및 정부조달시장 진출지원사업 설명회에는 20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몰렸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직접 가지고 나와 전문가들에게 성공 가능성을 묻는 등 조달시장과 유통망을 통한 해외진출에 열의를 보였다.

최근 中企 관심 높아져

현재 전세계의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는 하루 평균 5천~1만건의 물품 및 용역이 발주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연간 약 2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미국 정부조달시장은 연방정부, 주정부 및 지방정부 등을 합쳐 연간 1조달러에 달하고 있다.
특히 해외조달시장은 일단 시장진출에 성공하기만 하면 장기간 납품이 보장되고, 대금회수 또한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또 WTO 정부조달협정에 따라 가입국은 의무적으로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 외국기업에게 동등한 참여기회를 줘야 하고, 미국의 경우는 대다수 주 정부는 소수계와 중소기업에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의 참여는 극히 미미한 수준. 미국 정부조달시장 점유율은 0.2%(2000년 기준), UN 조달시장 점유율은 0.03%(2001년 기준)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25.3%, 영국은 6.2%, 일본은 1.4%로 한국에 비해 크게 높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조달정보시스템(www.
b2g.go.kr)을 통해 전세계 120여개국 30만개 입찰기관의 입찰공고 정보와 핵심시장인 미국과 UN기구의 주요 조달기관별 구매내역 정보, 주계약업체 및 벤더·구매담당자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조달전문가 초청교육, 현지 조달기업대상 마케팅지원, 대형 벤더 초청 구매상담회 등도 개최해 해외조달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진출 노력도 점차 활발해져 가시적인 성과를 얻고 있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미국 워싱턴 DC 조달시장에 90년대 후반부터 진출해 미국 교통부, 국립보건원 등에 1천만불 규모의 업무공정 솔루션을 납품했고, 하우리는 미 연방항공청에 바이러스 백신을, 지누스는 미 공군 및 공항에 광망펜스를 납품했다.
이러한 국내기업의 자체적인 노력 외에도 중소기업청 및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을 받아 새로텍(스토리지), 유니온커뮤니티(지문인식보안), 피카소정보통신(DVR)등 10여개 기업들도 미국 정부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대형할인점을 통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소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월마트의 2003년 매출액은 무려 2천445억달러(293조4000억원)에 이른다.
백화점 ‘행복한세상’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최근 독일 홈쇼핑사인 ‘RTL-숍’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외 홈쇼핑업체와의 협력강화를 통한 중소기업 해외 유통망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RTL숍’은 독일 3대 홈쇼핑 업체 중 하나로 지난해 전년 대비 26%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현재 ‘RTL-숍’에서는 제우전자의 ‘미니믹서기’, 일본의 ‘QVC’ 홈쇼핑사에는 해피콜의 ‘양면후라이팬’, 미국의 ‘피닉스TV’에서는 정우씨엔씨의 ‘더블클리너’ 등이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설명했다.

최소 3년은 공 들여야

이런 대형 유통망 진출에 성공하게 되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상품이 직접 노출될 수 있고, 또 이런 대형 할인점 납품 자체가 다른 바이어들에게도 큰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시장에 대한 도전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만은 안된다고 지적한다.
해외조달시장의 경우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자국기업에 비해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국적이나 기업규모에 대한 차별이 없는 UN본부 및 관련 기구 조달시장에서도 국가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국제보건기구(WHO)에 에이즈진단용 키트를 20만달러 규모로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는 미국, 일본 등이 CDC(미국질병통제센터), JAICA(일본국제협력단) 등을 통해 자국제품의 구매압력을 행사하고 있어 공급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조달시장이나 대형할인점 모두 장기적인 전략과 치밀한 사전준비, 꾸준한 투자가 요구 된다고 지적했다.
조달시장의 경우 각 수요처의 성격에 따라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요구 성능이 천차만별이고 아예 새로운 기능의 추가를 요구하는 일이 잦다.

현지법인 설립 ‘필수’

캬라반의 경우 UN본부에서 텐트 벽면의 보온성 강화와 홍수에 대비해 지면으로부터 바닥을 50cm 높여 줄 것을 요구했다. 개발 과정에서 자금문제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요구조건을 맞출 수 있었고 미국 등 선진 업체를 따돌리고 대형계약을 수주할 수 있었다.
해외조달정보 전문업체인 아이비즈캐스트 관계자는 “정부조달시장 진출은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현지기업화가 필수”라며 “현지법인이 없는 경우 납품실적이 우수한 컨트렉터를 발굴해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지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최소 2년에서 3년간 현지 조달기업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대형할인점 역시 마찬가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해외유통망 진출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액세스 코리아의 김학수 대표는 “힘들게 납품계약을 따냈지만 할인점측의 제품 성능·디자인 변경 요구를 감당할 수 없어 결국 납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샘플 주문부터 시작해 공장조사, 디자인 개선 등 여러 가지 과정을 버텨내야 대형 할인점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거래처를 뚫기 위해서는 최소 3~5년간 공을 들여야 한다”며 “이미 중국산 저가 제품이 할인점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차별화된 거래조건 등 비가격적 요인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조달시장에 대한 정보는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국제입찰정보 종합정보시스템(www.b2g.go.kr)에서 얻을 수 있다.

◇사진설명 : 해외 유통망 및 조달시장 진출에 대한 중소기업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개최된 관련 설명회에는 200여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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