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축하를 보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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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축하를 보류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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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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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큰 기대를 건다. 오랜 습성이다. 더욱이 2003년은 새 대통령이 등장하고 새 정부가 출범한다.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겨울이 깊으면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한 법이다. 중소기업은 사상 유례없는 인력난에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 중소기업이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어찌 크지 않겠는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시절 중소기업 지원행정체제 개편과 인력난 해결 등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앞으로 공약이 어떻게 실천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어느 정부가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적이 있는가.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을 가장 많이 한 김대중 정부를 보라. 그러나 중소기업이 맞고 있는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인력난, 자금난, 판매난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게 없다. 중소기업 생산직 인력난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정부 中企과제 산적
기업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기업은 스스로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 기업환경을 좋게 만드는 것은 정책의 몫이다. 예컨대 주5일 근무제, 노사관계의 틀을 바로 세우는 제도의 정비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주5일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아직 짐작할 수 없지만, 중소기업이 이를 왜 그토록 반대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기업의 생존은 무엇보다 먼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경쟁력만 높일 수 있다면 주4일제라고 못할 게 없다. 경쟁력은 떨어지는데 남들 논다고 덩달아 놀면 결과는 뻔하다. 명분에 밀려 실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
원활한 노사관계의 정착도 여간 중요하지 않다. 대기업의 노조가 노사분규를 겪으면 그 부담은 결과적으로 하도급관계를 맺고있는 중소기업이 진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몫을 대기업 노동자가 빼앗는 셈이 된다. 노사문제를 다룰 때에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정책과 제도 탓만 할 수 없다. 중소기업이 우선 변해야 한다. 우선 중소기업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자. 중소기업은 제품과 서비스에 정성을 다해 공급한다는 믿음을 갖게 하자. 적당히 물건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

5년뒤 진정한 축하 기대
지금은 변화의 시대, 정보화 시대라는 걸 인식해야 한다. 말로만 떠들게 아니다. 신용사회를 열어 가는데 중소기업이 앞장서는 일부터 하자. 신용은 어디서 사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쌓아 가는 것이다. 신용이 없는 사회에서 신용대출을 말할 수 있는가. 기업은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장부 따로 현실 따로’식으로 자기신용을 위장하고 있다면, 적당히 물건 만들면, 그러면서 환경 탓하고 있다면 세상이 몇 번 바뀐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가.
코끼리가 쥐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인간의 시간개념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 큰 동물이든 작은 동물이든 심장박동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모두 같은 일생을 산다는 것이다. 쥐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량은 코끼리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량의 18배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쥐의 심장박동은 코끼리보다 빠르며, 또한 쥐 세포가 코끼리 세포에 비해 일을 훨씬 많이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이야기에는 중소기업(쥐)은 대기업(코끼리)보다 더 많이 뛰어야 하고 중소기업은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변화를 수용하는데 중소기업은 얼마나 적극적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김수환 추기경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의 말을 5년간 보류하겠다고 했다. 어느 신문 인터뷰 기사다. 축하하는 말을 하기는 쉽다. 만세인들 못 부르겠는가. 하지만 진정으로 축하하려면 퇴임할 때 해도 결코 늦지 않다. 우리도 성공하는 대통령을 가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5년 후 “대통령직에 더 있었으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텐데”하는 말이 중소기업인에게서 나올 수 있게 하는 그런 정책을 한번 기대해 보자. 그러나 중소기업이 스스로 변하는 것이 먼저다.
yoodk99@hanmail.net

류동길(숭실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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