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소기협중앙회가 업력 30년 이상 된 2백여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장수 중소기업의 경영특성 및 애로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결과 이들 업체의 87%가 창업 초기 사업분야를 고수하며,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주력해 온 업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다시 말해서 30년 이상 유지해 온 중소기업들의 장수 비결은 다름 아닌 ‘한 우물 파기 경영’과 ‘끊임없는 기술혁신’ 이었다.
또한 장수 기업들이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경영전략은 기술혁신과 고객서비스, 경영혁신의 순으로 조사됐다. 장수 비결에 대해서는 거래기업과의 신뢰구축을 가장 많이 들었고, 경영노하우 축적과 끊임없는 기술혁신, 그리고 직원간의 일체감 등도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한우물 파기식 경영을

현존하는 세계 최장수 기업은 서기 578년에 설립된 일본의 공고구미(金剛組)라는 건설회사로 설립된 지 무려 1400년이 훨씬 넘었다. 백제에서 건너간 목수 유중광이 시텐노우지라는 절을 지으면서 설립된 이 회사는 절과 성을 건축하고 유지보수하는 특화된 건설업체다.
1995년 코베시를 강타한 대지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 바로 콩고구미에서 지은 한 대웅전이었다고 하니, 가히 그 기술력을 인정할 만하다. 그 결과 콩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고 할 정도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꽤 오랜 세월을 견뎌온 장수 기업들이 많다. 상장업체 가운데 국내 최고령기업은 동화약품이다. 1897년에 동화약방으로 설립돼 1962년에 상호를 변경했는데 118년이나 됐다. 조흥은행과 상업은행도 100년 넘은 기업이라고 하나 상업은행은 100년이 되던 1999년에 한일은행과 합병해 우리은행으로 바뀌었고, 조흥은행도 신한은행으로 흡수돼 사라질 위기에 있다.
케빈 케네디는 2004년 발간한 ‘100년 기업의 조건’ 에서 기업이 장수할 수 있는 조건으로 ‘지배구조’ 와 ‘경영’을 꼽았다. 그리고 장수 기업은 혁신, 제품교체, 전략, 제휴 등 경영 측면에서 부딪치는 4가지 위기와, 학습문화, 리더십 DNA, 기업지배 시스템, 이사회의 감시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 부딪치는 4가지 위기 조건들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끊임없는 기술혁신도

윌리암 오하라는 2004년 출간한 ‘성공의 세기’라는 저서에서 세계적인 장수 가족기업의 사례연구를 통해 그 성공비결을 밝히고 있다.
그는 장수 가족기업의 성공요인으로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한 가족관계에 초점을 두고, ▲뚜렷한 기업목표 설정과 경제적 목표추구를 통해 사회적 목표달성에 기여하고, ▲인간존중경영 아래 자본과 이익을 기업생존의 수단으로 삼으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제품 생산을 통해 기업신뢰와 명성을 유지하고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점들을 들었다.
또한 장수 기업들은 고객만족 극대화 추구 및 서비스 정신을 기업문화의 요체로 삼고, 최고의 품질 유지를 통해 신뢰와 명성을 지키며, 기업가정신과 성공적인 이미지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는 회사라는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조 태 현
한국금융연수원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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