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가 높은 유명인사가 되기는 어렵지만 왠만큼 노력하면 신용 있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자금문제, 판로문제, 관계문제까지 손쉽게 해결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중소기업들은 항상 고전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에게도 하나의 길이 열려 있다. 신용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자금문제, 판로문제, 관계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역할을 한다.

B2C가 저조한 이유

신용은 판로문제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전자상거래 통계(KOSIS, 2004)를 보면 기업간거래(B2B) 89%, 기업-정부거래(B2G) 9%, 기업-소비자거래(B2C) 2%. 즉, 89:9:2인데 세계통계는 대략 40:20:40이다. 이런 엄청난 차이는 중소기업들의 온라인 신용기반이 취약해 중소기업 전자상거래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IT 사업과 함께 신용인프라 보강사업을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 신용구축은 브랜드 구축보다 단순하다. 브랜드는 고객경험(E), 광고(A), 기술(T)의 EAT 요소와 ‘핫 애드(Hot Ads)’, ‘쿨 테크(Cool Technology)’, 심지어는 애매한 본능적 무의식적 영역까지 포함한다. 반면에 신용기반은 정보의 신뢰성, 예측가능성, 약속이행 등 보다 기본적인 항목들로 구성된다. 중소기업들도 도전해 볼만한 일이 바로 신용구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위원회가 발표한 ‘바젤II’(신 바젤협약)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계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는 듯 하다. 또 하나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앞으로 남은 1년반 동안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바젤II의 내용을 보면 사실은 발전을 위한 하나의 기회라고 볼 수도 있다. 바젤II는 기존의 신용개념을 한 차원 높여 놓았다. 과거에는 자금회수실패(신용리스크)와 사업실패(시장리스크)에 치중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보를 중요시했으나 바젤II에서는 담보의 비중이 낮아지고 다른 요소가 새로 추가된다.
추가되는 요소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운영리스크와 은행·정부 당국의 역할이다. 운영리스크란 부적절한 내부절차, 부적절한 구성원, 조직, 외부적 사건 등으로 인한 손실발생 위험을 말한다. 최저자기자본 산정시 이와 같은 운영리스크를 일정 비율 무조건 추가하라는 바젤II의 요구는 무리한 면이 있으나, 운영리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운영리스크에 대비해 내부 시스템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당국과 은행들도 바젤II의 새 조항 즉, 감독점검 및 시장규율 부분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중소기업은 각자의 노력으로 완벽한 신용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 정책당국과 지원기관들이 상당부분 감당하지 않으면 안된다.

집단적 신용인프라의 글로벌 관행을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 은행, 상공회의소, 컨설팅회사들이 콘소시움을 구성해 중소기업을 위한 집단적 신용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중소기업 씰 인증, 중소기업 대안분쟁해결, 중소기업용 퍼브릭키 인프라 등이 그 좋은 예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자국 중소기업들을 위한 신용인프라의 심볼 역할을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불이익을 없애고 사실상의 신용력을 십분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집단적 신용인프라 방식은 결코 시장경쟁 논리와 상충되지 않는다.
글로벌 관행을 도입하자. 그래야 중소기업의 자금문제, 판로문제, 관계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일석삼조의 중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재 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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