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생명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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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생명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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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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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중소기업 20여 곳을 연구조사차 현장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상당한 수준의 성공에 이른 기업들은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진출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긍정적 의견을 펼쳤다. 그러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웬만하면 한국에서 버텨야 하는데…’하면서, 기업하기 어려운 한국의 환경여건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중국에 오니 한국보다는 기업가로서 ‘대접받는 느낌이 있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기업가의 사회적 기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가정신 쇠퇴 우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이중적 의식구조가 형성돼 있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자는 말은 무성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사회나 중소기업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용창출 때문이다. 미국이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강화된 것은 대기업의 고용창출이 한계에 부딪힌 70년대 말부터였다. 80년대 심각한 경제침체를 극복해 낸 것도 창업활성화와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을 통한 고용창출 효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고용이 늘어나면 저소득층이 줄어들고 건전한 중산층이 늘어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회범죄와 가정파탄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엄청난 재정적 지출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며, 동시에 안정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반면 기업이 실패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심지어 죽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은 사람들에게 일터와 삶터를 제공하는 ‘생명업’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중소기업은 사회의 혁신과 진보를 가져오는 기업가 정신 발현의 장이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사회변동과정에서 오히려 사업의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확실성과 위험을 극복하면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기보다 ‘가진 자’에 대한 질시와 ‘비현실적 명분주의’가 앞서는 것이 아닌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도전에 실패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용이 높아져야 한다. 최근 사업실패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사업가의 역량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커질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은 ‘왜 유럽에서는 빌게이츠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실패에 대해 관용이 부족한 제도와 관행’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리 민족은 기질적으로 위험에 대한 도전정신이 높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활발한 나라라고 평했다.
그러나 위험감수 성향에 비해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함께, 실패에 대한 관용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 기업가의 자질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 훈련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

기업인을 칭찬하자

중소기업 활성화는 사회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기반이 된다. 거대기업이 정치권력과 결탁될 때 나타날 수 있는 폐해를 선진국은 물론 우리도 이미 경험한 바다. 미국에서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자유민주주의의 풀뿌리라고 믿는 철학적 신념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 이러한 이념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한편,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청소년 교육을 위한 DECA, JA, NFTE 등의 전국적 조직과 함께, 카우프만 재단 등 막대한 규모의 개인재단이 운영되고 있다.
‘기업가가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고,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성장인가 분배인가’를 놓고 아무리 토론해 봐도 소용이 없다.
기업가 정신이 고취돼야만, ‘있는 떡 나누기’가 아닌 ‘새로운 떡 만들기’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괜찮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일을 통한 자기 발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풍요함을 실현하는 길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 정 화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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